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추정제가 통과되면 — 프리랜서·특수고용직의 권리가 달라지는 것들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104조의2와 타다 대법원 판결(2024두32973)이 함께 바꾸는 입증책임의 지형
2026년 5월 노동절을 목표로 추진 중인 근로자추정제는 입증책임을 뒤집는다. 지금까지 '내가 근로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 했던 구조를, 사용자가 '근로자 아님'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로 바꾸는 것이다. 대법원 타다 판결(2024두32973)이 확립한 '알고리즘 통제 = 종속성' 법리와 맞물려, 배달라이더·프리랜서·특수고용직 수백만 명의 4대보험·최저임금·퇴직금 권리가 달라진다.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근로자로 추정한다" — 이 한 문장이 수백만 명의 권리를 바꾼다
2026년 4월 현재, 근로기준법 개정안 제104조의2 제1항이 입법예고 단계를 거치고 있다. 내용은 간단하다.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은, 이 법과 관련한 분쟁해결에서 근로자로 추정한다." 계약서 명칭이 '도급'이든 '위탁'이든 '프리랜서'든, 실제로 누군가를 위해 일하고 있으면 일단 근로자다. 이것을 뒤집고 싶으면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
입증책임이 뒤집힌다는 것은 단순한 절차 변화가 아니다. 분쟁의 결과 자체가 달라진다. 배달라이더, 프리랜서 강사, 골프장 캐디, 보험설계사 — 지금까지 "당신이 먼저 근로자임을 증명하라"는 벽에 막혀온 사람들이 이 법 하나로 다른 출발선에 서게 된다.
지금까지 입증책임은 왜 거꾸로 설계되어 있었나
현행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는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한다. 단순해 보이는 이 문장이 실무에서 작동하는 방식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대법원은 근로자성 판단에 8가지 표지를 적용한다. 지휘·감독 여부, 업무 내용의 특정 여부, 취업규칙 적용 여부, 보수의 성격, 독자적 사업 영위 가능성 등이다. 문제는 이 판단 과정에서 "나는 근로자다"를 증명할 의무가 일하는 사람에게 있었다는 것이다.
회사가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써두면, 노동자는 그것을 뒤집을 증거를 혼자 수집해야 한다. 업무 지시 내역, 알고리즘 통제 방식, 페널티 적용 기준 — 이 증거들은 대부분 플랫폼 서버나 회사 내부 시스템 안에 있다. 노동자는 스마트폰 캡처 화면과 증언으로 싸웠다. 이 구조적 불균형이 수십 년간 특수고용직과 플랫폼 노동자를 법의 보호 밖에 두는 토대였다.
대법원이 먼저 문을 열었다 — 타다 판결의 의미
입법보다 먼저 움직인 것은 법원이었다. 대법원은 2024년 7월 25일 선고한 2024두32973 판결에서,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의 드라이버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플랫폼 종사자의 근로자성을 정면으로 인정한 최초의 대법원 판결이다.
핵심 논리는 두 가지였다. 첫째, 알고리즘에 의한 통제도 종속성의 한 형태라는 것. 배차 알고리즘이 운전기사의 경로와 스케줄을 사실상 결정했다면, 이는 사용자의 지휘·명령과 다르지 않다. 둘째, 복수의 법인을 통한 간접 고용 구조도 사용자 책임을 면제하지 않는다는 것. 타다를 실질적으로 운영한 쏘카가 사용자로 인정됐다.
이 판결은 향후 유사 분쟁에서 노동자 측에 강력한 선례를 제공했다. 그리고 지금 추진 중인 근로자추정제는 이 판결의 논리를 법률로 제도화하는 작업이다.
근로자추정제가 바꾸는 것 — 세 가지 실질적 효과
추정제 도입으로 달라지는 실무 장면을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 산재 신청 문턱이 낮아진다. 현재는 산재보험 적용을 위해 근로자성을 먼저 입증해야 한다. 추정제가 도입되면 "일하다 다쳤다"는 사실만으로 일단 신청할 수 있고, 회사 측이 "이 사람은 근로자가 아니다"를 반박해야 한다. 하루 12시간 배달하다 교통사고를 당한 라이더가 처음부터 불리한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된다.
- 임금 체불 구제 접근성이 달라진다. 지금은 체불임금 신고를 해도 "근로자가 아니다"는 회사 주장에 진정이 반려되는 경우가 있다. 추정이 적용되면 노동청 진정이 바로 가능해지고, 처리 속도가 빨라진다.
- 단체교섭력이 강화된다. 노조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근로자 외 노무제공자의 단결권이 일부 확대됐지만, 추정제가 더해지면 단체교섭 테이블 자체에 앉을 수 있는 사람이 늘어난다.
함께 추진 중인 일하는사람기본법(일터 권리보장 기본법)은 한 발 더 나아간다. 고용형태나 계약 명칭과 무관하게 모든 노무제공자에게 안전하게 일할 권리, 차별 없이 대우받을 권리, 공정한 계약을 맺을 권리를 보장하는 근거 법률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전국민 고용·산재보험 확대도 이 기본법의 틀 안에서 추진된다.
