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달 사이 두 명, 검찰이 본사에 들이닥쳤다 — HD현대중공업 연속 중대재해와 원청 책임의 경계
잠수함 화재 사망·잠수부 사망 연속 발생으로 본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도급인 책임 쟁점
2026년 4월 HD현대중공업 잠수함 화재로 하청 노동자가 사망하고, 검찰은 2024년 잠수부 사망 사건 수사를 확대해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10년간 중대재해 34건 중 22건이 하청 노동자 피해라는 통계가 말하는 구조적 문제와 함께,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도급인 책임 요건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 분석한다.
2024년 12월, 20대 잠수부가 혼자 물속으로 들어갔다. 30분짜리 산소통을 달고. 스쿠버 잠수는 2인 1조가 원칙이지만 그는 혼자였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2026년 4월 9일, 60대 여성 노동자가 잠수함 배터리룸 안에 있었다. 화재가 났고, 46명은 대피했다. 그는 남겨졌다. 33시간 뒤, 시신으로 수습됐다.
두 사건의 공통점 세 가지.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 그리고 — 2인 1조 원칙이 지켜지지 않은 작업 현장.
두 번의 비극, 하나의 구조적 문제
HD현대중공업에서 석 달 사이 두 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와 검찰 모두 수사에 착수했다. 4월 15일, 울산지방검찰청 형사5부는 검사와 수사관 30여 명을 울산 본사와 서울사무소에 동시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2024년 12월 잠수부 사망 사건에서 원청 책임을 묻기 위한 강제수사다.
노조가 공개한 통계는 더 직접적이다. 최근 10년간 이 사업장 중대재해 34건 중 22건 — 전체의 65% — 이 하청·외주 노동자 피해였다. 우연이 아니다. 구조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 법이 원청을 겨냥하는 방식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는 원청이 하청 노동자 사망에도 책임을 지는 조건을 명시한다. 도급·용역·위탁 등의 관계에서 원청이 그 시설·장비·장소 등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하청 노동자에게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가 원청에 부과된다.
요건은 두 가지다. 첫째, 도급·용역·위탁 관계. 둘째, 원청의 실질적 지배·운영·관리. 잠수함 공장은 원청 시설이다. 공정 일정은 원청이 관리한다. 배터리룸 진입 허가 절차가 있었다면 그것도 원청 관할이다. HD현대중공업이 두 번째 요건을 부정하기는 쉽지 않다.
대법원도 2024년 11월 인천항만공사 사건에서 "시설·장소에 대한 실질적 지배·운영·관리"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원심의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하면서, 발주자라도 현장을 실질적으로 통제했다면 도급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논리를 재확인했다. 이 판결은 원청 면책의 문턱을 더욱 높이는 선례로 작동하고 있다.
합병이 형사책임을 지운다? — 잠수부 사건의 법적 변수
2024년 12월 잠수부 사망 사건은 흥미로운 법적 쟁점을 안고 있다. 사고 당시 원청은 HD현대미포였다. 그런데 사고 이후 HD현대미포는 HD현대중공업에 흡수합병됐다. 법인 자체가 소멸한 것이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법인 합병 시 형사책임은 승계되지 않는다. 이는 중대재해처벌법상 법인에 대한 벌금형 부과가 원천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검찰이 합병된 회사의 임원 개인이나 승계된 책임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이 사건 수사의 핵심 변수가 된다.
반면 잠수함 화재 사건은 이런 복잡성이 없다. 사고 발생 당시와 수사 대상이 동일한 법인이다. 고용노동부 울산지청은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개시했다. 하청업체 대표 구속으로 끝날 사건이 아니라는 신호다.
실무에서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다섯 가지
- 밀폐공간 작업 절차서 보유 여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 별표 1은 잠수함 배터리룸처럼 산소 결핍 또는 유해가스 위험이 있는 공간을 밀폐공간으로 분류한다. 사전 산소 농도 측정 기록, 감시인 배치 일지, 작업 허가서가 갖춰져 있는지 반드시 확인한다.
