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면세점 영업시간도 교섭 테이블 위로 — 원청 사용자성 인정의 의미
개정 노조법 제2조·제3조 시행 + 서울지방노동위 결정으로 판매사원 단체교섭권이 새 국면에 진입했다
금요일 밤 9시 30분 — 백화점이 정한 연장영업 시간이다. 입점업체 판매사원 수백 명은 별도 합의 없이 그 시간까지 매장을 지킨다. 월 1회 정기휴점 여부도, 연휴 특별영업 일정도 백화점 본사가 결정한다.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데 왜 백화점이 교섭 당사자가 돼야 하느냐는 물음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6년 4월 21일 분명한 답을 내놨다. "영업시간을 결정하는 자가 곧 근로조건을 지배하는 자"라는 판단이다.
금요일 밤 9시 30분 — 백화점이 정한 연장영업 시간이다. 입점업체 판매사원 수백 명은 별도 합의 없이 그 시간까지 매장을 지킨다. 월 1회 정기휴점 여부도, 연휴 특별영업 일정도 백화점 본사가 결정한다. 직접 고용 관계가 없는데 왜 백화점이 교섭 당사자가 돼야 하느냐는 물음에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6년 4월 21일 분명한 답을 내놨다. "영업시간을 결정하는 자가 곧 근로조건을 지배하는 자"라는 판단이다. 입점업체 판매사원 수만 명의 노동 현실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나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동조합(이하 백면노조)은 2026년 3월 10일 롯데·신세계·현대·한화갤러리아·AK 백화점 5개사와 롯데·신라·신세계·현대·HDC·JDC 면세점 6개사에 단체교섭을 공식 요구했다.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시행일에 맞춰 일제히 공문을 발송한 것이다. 그러나 상당수 원청이 교섭요구사실 공고 자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노동위원회 시정신청으로 이어졌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2026년 4월 21일, 롯데백화점·현대백화점·신라면세점·신세계면세점 4개사에 대한 시정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해당 원청들이 노조법상 교섭 의무를 지는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공식 확인이다. 백면노조가 제시한 교섭 의제는 세 가지다. ① 금·토·일 30분 연장영업 폐지, ② 월 1회 정기휴점(매달 둘째 주 월요일) 정례화, ③ 화장실·휴게실 등 시설 환경 개선이다. 판매사원들의 실제 근무 시간과 휴식 조건에 직결되는 사안들이다.
왜 이번 결정이 중요한가
이 결정은 단순한 노사 분쟁 하나가 아니다. 세 가지 흐름이 맞물려 만들어진 결과다.
서울행정법원 선행 판결이 기반을 닦았다
2025년 10월 30일 서울행정법원(사건번호 2024구합72896)은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과 롯데·신세계·신라 면세점이 입점업체 소속 판매사원에 대해 단체교섭 의무를 부담하는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핵심 논거는 원청이 영업시간·영업일·정기휴점 등을 전적으로 결정하고, 이것이 조합원들의 근무일·근무시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친다는 실질적 지배력이었다. 법원은 이에 더해 고객 응대 매뉴얼 이행 감독 권한, 화장실·휴게실 등 공용시설 관리 권한도 원청의 교섭 의무 범위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서비스업 영역에서 실질적 지배력 법리가 적용된 첫 주요 판결로 평가된다.
개정 노조법 제2조·제3조가 법적 근거를 명문화했다
2026년 3월 10일 시행된 개정 노조법은 제2조(정의)와 제3조(손해배상 제한)를 개정해 사용자의 범위를 법령 차원에서 명확히 했다. 개정 노조법 제2조는 근로계약의 직접 상대방이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본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로써 법원 판례로만 인정되던 원청 사용자성이 법령 차원에서도 명문화됐다. 원청이 "직접 고용한 게 아니다"라는 논리로 교섭을 회피할 여지가 법적으로 크게 줄었다는 의미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유통업으로 확장됐다
지금까지 원청 사용자성 논의는 주로 파견·도급이 일반화된 제조업 현장에서 발전해 왔다. 이번 판결과 노동위 결정은 그 적용 범위가 유통·서비스업으로 본격 확대된 전환점이다. 전국 대형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일하는 수만 명의 입점업체 판매사원에게 실질적인 의미를 갖는 변화다.