사용자 측에서 지금 해야 할 일
추정제는 고용형태를 활용해 비용을 절감해온 플랫폼·서비스 기업에 즉각적인 실무 과제를 던진다.
- 계약서만으로는 추정을 깰 수 없다. "프리랜서 계약"이라고 명시해놓은 것은 물론, 사업자등록증 보유 여부도 결정적 기준이 되지 못한다. 실질적 독립성 — 스스로 업무 방식을 결정하고, 다른 사업자와 동시에 계약하며, 손익이 직접 귀속되는지 — 을 계약서와 운영 실무 양쪽에서 입증해야 한다.
- 알고리즘 통제 구조를 점검해야 한다. 배차 알고리즘, 수락률 요건, 평점 시스템, 페널티 기준 등이 법원에서 "종속성"의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지금부터 운영 방식을 문서화해두는 것이 향후 분쟁 대비에 유리하다.
- 4대보험 비용을 시뮬레이션해야 한다. 추정이 뒤집히지 않아 근로자로 인정되면 4대보험 사용자 부담분(월 보수의 약 9~10%)이 소급 적용될 수 있다. 종사자 수가 많은 플랫폼일수록 재무적 충격이 크다. 지금 인원 구조를 점검하고 법적 리스크를 계량화해두는 것이 필요하다.
- 업종별 적용 범위를 주시해야 한다. 현재 입법 과정에서 모든 노무제공자를 대상으로 할지, 특정 플랫폼 종사자에 한정할지 논의가 진행 중이다. 독일·스페인 등 유럽은 플랫폼 배달 종사자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했다. 한국도 업종별 적용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입법 이후에도 남는 쟁점들
추정제가 도입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 쟁점이 세 가지 남는다.
첫째, 추정 반박 요건의 설계다. 너무 쉽게 반박할 수 있으면 추정제가 유명무실해지고, 너무 엄격하면 실제로 독립성을 가진 1인 사업자도 원치 않게 근로자로 분류되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 균형을 어디서 잡느냐가 법의 실효성을 결정한다.
둘째, 법원의 해석이다. 법 문언이 도입돼도 실제 분쟁은 법원에서 결론 난다. 대법원이 추정 반박 요건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법의 실질적 효과가 달라진다. 타다 판결에서 보여준 "알고리즘 통제 = 종속성" 논리가 추정제 판단에서도 유지될지 주목해야 한다.
셋째, 노동계 내부의 시각차다. 일부 노동계는 추정제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추정을 적용받더라도 여전히 근로기준법의 적용 범위(근로자 개념) 자체를 확대하지 않으면, 추정제를 통해 근로자로 인정받아도 기존 판단 기준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근로자 개념 자체의 재정의 없이는 반쪽짜리 개혁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5월 1일(노동절)을 목표로 입법 예고 이후 절차를 진행 중이다. 국회 심의, 시행령 정비까지 고려하면 실제 시행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하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 "일하는 사람이면 일단 보호받는다"는 원칙을 법제화하는 흐름은 대법원 판결과 입법 추진이 맞물리면서 이미 돌이키기 어려운 단계에 접어들었다.
플랫폼 기업 법무·인사팀과 특수고용직 종사자 모두, 지금 이 입법안의 조문과 국회 심의 과정을 주시해야 할 때다.
자주 묻는 질문
Q. 근로자추정제가 도입되면 프리랜서 계약서는 무효가 되나요?
계약서 자체가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분쟁 발생 시 사용자가 "근로자 아님"을 입증하지 못하면 근로자로 인정됩니다. 계약 명칭보다 실질 관계가 우선합니다.
Q. 배달라이더나 대리운전기사도 자동으로 근로자가 되나요?
자동 확정이 아니라 입증책임의 전환입니다. 플랫폼 사업자가 종사자의 독립성을 입증하면 추정이 깨집니다. "근로자로 추정"되는 것이지 "근로자로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 사업자등록을 하고 있으면 근로자추정이 적용 안 되나요?
사업자등록 여부는 근로자성 판단의 결정적 기준이 아닙니다. 대법원은 실질적 종속성 중심으로 판단하며, 사업자등록이 있어도 근로자로 인정된 사례가 다수 있습니다.
Q. 특수고용직이 추정제로 근로자 인정되면 퇴직금도 받을 수 있나요?
추정이 유지되어 근로자로 확정되면 퇴직금, 최저임금, 연차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모든 권리가 적용됩니다. 단, 소급 기간은 분쟁 결과에 따라 달라집니다.
Q. 근로자추정제는 언제부터 시행되나요?
2026년 5월 1일 노동절을 목표로 입법 예고가 진행 중입니다. 국회 심의와 시행령 정비가 완료돼야 시행되며, 실제 시행 시점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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