- 2인 1조 원칙의 문서화: "원칙상 지켜야 한다"와 "지키지 않으면 작업 허가가 나지 않는다"는 전혀 다르다. 미준수 시 작업 중지 권한이 누구에게 있는지 작업 절차서에 명문화돼 있어야 한다.
- 도급 현장 목록 전수 파악: 원청 시설 내 하청·용역·위탁 업체가 작업 중인 모든 현장을 목록화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적용 대상을 파악하는 것이 안전 관리의 출발점이다.
- 반기 점검 기록 갱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은 도급인에게 반기 1회 이상 수급인의 안전보건 활동을 점검할 의무를 부과한다. 가장 최근 점검 일지가 언제인지, 고위험 작업 공간이 포함됐는지 확인한다.
- 비상 대응 매뉴얼 구체성 점검: "비상구로 대피한다"는 수준의 매뉴얼은 밀폐공간에서 무용지물이다. 특수 구조 장비 위치, 지휘 체계, 구조 불가 시 대기 프로토콜까지 구체화돼야 한다.
원청 경영책임자가 직면하는 실제 처벌 수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이 인정되면 경영책임자에게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 벌금이 별도로 부과될 수 있다.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 선고 사례가 나오기 시작했다.
2025년까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 대부분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다. 형식적 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한 무죄 1건을 제외하면, 안전보건관리체계 자체를 구축하지 않은 경우 무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실무의 현실이다. 이것은 이론이 아니라 이미 여러 건의 확정 판결로 굳어진 현실이다.
예견된 인재가 법정에 서는 날
노조가 이번 사고를 "예견된 인재"라고 부른 데는 이유가 있다. 잠수함 배터리룸은 밀폐공간 중에서도 위험도가 최상위다. 리튬 배터리 화재는 일반 소화기로 진화가 어렵고, 협소한 공간에서 전기 합선과 유독가스가 동시에 발생할 수 있다. 조선소 현장 관리자라면 당연히 알아야 할 위험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예견 가능한 위험에 대한 예방 체계 구축을 핵심 의무로 설정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몰랐다는 항변이 통하지 않는 구조다. HD현대중공업이 잠수함 창정비 작업의 특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그에 맞는 안전 체계를 갖추고 있었는지가 수사의 핵심이 된다.
석 달 사이 두 건, 10년간 22건의 하청 노동자 중대재해. 검찰이 본사 압수수색까지 단행한 것은 이 숫자가 우연이 아닐 수 있다는 판단이다. 원청의 안전 관리 의무가 조문이 아닌 현장에서 작동하고 있는지, 이 사건은 그 질문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시험대가 되고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중대재해처벌법 제5조 도급인 책임이 성립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한가요?
도급·용역·위탁 관계가 있고, 원청이 해당 시설·장비·장소를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는 책임이 있는 경우 두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성립한다.
Q. 하청업체 대표가 이미 구속됐으면 원청은 처벌을 피할 수 있나요?
아니다. 하청 대표의 처벌은 원청 책임과 별개로 진행된다. 원청 경영책임자도 의무 불이행이 인정되면 1년 이상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Q. 법인 합병 후에도 전 법인의 중대재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가능한가요?
대법원 판례상 법인 합병 시 형사책임은 승계되지 않는다. 합병 후 법인에 대한 벌금형 부과는 어렵지만, 개인 임원의 책임은 별도로 검토될 수 있다.
Q. 밀폐공간 작업 시 원청이 갖춰야 할 최소 안전 기준은 무엇인가요?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상 사전 산소 농도 측정, 환기 확보, 감시인 배치, 2인 1조 작업이 의무이며, 작업 허가서 발행 및 유지도 현장 관리 기준에 포함된다.
Q. 반기 점검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어떤 불이익이 있나요?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 불이행의 증거가 되며, 경영책임자 처벌의 핵심 근거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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