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언제 인정되나 — 노조법 제38조와 법원이 그어온 경계선
삼성바이오로직스 파업 사건으로 다시 주목받는 '부패 방지 작업' 조항 — 바이오 공정은 필수유지업무인가, 아닌가
배양 중인 세포가 파업 시작과 동시에 죽기 시작한다면, 법원은 파업 자체를 막을 수 있을까. 2026년 4월 9일 인천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 심문정에서 바로 이 질문이 던져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조법 제38조 제2항의 '부패 방지 작업' 조항은 특정 공정에 한해 파업 중에도 업무 수행 의무를 부과할 수 있지만, 공장 전체 조업 중단을 금지하는 근거로는 인정되기 어렵다.
배양 중인 세포가 파업 시작과 동시에 죽기 시작한다면, 법원은 파업 자체를 막을 수 있을까. 2026년 4월 9일 인천지방법원 민사합의21부 심문정에서 바로 이 질문이 던져졌다. 결론부터 말하면, 노조법 제38조 제2항의 '부패 방지 작업' 조항은 특정 공정에 한해 파업 중에도 업무 수행 의무를 부과할 수 있지만, 공장 전체 조업 중단을 금지하는 근거로는 인정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제38조 제2항을 근거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오랫동안 병원·철도 같은 공익사업에서만 문제됐던 '파업 중 일부 업무 강제 유지' 논쟁이 민간 바이오 기업으로 번졌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나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소속)는 약 14% 임금 인상과 상한 없는 성과급을 요구하며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했다. 찬성률 95.5%로 가결됐고, 5월 1일 창사 첫 총파업을 예고했다.
회사 측은 파업 예고 직후인 4월 1일 인천지방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핵심 주장은 하나다. "배양·정제 공정이 단 하루만 멈춰도 배양 중인 단백질과 항체가 변질·폐기된다. 현재 진행 중인 배치(batch)만 약 100개, 하루 손실이 최소 6,400억 원에 달한다."
노조는 정면으로 반박했다. "사측 주장대로라면 배양·정제 공정 종사자들은 사실상 파업에 참여할 수 없다. 이는 헌법 제33조가 보장한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침해다."
법원은 4월 9일 심문기일을 종결하고 4월 24일 이전에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이 사건이 업계 전체에 파장을 일으키는 이유는, 바이오 CMO(위탁생산) 업종에서 처음으로 제38조 제2항이 가처분 근거로 전면 등장했기 때문이다.
두 조항의 충돌 — 노조법 제38조 vs 제42조의2
이 사건에서 충돌하는 법리는 크게 두 갈래다. 어느 조항이 적용되느냐에 따라 제재 수위와 적용 대상 자체가 달라진다.
노조법 제38조 제2항 — '부패 방지 작업'은 쟁의 중에도 계속해야 한다
회사가 근거로 든 조항이다. 정확한 조문은 다음과 같다.
-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8조 제2항: "작업시설의 손상이나 원료·제품의 변질 또는 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은 쟁의행위 기간 중에도 정상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조항 자체는 명확하다. 문제는 '범위'다. 살아있는 세포를 배양하는 공정 전체를 이 조항으로 묶을 수 있느냐가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회사 측 논리는 "배양·정제 공정은 구조적으로 부패 방지 작업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반면 노조는 "공정 중단 시 폐기 여부는 고객사와의 계약 조건에 따른 것이지, 모든 공정이 법적 의미의 '부패 방지 작업'은 아니다"라고 맞선다.
학계와 실무계에서는 제38조 제2항이 적용되는 '부패 방지 작업'을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면, 제조업 대부분에서 파업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클린룸, 식품 가공라인, 화학 플랜트도 '중단 시 손해 발생'이라는 논리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법 제42조의2 — 필수유지업무는 따로 있다
노조법 제42조의2는 필수공익사업에 한정해 쟁의행위를 제한한다. 철도, 수도, 전기, 가스, 석유 정제·공급, 병원, 한국은행, 통신 등 공중의 생명·건강이 직결되는 사업이 대상이다.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 기업은 이 목록에 없다.
두 조항을 비교하면 이렇다.
- 제42조의2(필수유지업무): 공중 생명·안전 보호 목적 — 법정 필수공익사업에만 적용. 위반 시 형사처벌(노조법 제89조, 3년 이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 벌금) 가능
- 제38조 제2항(부패 방지 작업): 재산 보호 목적 — 모든 사업장에 적용 가능. 위반 시 민사적 손해배상 또는 가처분 신청 근거로 활용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필수공익사업이 아니므로 제42조의2는 적용 대상이 아니다. 회사가 제38조로 가처분을 청구한 이유가 여기 있다. 그러나 법원은 두 조항의 목적과 대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제38조를 필수유지업무와 동등한 효과로 해석하는 데 신중한 태도를 취해왔다.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법원은 어떻게 판단해왔나
가처분은 본안 소송 전 임시 처분이다.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하려면 두 가지 요건이 인정돼야 한다.
