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의 사용자성, 어디까지인가 — 한화오션 결정과 대법원 2007두8881 판결이 그은 선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서비스 위탁 업종으로 확장된 원청 사용자성 법리와 실무 대응 포인트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의 급식 위탁업체 웰리브지회에 대해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다. 대법원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2010.3.25 선고)이 확립한 실질적 지배력설이 노란봉투법으로 명문화된 이후, 서비스 위탁 업종에서 처음 적용된 사례다. 교섭 의무 범위, 계약 구조 점검, 부당노동행위 리스크를 단계별로 정리했다.
2026년 3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제3조 개정)이 시행된 지 한 달, 하청노조 1,011곳이 원청 372곳을 상대로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경남지방노동위원회가 한화오션에 대해 급식 위탁업체 노조의 단체교섭 상대방이 될 것을 명한 이번 결정은, 제조업 중심이던 원청 사용자성 법리가 서비스 위탁 업종으로 처음 확장됐다는 점에서 실무계 전체에 파장을 던지고 있다.
대법원이 16년 전 그어놓은 선: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
원청의 사용자성 논의를 이해하려면 2010년 3월 25일 선고된 대법원 판결로 돌아가야 한다. 대법원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은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사건에서,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원청이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해 실질적 지배·결정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상 사용자로서 단체교섭에 응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른바 '실질적 지배력설'이다.
이 판결의 핵심 논리는 세 가지다. 첫째, 사용자 개념을 형식적 근로계약으로 한정하면 간접고용 노동자의 단결권이 공동화된다. 둘째,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사용자를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로도 정의하여 실질적 지배 주체를 포섭할 여지를 열어두었다. 셋째, 원청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의 범위 내에서 교섭 의무가 발생한다. 이 판결이 현행 실무의 준거점이다.
노란봉투법이 바꾼 것: 법문화된 실질적 지배력
개정 노조법 제2조 제2호는 판례가 쌓아온 실질적 지배력설을 명문화했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그 사항의 범위에서 사용자로 본다는 규정이 법률에 직접 들어왔다. 판례 법리가 법률 조문이 된 것이다.
이 조항의 실무적 의미는 크다. 기존에는 사용자성을 다투는 쪽(노조)이 원청의 실질적 지배력을 적극 입증해야 했다. 이제는 법에 근거 조항이 있으므로 노동위원회 심사 기준이 명확해졌고,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기 위해 자신의 비지배성을 더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한화오션 결정: 서비스 위탁 업종으로의 첫 확장
경남지방노동위원회는 2026년 4월, 한화오션이 급식 도급업체 웰리브지회를 교섭 요구 노조 확정 공고에서 제외한 것을 시정하라고 결정했다. 한화오션이 급식 서비스의 메뉴 기준·위생 관리 지침·투입 인원 등에 직접 지침을 내려보내 실질적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핵심 근거다.
기존 원청 사용자성 사건은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현대제철 등 제조업 사내 하청이 원청의 생산라인에 편입되어 일하는 구조를 중심으로 형성됐다. 한화오션 사건은 독립된 장소에서 독립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탁 구조에서도 같은 법리가 적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청소·경비·IT 유지보수·콜센터 등 서비스 위탁 전반으로 파급이 예상되는 이유다.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동안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시정신청 60건 중 결론이 난 6건은 모두 사용자성이 인정됐다. 반면 중흥토건 타워크레인 사건(전남지노위)처럼 작업 수행에서 자율성이 큰 경우나, 화성시 생활체육지도자 사건(경기지노위)처럼 지자체와의 관계가 간접적인 경우에는 사용자성이 부정됐다. 교섭 요구 사실과 실질적 지배력의 구체적 연결고리가 관건이다.
교섭 의무의 범위: 전부가 아닌 지배하는 만큼
원청이 사용자로 인정된다고 해서 하청 노동자의 모든 근로조건을 협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조법 개정 조항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그 사항의 범위에서"라는 제한을 명시하고 있다. 실무에서는 이 교섭 의제 구분이 가장 복잡한 지점이다.
- 원청이 교섭해야 하는 사항: 원청이 지시·통제하는 작업 방식, 안전·보건 기준, 투입 인원 규모, 현장 운영 지침
- 위탁업체(사용자)가 교섭하는 사항: 임금 수준, 복리후생, 채용·해고 등 위탁업체가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사항
- 혼재 사항: 도급단가 인상을 통한 간접적 임금 영향처럼 경계가 불명확한 영역 → 분쟁 소지 가장 큼
2026년 2월 중앙노동위원회가 발표한 원청-하청 교섭 절차 매뉴얼은 교섭 의제 설정 방법을 일부 제시했지만, 산업별로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현장 적용에는 여전히 해석 여지가 크다.
