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이 진짜 사용자다 — 현대자동차 판결이 바꾼 불법파견 법리
대법원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과 한화오션 경남지노위 결정의 연결고리
근로계약서에 적힌 회사 이름이 '사용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누가 실제로 지시하고 통제했느냐가 핵심이다. 2010년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사건에서 이 원칙을 확고히 했고, 그 판결이 지금도 조선·급식·물류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2026년 초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 급식 위탁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권을 인정한 것은 그 연장선이다.
근로계약서에 적힌 회사 이름이 '사용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누가 실제로 지시하고 통제했느냐가 핵심이다. 2010년 대법원은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사건에서 이 원칙을 확고히 했고, 그 판결이 지금도 조선·급식·물류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고 있다. 2026년 초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 급식 위탁 노동자들의 원청 교섭권을 인정한 것은 그 연장선이다.
계약서 밖에서 벌어지는 일 — 한화오션 거제 현장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급식을 위탁받은 웰리브 소속 노동자들은 2026년 초 원청인 한화오션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근로계약을 맺은 상대는 웰리브였다. 그런데도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한화오션을 교섭 당사자로 인정했다.
판단을 뒷받침한 사실관계는 세 층위로 나뉜다. 첫째, 한화오션이 급식 메뉴 기준·위생 지침·근무 인원 배치를 위탁업체에 직접 지시했다. 둘째, 웰리브는 독자 판단 없이 그 지침을 그대로 이행했다. 셋째, 용역 단가를 한화오션이 사실상 결정했고, 이것이 노동자 임금 수준에 직결됐다.
이 세 가지가 동시에 인정되는 순간, 한화오션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가 된다. 교섭 거부는 곧 부당노동행위다.
2010년 대법원이 그어놓은 선 — 2007두8881·2007두9075
대법원은 2010년 3월 25일, 현대자동차 아산·전주 공장 사내하청 사건 두 건을 같은 날 선고했다. 사건번호 2007두8881과 2007두9075다. 하청 근로자들은 하청 업체와 근로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작업은 현대자동차 생산라인에서 현대자동차 관리자의 지시로 이루어졌다. 업무 배치, 작업 방식, 속도, 심지어 휴게 시간까지 원청이 통제했다.
대법원은 계약서 제목이 '도급'이더라도, 원청이 하청 근로자에 대해 실질적 지휘·감독을 행사했다면 그 관계는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상 근로자파견이라고 판시했다. 핵심 법리 세 가지가 이 판결로 확립됐다.
- 형식이 도급이어도 실질이 파견이면 파견법이 적용된다.
- 파견법상 사용사업주(원청)는 파견 근로자에 대해 직접고용 의무 등 사용자 책임을 진다.
- 2년을 초과해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면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라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
이 판결이 나온 뒤 자동차·조선·제철 업종 전반에서 수천 명의 하청 근로자가 직접고용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파견 판단의 기준점이 되었다는 뜻이다.
어떤 상황이 파견으로 판정되나 — 법률이 가리키는 기준
도급과 파견을 가르는 기준은 노동위원회와 법원이 거듭 정교화해 왔다. 계약서 명칭이 아니라 현장 작동 방식이 핵심이다. 파견법 제2조 제1호는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실무에서 파견 판단에 불리한 요소들은 다음과 같다.
- 원청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직접 내린다.
- 하청 업체가 독자적 재량 없이 원청 지침을 그대로 수행한다.
- 하청 근로자가 원청 생산·서비스 라인에 통합되어 원청 직원과 혼재 근무한다.
- 원청이 근태관리·작업 속도·품질 기준을 직접 설정한다.
- 하청 업체가 독자적 장비나 기술 없이 원청 시설과 장비만 사용한다.
- 용역·도급 단가를 원청이 일방적으로 결정하고 하청의 협상력이 사실상 없다.
위 항목들이 많이 중첩될수록 '실질은 파견'이라는 판단에 가까워진다. 노조법상 사용자성은 파견법보다 더 넓은 개념이다.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를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 정의하며, 근로계약의 형식보다 실질적 지배력을 기준으로 삼는다.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되면 달라지는 것들
법적 판단이 나오는 순간 여러 효과가 동시에 발생한다. 원청이 노조법상 사용자가 되면 단체교섭 의무가 생긴다. 정당한 이유 없는 교섭 거부는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3호)로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이 가능하다.
파견법상 사용사업주로 인정되면 추가 효과가 따른다. 2년 초과 사용 시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라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하며, 허용 업종 외 파견이거나 파견 허가 없이 사용한 불법파견인 경우에는 2년 요건 없이 즉시 직접고용 의무가 생긴다. 원청이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근로자는 민사 소송에서 근로자 지위 확인과 임금 차액 청구를 할 수 있다.
