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 최저임금, 도급제 근로자는 왜 제외됐나 — 300만 명의 사각지대와 고용부 개선 신호
최임위 역사상 첫 도급 논의, 찬성 11 반대 15로 부결 —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달랐다
약 300만 명의 배달라이더·택배기사·학습지 교사 등 도급제 종사자가 최저임금 보호 밖에 있다. 2027년 최임위에서 역사상 처음 공식 심의됐지만 부결됐다. 고용노동부는 최임위와 별개로 제도 개선 방향을 공식화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배달라이더·택배기사·학습지 교사 등 약 300만 명의 종사자가 최저임금 보호 없이 일한다. 시간당 10,320원(2026년 기준)이라는 숫자는 이들에게 원칙적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최저임금법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2027년 최저임금위원회(이하 최임위)는 올해 역사상 처음으로 이 문제를 공식 심의 안건에 올렸다. 결과는 부결이었다. 그런데 SBS 단독 보도에서 고용노동부가 뜻밖의 입장을 내놓았다. "도급·위탁 구조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한다." 최임위 표결과 별개로, 부처 차원의 개선 의지를 공식화한 것이다.
역사상 첫 표결 — 6월 11일 최임위, 찬성 11·반대 15
2027년 최저임금 결정이 막바지로 향하던 6월 11일, 최임위 전원회의에서 이례적인 안건이 표결에 부쳐졌다. '도급제 근로자 별도 최저임금 설정'이다. 1988년 최저임금제 시행 이후 이 논의가 공식 심의 테이블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발단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심의요청서였다. 통상적으로 최임위에 심의를 요청하는 이 문서에 이번엔 도급제 근로자 최저임금 적용 검토 항목이 이례적으로 포함됐다. 노동계는 즉각 환영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결과에 입각해 충분히 최저임금 적용 확대가 가능하다"고 했고, 민주노총은 "다수의 판례가 이미 특고·플랫폼 노동자의 근로자성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영계는 "실태조사의 객관성이 부족하다"며 반발했고, 중소기업중앙회는 "영세 소기업의 지불 능력을 무시한 처사"라고 맞섰다.
표결 결과는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 부결이었다. 최임위는 도급제 논의를 마무리하고 임금 수준 협상으로 전환했다. 현재 노동계 요구안은 1만 2,000원(+16.3%), 경영계는 1만 340원(+0.2%)으로 격차는 1,660원이다. 8월 5일 최종 고시 기한까지 시간이 촉박하다.
표결은 부결됐지만 SBS 보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임위와 별도로 도급·위탁 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라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단순한 원론적 발언이 아니라, 연구용역과 실태조사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설명도 나왔다.
왜 300만 명이 최저임금 울타리 밖에 있나
최저임금법의 구멍 — '근로자'만 보호한다
최저임금법 제2조는 적용 대상을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자'로 한정한다.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자"로 정의한다. 도급계약이나 위탁계약을 체결하면 계약 형식상 '독립 사업주'로 분류되어, 이 법적 정의에서 벗어난다.
문제는 현실이 계약서와 다르다는 점이다. 배달 앱이 정한 구역과 시간 제약, 플랫폼이 배정하는 콜, 학습지 회사가 지정하는 학생 수업 일정 — 이 모든 조건이 사실상 사용자의 지시와 감독에 가깝다. 대법원도 오래전부터 이 현실을 알고 있었다. "계약의 형식이 도급이더라도 실질적으로 종속적 근로관계에 있다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그러나 이 판단은 사건별로 이루어진다. 개별 종사자가 노동위원회나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정규직이라면 바로 최저임금 미달 청구가 가능한 반면, 도급 종사자에겐 '근로자성 입증'이라는 허들이 앞에 하나 더 있다. 비용과 시간, 그리고 패소 위험까지 감수해야 한다.
도급 방식 최저임금 조항은 있지만 — 유명무실한 이유
최저임금법 제5조 제1항 단서는 "임금이 도급제나 그 밖의 유사한 형태로 정해진 경우, 생산고 또는 업적의 일정 단위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이 실제로 적용되려면 전제가 있다. 먼저 근로자성이 인정돼야 한다. 순서는 바뀌지 않는다. 근로자성 입증 후 도급 방식 최저임금 산정. 조항은 존재하지만, 입구부터 좁다.