실무에서 지금 당장 점검해야 할 것들
- 위탁·도급 계약서의 업무 지시 조항 전수 점검
계약서상 원청이 메뉴·인원·일정·품질 기준 등을 결정하거나 지시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경우, 실질적 지배력 인정 요소로 작동할 수 있다. 계약 내용과 실제 운영 방식의 괴리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 노조 교섭 요구 공문에 대한 즉각 법적 검토
하청 노조가 교섭을 요구하면 14일 이내에 교섭 창구 단일화 절차가 시작된다. 사용자성 여부를 다투는 이의신청도 이 기간 내에 제기해야 하므로 대응 시간이 매우 짧다. - 산업안전보건법 상 의무와 연동하여 검토
노동위원회 심사에서 산업안전 관련 의제를 중심으로 원청의 지배력이 가장 빈번히 인정됐다. 산업안전보건법 제63조(도급인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상 원청이 수행 중인 조치가 사용자성 인정 근거로 역전용될 수 있다. - 교섭 거부 시 부당노동행위 리스크 인식
사용자성이 인정된 원청이 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노조법 제81조 제3호). 같은 법 제90조는 이에 대해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고 있다. - 복수 위탁업체 노조 동시 교섭 요구에 대비
한 원청이 여러 위탁업체를 두고 있다면, 각 위탁업체 소속 노조가 동시에 교섭을 요구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교섭 창구 일원화 가능 여부, 교섭 담당 조직 구성 등을 미리 정비해 두어야 한다.
앞으로의 전망
박수근 중앙노동위원장은 2026년 4월, "내주부터 사용자성 판정 발표가 피크에 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누적 60건이 넘는 시정신청이 심의 중이고, 그 결과가 연쇄적으로 발표되면서 어떤 구조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되고 부정되는지 윤곽이 점차 명확해질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이 최종 기준을 정하게 된다. HD현대중공업, CJ대한통운 등 대형 사건이 상고심에 계류 중이며, 전원합의체가 판단 기준을 정립하면 그 파급력은 노란봉투법 시행 초기보다 훨씬 클 것이다. 지금은 법과 판례가 동시에 진화하는 과도기다. 원청 위치에 있는 기업이라면 계약 구조를 점검하고 내부 대응 프로세스를 만들어두는 것이 최소한의 준비다.
자주 묻는 질문
Q. 한화오션 결정은 다른 기업에도 자동으로 적용되나요?
아니다. 노동위원회 결정은 해당 사건에만 효력이 있다. 그러나 같은 법리가 유사 구조의 사건에 반복 적용될 수 있어 선제적 계약 구조 점검이 필요하다.
Q. 도급 계약서에 업무 지시 없음 조항을 넣으면 사용자성을 피할 수 있나요?
계약 형식보다 실질이 우선한다. 계약서에 지시 조항이 없더라도 실제 운영에서 원청이 메뉴·인원·일정을 통제하면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
Q.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 어떤 제재를 받나요?
사용자성이 인정된 상태에서 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노조법 제90조에 따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Q. 교섭 의무 범위가 불명확할 때는 어떻게 하나요?
의제 범위 자체를 교섭 사항으로 삼아 먼저 협의하는 방식이 실무상 활용된다. 중앙노동위원회 매뉴얼을 참조하되, 산업 특성에 맞게 법률 전문가와 함께 의제 경계를 설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Q. 대법원 2007두8881·2007두9075 판결은 현행법에서도 유효한가요?
유효하다. 2026년 노조법 개정은 이 판례 법리를 명문화한 것이므로 판결의 핵심 취지는 그대로 살아 있다. 오히려 법적 근거가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허용해도 14일 안에 서면 통지한다
2026년 11월 27일 시행 시행령 개정, 신청서 접수부터 통지문 발송까지
뉴스브리핑📌 [11월 4일] 노동뉴스 브리핑: 사장 친족 성희롱도 과태료 최대 1천만원
상습체불 777명 첫 신용제재 · 효성중공업 72시간 파업 · 청년 공짜야근 100곳 감독
판례분석🎯 아리셀 판결이 가른 대표 책임, CSO 선임만으론 안 된다
대법원 확정 법리로 다시 읽는 중대재해처벌법 하급심 유죄·무죄
뉴스브리핑📌 [11월 3일] 노동뉴스 브리핑: 한화 고과 차별, 부당노동행위 인정
한화 고과 차별 판결 · 여성 산재 승인율 · 초광역특구 의제 · JTI 연차 K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