- 피보전권리(보전할 권리)의 존재: 쟁의행위가 제38조를 위반해 회사 재산권을 침해할 것이 소명되어야 한다
- 보전의 필요성(긴급성): 본안 판결까지 기다리면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해야 한다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에서 법원이 특히 신중한 이유는 헌법 문제 때문이다. 단체행동권은 헌법 제33조 제1항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법원이 가처분으로 파업 자체를 막는 것은 기본권 행사를 일시 정지하는 것과 같다.
이 때문에 법원은 일반적으로 공정 전체를 금지하는 가처분은 거부하고, 제38조상 부패 방지 작업에 한정해 인용하는 경향이 있다. 전면 금지는 단체행동권의 본질적 침해로 위헌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과거 유사 사례에서 법원은 '부패 방지 작업'을 극히 좁게 해석했다. 예를 들어 식품 공장에서 이미 포장 공정에 들어간 제품이 변질될 우려가 있는 특정 공정만 인정한 사례가 있다. 공장 전체 조업을 막는 가처분은 인용된 선례가 사실상 없다.
실무에서 주목할 포인트
이번 사건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결론과 무관하게 기업과 노조 모두 알아야 할 핵심이 있다.
사용자 측 체크리스트
- 제38조 적용 공정 사전 특정: 쟁의행위 전에 '부패 방지 작업'에 해당하는 공정을 구체적으로 목록화해야 한다. 법원은 '전체 공정이 부패 방지 작업'이라는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 손해 규모의 입증자료 준비: 공정 중단 시 예상 손해를 계량화한 자료(배치별 손실액, 변질 시점 등)를 갖춰야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
- 전면 금지보다 일부 금지로 신청: 전체 파업 금지 가처분은 인용 가능성이 낮다. 제38조 적용 공정만 특정해 신청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 단체협약에 제38조 적용 업무 명시: 사전에 노사 합의로 해당 업무 범위를 협약에 넣어두면 분쟁 시 증거로 활용할 수 있다
노조 측 체크리스트
- 부패 방지 작업 범위 사전 확인: 회사와 사전에 제38조 적용 업무 범위를 협의해두면 가처분 분쟁을 줄일 수 있다
- 필수유지업무협정 여부 확인: 제42조의2 적용 대상인 필수공익사업이라면 법적으로 협정 체결 의무(노조법 제42조의3)가 있다
- 가처분 이의 신청 권리 활용: 가처분이 인용되더라도 법원에 이의신청(집행정지 또는 취소)을 청구할 수 있다
- 파업 선언과 동시에 제38조 업무 이행 여부 논의: 사전에 부패 방지 작업 범위를 정리하고, 해당 업무 종사자는 별도 교섭 창구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의 전망
이 사건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선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첫째, 바이오·제약 CMO 업종에서 제38조가 얼마나 넓게 적용되는지에 대한 첫 법원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인용 범위에 따라 같은 업종 다른 기업들의 대응 전략도 달라진다. 법원이 배양·정제 공정 전체를 부패 방지 작업으로 인정하면 업계 표준이 바뀔 수 있다. 반대로 특정 공정 일부만 인용하면, 앞으로 바이오 기업들은 공정을 더 세밀하게 구분해 가처분을 신청해야 할 것이다.
둘째, 가처분을 노동분쟁 전략으로 활용하는 흐름이 강해지는 추세다. 바이오 외에도 반도체 클린룸, 데이터센터 등 '공정 중단 시 즉각적 손해'가 발생하는 업종에서 유사 가처분 신청이 늘어날 수 있다. 이 흐름이 강해질수록 법원이 '부패 방지 작업'의 범위를 얼마나 좁게 유지할 것인지가 노동법 실무의 중요한 쟁점으로 부상한다.
법원의 결정이 어떻게 나오든, 이 사건은 파업권과 재산권이 만나는 지점에서 법원이 어디에 선을 긋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사측이 원하는 것은 공정 전면 중단 금지지만, 법원이 실제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는 그보다 훨씬 좁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결정은 한국 제조업 전반에서 제38조의 실효적 범위를 재정의하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노조법 제38조 제2항이 적용되면 파업이 전면 금지되나요?
아닙니다. 제38조 제2항은 원료·제품의 변질·부패를 방지하기 위한 작업에 한해 쟁의행위 중에도 수행 의무를 부과합니다. 해당 공정 외 파업은 허용됩니다.
Q. 바이오 기업도 필수유지업무 협정을 맺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필수유지업무협정(노조법 제42조의3) 체결 의무는 철도·수도·전기·병원 등 법정 필수공익사업에만 적용됩니다. 바이오 CMO 기업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Q.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면 파업 참여 시 어떤 책임이 생기나요?
가처분 결정을 위반해 파업을 강행하면 회사는 노조와 조합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와 강제집행(간접강제)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Q. 가처분이 인용됐을 때 노조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나요?
가처분 결정에 대해 법원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고, 이의 결정에 불복하면 즉시항고도 가능합니다. 인용 결정이 확정되더라도 본안 소송에서 별도로 다툴 수 있습니다.
Q. '부패 방지 작업'의 범위를 사전에 노사가 협의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단체협약이나 쟁의행위 대응 협정에 제38조 적용 업무 범위를 미리 명시해두면 분쟁을 예방하고 가처분 인용 범위를 미리 한정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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