유형별 최저임금 적용 현황
| 종사자 유형 | 계약 형태 | 최저임금 적용 | 근로자성 인정 가능성 | 실무 유의사항 |
|---|---|---|---|---|
| 정규직·기간제 근로자 | 근로(고용)계약 | ✅ 당연 적용 | 해당 없음 | 최저임금법 직접 적용 |
| 파견·용역 근로자 | 근로계약(파견사) | ✅ 당연 적용 | 해당 없음 | 파견사업주가 사용자 책임 |
| 배달라이더·대리기사 | 도급·위탁계약 | ❌ 원칙적 미적용 | △ 개별 소송 필요 | 플랫폼 종속성 입증이 관건 |
| 택배기사(지입차주) | 도급계약 | ❌ 원칙적 미적용 | △ 일부 판례 인정 | 작업 지시 방식이 핵심 증거 |
| 학습지 교사·보험설계사 | 위탁계약 | △ 판례에 따라 다름 | ⭕ 상대적으로 인정 많음 | 직종별 판례 축적 — 사전 확인 필요 |
| 독립 프리랜서 | 도급·용역계약 | ❌ 원칙적 미적용 | △ 업무 자율성 따라 달라짐 | 업무 통제 수준이 판단 기준 |
실무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
사업주(발주자) 입장에서
- 도급 계약서 형식이 안전 보장이 아니다 — '도급'이라고 써도 실질 종속성이 높으면 근로자로 인정된다. 지시·감독 방식, 출퇴근 통제, 구역 배정 여부가 핵심 판단 요소다.
- 고용노동부 실태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 — 고용부는 도급·위탁 구조 실태조사를 이미 진행 중이다. 배달·물류·플랫폼 업종이 우선 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 향후 입법 동향을 모니터링하라 — 2027~2028년 최저임금법 개정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 도급 단가 구조와 계약 방식 전반을 사전에 점검해 두는 게 리스크 관리다.
도급·위탁 종사자 입장에서
- 지금 당장 최저임금 신고는 어렵다 —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내도 각하된다. 노동위원회 또는 법원에 근로자성 확인 신청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 플랫폼 종속성 증빙 자료를 지금부터 보관하라 — 앱이 내려보낸 지시사항, 강제 배정 내역, 콜 수락률 관리 내역, 출퇴근 로그 등 종속성을 보여주는 자료가 향후 분쟁의 핵심 증거가 된다.
- 직종별 판례를 먼저 확인하라 — 학습지 교사·보험설계사 등 일부 직종은 법원에서 근로자성 인정 판례가 상당수 축적돼 있다. 자신의 직종 판례 경향을 먼저 파악하는 게 유리하다.
자문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이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쓰면 최저임금 안 줘도 되죠?"다. 그런데 실제 배달·물류·플랫폼 현장을 보면, 출퇴근 시간 통제·특정 구역 강제 배정·콜 수락률 관리·배차 거부 제재까지 하면서 도급 계약서만 쓰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근로감독관이나 노동위원회 사건에서 이런 자료가 나오는 순간, 계약서 형식은 무력해진다. 2025년 이후 플랫폼 종사자 근로자성 인정 판례가 늘어나면서 '도급이면 안전하다'는 통념이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지금이 계약 구조를 재점검할 시점이다.
다음 전선 — 도급 최저임금, 끝이 아니다
이번 부결이 끝이 아니라는 신호가 여러 곳에서 온다. 고용노동부는 최임위 표결 결과와 별개로 도급·위탁 구조 개선 방향을 공식화했다. 연구용역과 실태조사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점도 확인됐다. 정책 논의의 속도가 제도 변화의 예고편이다.
업종별 차등 적용 문제가 4년 연속 부결됐지만 매년 논의 강도가 높아졌듯, 도급제 적용 확대 문제도 비슷한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 역사상 처음으로 공식 심의 테이블에 오른 것 자체가 전환점이다. 2028년 최임위 심의에서 이 안건이 다시 올라올 것은 거의 확실하다. 그 전에 고용노동부 차원의 입법 논의가 선행될 수 있다.
2026년 8월 5일, 2027년 최저임금이 확정 고시된다. 그 수치가 얼마이든, 그 다음 질문은 이것이다. "이 최저임금은 누구에게 적용되는가."
자주 묻는 질문
Q. 배달라이더가 최저임금 미달 임금을 받으면 신고할 수 있나요?
현행 법 체계에서는 근로자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최저임금법 적용 대상이 아니라 고용노동부 진정이 어렵습니다. 노동위원회에 근로자 지위 확인을 먼저 신청하거나, 법원에 근로자성 확인 소송을 제기해야 합니다.
Q. 도급 계약서만 쓰면 최저임금 의무가 없나요?
아닙니다. 계약서 형식이 아닌 실질 관계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실질적으로 종속적 근로관계가 인정되면 도급 계약서가 있어도 최저임금이 적용됩니다.
Q. 2027년 최저임금은 언제 확정되나요?
고용노동부 장관이 2026년 8월 5일까지 확정·고시해야 합니다. 현재 노동계 1만 2,000원 vs 경영계 1만 340원으로 격차가 1,660원입니다.
Q. 고용노동부 개선 방향 검토는 언제 결론이 나나요?
구체적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다만 2028년 최임위 심의 전까지 입법 방향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학습지 교사나 보험설계사도 최저임금을 못 받나요?
직종에 따라 다릅니다. 학습지 교사·보험설계사 등 일부 직종은 법원에서 근로자성을 인정받은 판례가 상당수 있습니다. 자신의 직종 판례를 먼저 확인한 후 청구 가능 여부를 따져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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