지금 현장에서 해야 할 것 — 실무 체크리스트
원청 사용자성이나 불법파견 주장을 준비하는 쪽이라면 증거 확보가 먼저다. 어떤 자료가 결정적이 될지 미리 정리해둬야 한다.
- 원청의 업무 지시 문서(이메일, 지침서, 회의록, 메신저 캡처)를 날짜별로 수집한다.
- 원청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직접 지시한 구체적 사례를 내용과 날짜로 기록한다.
- 하청 업체의 독자적 의사결정이 실제로 존재했는지 점검한다. 없다면 파견 판단에 유리한 자료다.
- 용역·도급 계약서의 단가 결정 구조와 실제 협상 경위를 문서화한다.
- 원청 사업장에서 원청 장비와 시설만 사용해 작업했다면 사진·작업일지로 확보한다.
- 2년 이상 같은 원청 사업장에서 근무한 근로자는 직접고용 청구 소멸시효(3년)를 확인한다.
- 노동위원회 교섭요구 공고 절차(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경로를 사전에 파악한다.
원청 쪽에서도 점검이 필요하다. 지금 위탁·도급 계약의 실제 운영 방식이 사내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외부 시각으로 검토해야 한다. 계약서에 '도급'이라고 적혀 있어도 현장에서 원청 담당자가 일상적으로 지시를 내리고 있다면, 이미 파견법·노조법의 사정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이다.
조선·급식·물류까지 — 분쟁의 전선이 넓어진다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이 나온 지 15년이 지났지만, 불법파견과 원청 사용자성을 둘러싼 분쟁은 오히려 늘었다. 조선업 수주 회복, 물류 대형화, 급식·청소·경비 위탁 확대가 맞물린 결과다. 원청 입장에서 간접 노무관리 비용을 줄이려는 유인은 여전하고, 하청 노동자 입장에서 임금과 고용안정을 원청에 요구하려는 동기도 커지고 있다.
한화오션 경남지노위 결정은 지방노동위원회 초심 판단으로, 중앙노동위원회 재심과 행정소송이 남아 있다. 최종 확정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것이다. 그러나 그 결정이 보낸 신호는 분명하다. 비슷한 구조의 위탁·하청 노동자들이 같은 논리를 들고 각 지노위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는 선례가 생긴 것이다.
이미 법리는 확립되어 있다. 실질이 파견이면 파견법이 적용되고, 원청이 사실상 노동조건을 지배하면 노조법상 사용자 책임을 진다. 계약서 한 장이 그 판단을 막지 못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청 관리자가 하청 근로자에게 지시를 내리면 무조건 불법파견인가요?
단정 짓기 어렵지만 강력한 판단 징표다. 대법원은 지휘·감독의 실질, 하청의 독자성 여부, 원청 장비 전용 사용 등을 종합해 판단한다. 2007두8881 판결이 이 기준을 정립했다.
Q. 불법파견 상태가 2년을 넘으면 어떻게 되나요?
파견법 제6조의2에 따라 원청이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된다. 근로자는 원청을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을 제기하고 정규직 임금과의 차액을 청구할 수 있다. 불법파견은 2년 요건 없이 즉시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
Q. 도급인지 파견인지는 어떻게 구분하나요?
도급은 하청이 독자 재량으로 업무를 완성하고 원청은 결과물만 받는 구조다. 파견은 원청이 근로자를 직접 지휘하는 구조다. 계약서 명칭이 '도급'이어도 실제 운영이 파견 방식이면 파견법이 적용된다. 법원은 형식보다 실질을 우선 본다.
Q. 원청이 교섭을 거부할 경우 어떻게 대응하나요?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상황에서 교섭을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 제3호)에 해당한다.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하거나 형사 고발할 수 있다. 구제신청은 위반 행위일로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
Q. 한화오션 경남지노위 결정은 최종 확정됐나요?
아직 아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 신청과 이후 행정소송까지 남아 있어 최종 확정까지 수개월 이상 걸릴 수 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허용해도 14일 안에 서면 통지한다
2026년 11월 27일 시행 시행령 개정, 신청서 접수부터 통지문 발송까지
뉴스브리핑📌 [11월 4일] 노동뉴스 브리핑: 사장 친족 성희롱도 과태료 최대 1천만원
상습체불 777명 첫 신용제재 · 효성중공업 72시간 파업 · 청년 공짜야근 100곳 감독
판례분석🎯 아리셀 판결이 가른 대표 책임, CSO 선임만으론 안 된다
대법원 확정 법리로 다시 읽는 중대재해처벌법 하급심 유죄·무죄
뉴스브리핑📌 [11월 3일] 노동뉴스 브리핑: 한화 고과 차별, 부당노동행위 인정
한화 고과 차별 판결 · 여성 산재 승인율 · 초광역특구 의제 · JTI 연차 K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