HL만도 하청노동자 사망, 정몽원 회장까지 중대재해법 고발된 이유
도급계약서 없이 원청이 직접 지시 — 불법파견 의혹까지 번진 평택공장 사망사고
스물여덟 청년 노동자가 기계와 벽 사이에 끼여 숨졌다. 그런데 유족이 고소·고발장에 적어낸 이름은 현장 관리자가 아니라 정몽원 HL그룹 회장이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죽음에 왜 원청 그룹 회장까지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 그 노동자가 실제로는 원청 직원의 직접 지시를 받고, 정식 도급계약서도 없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8살 청년의 죽음, 왜 화살은 회장에게 향했나
스물여덟 청년 노동자가 기계와 벽 사이에 끼여 숨졌다. 그런데 유족이 고소·고발장에 적어낸 이름은 현장 관리자가 아니라 정몽원 HL그룹 회장이었다.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의 죽음에 왜 원청 그룹 회장까지 형사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까. 답은 간단하다 — 그 노동자가 실제로는 원청 직원의 직접 지시를 받고, 정식 도급계약서도 없이 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사건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원청 경영책임자에게 얼마나 무거운 안전보건 확보의무(사업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람이 재해를 막기 위해 시스템을 갖춰야 할 의무)를 지우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무슨 일이 있었나
2026년 7월 22일, HL만도 평택공장에서 하청업체 피아로딕스 소속 김승모씨(28)가 숨졌다. 고장 난 금속가공설비(MCT) 내부를 점검하던 중 원청 관리자가 작업자 존재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설비 시운전을 지시했고, 김씨는 기계와 벽 사이에 상반신이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2026년 8월 24일, 유족과 '고 김승모 중대재해대책위원회' 등 노동시민단체는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원 HL그룹 회장, 조성현 HL만도 대표이사, HL만도 법인 등을 고소·고발했다. 혐의는 세 갈래로 나뉜다.
- 정몽원 회장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 조성현 대표이사·HL만도 법인 — 파견근로자보호법 위반
- HL만도 법인·안전보건총괄책임자 —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대책위 주장의 핵심은 이 사고가 단순 부주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라는 것이다. 김씨는 원청 직원의 직접 지시를 받아 설비보전 업무를 했지만, 정식 도급계약서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대책위는 HL만도가 2013년 이후 설비보전 인력을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지 않고 외주화를 이어온 점을 사고의 배경으로 지목했다. 공교롭게도 HL만도는 과거 미국 사업장에서도 정비 작업 중 끼임으로 노동자가 숨진 이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왜 이 사건이 중요한가
중대재해처벌법 제4조와 제9조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등이 종사자의 안전과 보건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의무를 부과한다. 여기서 핵심은 이 의무가 원청 소속 근로자뿐 아니라,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장 내 하청 노동자에게도 미친다는 점이다. 대법원도 2023년 12월 28일 선고한 2023도12316 판결에서 경영책임자등이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종사자 안전을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를 확인했다. 원청이라는 이유만으로 하청 노동자의 사고와 무관하다고 선을 그을 수 없다는 뜻이다.
이 사건에서 더 예민한 지점은 파견법 위반 혐의다. 형식상 도급(업무를 위탁하고 결과만 받는 계약)이었다면 원청은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작업지시를 할 수 없다. 그런데 원청 직원이 직접 업무 지시를 하고, 심지어 도급계약서조차 없었다면 이는 형식만 도급이고 실질은 파견(근로자를 자기 지휘 아래 두고 쓰는 것)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 불법파견으로 인정되면 원청은 근로기준법상 사용사업주에 준하는 책임을 지게 될 수 있고, 안전보건 확보의무의 주체 범위도 더 명확하게 원청 쪽으로 좁혀진다. 창원지법 마산지원 2022고합95 판결에서도 대표이사가 안전보건관리체계 평가와 도급업체 평가 기준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반복적인 안전 위반을 방치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유죄가 선고된 바 있다. 도급업체 관리 소홀이 대표이사 개인의 형사책임으로 이어진 선례다.
실무 주목 포인트
이 사건은 원청 사업장이라면 누구나 점검해야 할 리스크 지점을 정확히 짚는다. 아래 표로 정리했다.
| 쟁점 | 이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 | 원청이 확인해야 할 사항 |
|---|---|---|
| 계약 형식 | 정식 도급계약서 없이 업무 수행 | 도급계약서 체결 여부, 업무 범위·책임 명시 여부 |
| 지휘·명령 | 원청 관리자가 하청 노동자에게 직접 시운전 지시 | 원청 직원의 하청 노동자 직접 지시 관행 여부 전수 점검 |
| 안전 확인 절차 | 내부 작업자 확인 없이 설비 시운전 | 정비·점검 작업 전 잠금·표지(LOTO) 및 작업자 위치 확인 절차 존재 여부 |
| 인력 운용 | 설비보전 인력을 장기간 외주화, 정규직 미채용 | 핵심 안전업무 외주화 시 도급업체 안전역량 평가 기록 보관 |
| 경영책임자 의무 |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 여부 쟁점화 | 연 1회 이상 안전보건관리체계 점검·보고, 예산·인력 배정 근거 자료화 |
특히 원청 직원이 하청 노동자에게 업무를 직접 지시하는 관행은 현장에서 매우 흔하지만, 사고가 나는 순간 불법파견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동시에 문제 되는 뇌관이 된다는 점을 이번 사건이 다시 보여준다. 도급계약서 유무는 그 자체로 형사책임의 향방을 가르는 핵심 증거가 될 수 있다.
자문 현장에서 보면 원청 기업 대부분이 "우리는 도급이니 안전 책임은 하청업체 몫"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수사 단계에서는 원청 직원이 하청 노동자에게 업무지시를 한 문자메시지나 사내 메신저 기록 하나로 불법파견 정황이 뒤집히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도급계약서를 형식적으로만 갖춰두고 현장에서는 원청이 사실상 작업을 지휘하는 구조라면, 사고가 나기 전에 반드시 실제 업무 지시 체계부터 재점검해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이번 고소·고발로 서울고용노동청 수사는 조성현 대표이사 입건에 이어 정몽원 회장까지 겨냥하는 방향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불법파견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는 단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넘어, 원청이 하청 노동자를 상시적으로 직접 지휘해온 인력 운용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 구조적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원청 경영책임자가 형사책임을 피하려면 하청업체의 안전역량을 서류상으로만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지시 체계와 도급계약의 실질을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것이 결국 가장 확실한 방어선이 된다는 점을 이번 사건이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청 노동자 사고에도 원청 회장이 처벌받을 수 있나요?
원청이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했다면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책임자로 처벌될 수 있다.
Q. 도급계약서가 없으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실질이 파견으로 인정될 소지가 커지고,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가 넓어진다.
Q. 원청 직원이 하청 노동자에게 업무 지시하면 무조건 불법파견인가요?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휘·명령의 직접성이 핵심 판단 요소로 작용한다.
Q. 중대재해처벌법 경영책임자 의무는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점검, 예산·인력 배정 등 재해예방 조치 이행 의무다.
Q. 이번 사건에서 수사는 어디까지 확대됐나요?
대표이사 입건에 이어 회장 고발, 불법파견 의혹 조사로 확대되는 단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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