교섭 의제별 원청 사용자성 판단 — 무엇이 되고 무엇이 안 되나
| 교섭 의제 | 원청의 실질 지배 근거 | 법원·노동위 판단 | 비고 |
|---|---|---|---|
| 영업시간·영업일 (연장영업·정기휴점) | 백화점·면세점이 단독 결정, 입점업체 의견 미반영 | 교섭 의무 인정 | 서울행정법원·서울지노위 공히 인정 |
| 고객 응대 매뉴얼 이행·감독 | 원청 시설관리팀이 운영 기준 수립·현장 감독 | 교섭 의무 인정 | 안전·근무환경 포함 |
| 화장실·휴게실 등 시설 환경 | 원청이 공용시설 관리·개선 권한 보유 | 교섭 의무 인정 | 시설 투자·보수 포함 |
| 임금·성과급·복리후생 | 입점업체가 독자 결정, 원청 개입 없음 | 교섭 의무 불인정 | 입점업체와 교섭해야 함 |
| 채용·해고·인사이동 | 입점업체가 독자 결정, 원청 개입 없음 | 교섭 의무 불인정 | 입점업체와 교섭해야 함 |
실무에서 반드시 짚어야 할 포인트
- 교섭 요구 공문 수령 즉시 법적 의무 개시 — 노조로부터 단체교섭 요구를 받은 날로부터 교섭요구사실 공고 의무가 발생한다. 공고를 거부하거나 지연하면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에 해당할 수 있다.
- 교섭 의제 범위 선별이 핵심 전략 — 원청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사항(영업시간·시설)과 그렇지 않은 사항(임금·인사)을 구분해 교섭 테이블을 설계해야 한다. 전부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 리스크가 올라가고, 범위를 무제한 수용하면 입점업체 경영권 침해 논란이 생긴다.
- 입점 계약서 즉시 점검 — 현행 입점 계약에 영업시간 조정 권한, 시설 관리 기준 등이 어떻게 명시돼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약 내용에 따라 교섭 가능 범위와 의무의 귀속 주체가 달라질 수 있다.
- 복수 노조·다층 교섭 구조 사전 설계 — 원청 직원 노조와 입점업체 노조가 모두 교섭을 요구하는 경우 창구 단일화 절차(노조법 제29조의2)가 적용된다. 교섭 창구 단일화 전략을 미리 준비해 두지 않으면 교섭이 장기화될 수 있다.
- JDC 등 미이행 사업장 추가 시정신청 예고 — 아직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 추가 시정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예고돼 있다. 유사 업종 원청은 선제적 법률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
자문 현장에서 원청·입점업체 간 분쟁을 다뤄 보면, 원청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은 교섭 의제를 전부 거부하면 된다는 오판이다. 영업시간처럼 원청이 전적으로 결정하는 사항은 교섭 의제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고, 이를 일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 리스크가 급격히 올라간다. 실무에서는 의제를 ① 원청 지배 영역, ② 입점업체 지배 영역, ③ 공동 결정 영역으로 나눠 교섭 테이블을 설계하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앞으로의 전망
이번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결정은 시작점에 불과하다. 아직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에 대해서는 추가 시정신청과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예고돼 있다. 한화갤러리아·AK백화점, HDC현대면세점,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등도 같은 구도 속에 놓여 있다.
장기적으로는 대형마트·아울렛·복합쇼핑몰 등 입점 구조로 운영되는 유통 채널 전반으로 원청 교섭 요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개정 노조법 제2조가 사용자 범위를 명문으로 확장한 만큼, 원청 사용자성 인정 범위는 앞으로도 넓어지는 방향으로 판례가 축적될 것으로 보인다.
원청 사업주 입장에서는 교섭 자체를 회피하기보다 교섭 가능 의제의 범위를 명확히 설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전략이 현실적이다. 교섭 거부로 인한 부당노동행위 판정은 형사처벌(노조법 제90조,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판매사원 입장에서는 원청이 지배하는 영업시간·시설 의제에 집중해 교섭력을 효과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접 고용하지 않은 백화점이 왜 단체교섭 의무를 지나요?
개정 노조법 제2조는 직접 고용 여부와 무관하게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정의합니다. 영업시간과 정기휴점을 원청이 단독 결정하는 구조라면 교섭 의무가 발생합니다.
Q. 이번 서울지방노동위원회 결정으로 당장 교섭이 시작되나요?
시정명령 인용으로 원청은 교섭요구사실 공고 의무를 이행해야 합니다. 공고 후 노조의 정식 교섭 요구가 접수되면 교섭 절차가 개시됩니다. 공고 이행 자체를 거부하면 추가 부당노동행위가 됩니다.
Q. 교섭 의제가 영업시간에만 한정되나요?
아닙니다. 원청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는 고객 응대 기준, 화장실·휴게실 등 시설 환경도 의제가 됩니다. 다만 임금이나 채용처럼 입점업체가 독자 결정하는 사항은 원청 교섭 대상에서 제외됩니다.
Q. 입점업체(직접 고용주)는 더 이상 교섭 의무가 없나요?
아닙니다. 입점업체는 여전히 임금·인사·채용 등 자신이 결정하는 근로조건에 대해 교섭 의무를 집니다. 원청과 입점업체 각자가 자신의 지배 영역에서 교섭 당사자가 되는 구조입니다.
Q. 원청이 교섭 공고를 거부하면 어떤 제재를 받나요?
교섭 요구 공고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에 해당할 수 있으며, 노조법 제90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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