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안전예산 2조원 vs 사망자 증가, 전출·전적 구조의 책임 공백
안전업무를 자회사로 넘기는 인사이동에서 동의·필요성·절차가 무너지면 누가 책임지나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득구 의원이 2026년 9월 20일 코레일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2025년 철도안전 분야에 2조1313억원을 집행했다. 계획 대비 집행률은 101.3%로 목표치를 넘겼다. 그런데 같은 해 철도사고 사망자는 8명에서 11명으로 늘었고, 안전관리사고도 목표(116건)를 넘겨 137건 발생했다. 예산은 늘었는데 결과는 거꾸로 갔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강득구 의원이 2026년 9월 20일 코레일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코레일은 2025년 철도안전 분야에 2조1313억원을 집행했다. 계획 대비 집행률은 101.3%로 목표치를 넘겼다. 그런데 같은 해 철도사고 사망자는 8명에서 11명으로 늘었고, 안전관리사고도 목표(116건)를 넘겨 137건 발생했다. 예산은 늘었는데 결과는 거꾸로 갔다. 이 괴리를 두고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공공기관 안전조직에서 흔히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 하나는 잘 언급되지 않는다. 안전 관련 업무와 인력이 본사에서 자회사·협력사로 옮겨가는 인사이동, 즉 전출·전적 구조에서 책임 소재가 흐려지는 문제다.
전출과 전적, 법은 무엇을 다르게 취급하나
근로기준법은 근로계약을 체결할 때 취업 장소와 종사할 업무를 명시하도록 정하고 있다. 이 근로조건을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바꾸려면 그 변경이 정당한 인사권 행사인지가 다퉈진다. 인사이동 가운데서도 회사 안에서 직무·근무 장소만 바뀌는 전보·전근과 달리, 전출·전적은 근로자가 소속을 넘어 다른 법인에서 일하게 된다는 점에서 근로조건 변경의 무게가 다르다.
둘을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근로계약의 상대방(사용자)이 바뀌는가.
- 전출 — 근로자가 원래 기업(제1사용자)과 맺은 근로계약상 지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 일정 기간 다른 기업(주로 계열사·협력사)의 지휘·명령을 받아 일한다. 전출 기간 원래 기업에 대한 근로제공의무는 면하지만 근로계약 자체는 존속한다. 원 기업과 전출 기업 양쪽에 근로계약 관계가 함께 있는 상태로 본다(이중근로계약설, 다수설).
- 전적 — 근로계약 당사자 자체가 바뀐다. 원래 기업과의 근로관계는 원칙적으로 끝나고, 옮겨 가는 기업과 새로 근로계약을 맺은 것으로 본다. 종전 근속기간을 통산하는 특약이나 취업규칙 규정이 없으면 근속연수도 단절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시행 2026년 5월 26일) 제2조는 근로자파견을 "파견사업주가 근로자를 고용한 후 그 고용관계를 유지하면서 근로자파견계약의 내용에 따라 사용사업주의 지휘·명령을 받아 사용사업주를 위한 근로에 종사하게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전출도 원래 기업과 고용관계를 유지한 채 다른 기업 지휘를 받는다는 점에서 파견과 비슷해 보이지만, 처음부터 다른 기업에 보낼 것을 전제로 채용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이를 반복·계속적으로 업(業)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형식은 전출이라도 실질이 영리 목적의 반복적 파견이면 파견법 규율을 받을 수 있다.
동의 없는 전출·전적은 효력이 없다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일관된 법리를 유지하고 있다. 사용자가 근로자의 노동력을 이용·처분할 권리는 근로계약을 통해 비로소 취득하는 것이어서 계약관계를 떠나 일방적으로 처분할 수 없고, 민법 제657조제1항도 사용자는 노무자의 동의 없이 그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지 못하도록 정한다.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바뀌는 전출·전적은 그래서 원칙적으로 근로자의 동의가 있어야 효력이 생긴다.
동의는 명시적일 필요는 없다. 사표를 내고 퇴직금을 받은 뒤 이의 없이 새 회사에서 상당 기간 근무했다면 묵시적 동의로 인정될 수 있다(당시 회시 근기 68207-773, 1994년 5월 11일 기준). 반대로 동의 없이 이뤄진 전출명령은 사용자의 정당한 권한을 벗어난 행위로 본다(당시 회시 근기 68207-683, 1997년 5월 24일 기준). 다만 그룹 계열사 간 포괄적 사전 동의가 유효하려면 전적할 기업을 특정하고 그 기업에서 종사할 업무 등 기본적 근로조건을 명시해 동의를 받아 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만 효력이 인정된다. "관행이니 당연히 동의한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잘 통하지 않는다.
판정례로 본 것 — 같은 인사이동인데 갈린 이유
중앙노동위원회와 지방노동위원회의 최근 판정을 나란히 놓아 보면, 결과를 가른 조건이 뚜렷하게 보인다. 한 건만 보면 요약과 다를 게 없지만, 여러 건을 대조하면 실무에서 무엇을 갖춰야 하는지가 드러난다.
| 구분 | 동의·근거 | 업무상 필요성·절차 | 결과 |
|---|---|---|---|
| 전적, 2024년 판정 | 2018·2020·2021년 근로계약서에만 전적 관련 문구, 대상·조건 불특정. 동의서 서명 거부 | 94건의 전적 사례만으로 제도화된 관행 인정 안 됨 | 인용(근로자 승) — 부당전적 |
| 전출, 2025년 판정 | 사전 동의 절차 자체가 확인되지 않음 | 입주자대표회의 요청만으로 인사발령, 별도 협의절차 없음, 생활상 불이익 존재 | 인용(근로자 승) — 부당 인사발령 |
| 전적, 2024년 판정 | 전적 동의서 제출 확인 | 산업 불황에 따른 부서 통폐합 등 긴축경영 필요성 인정 | 기각(사용자 승) — 정당한 전직, 사용자 적격은 자회사에만 |
| 전적, 2024년 판정(별건) | 전적 동의서 제출·별도 근로계약 체결 | 자회사가 법인격상 독립성·독자성을 갖춰 형식적 명목 법인이 아님 | 기각(사용자 승) — 모회사에 사용자 적격 없음 |
네 건을 겹쳐 보면 결론이 갈리는 조건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첫째, 전적 대상·근로조건을 특정한 동의서가 있는지. 둘째, 사업 여건에 근거한 업무상 필요성과 협의절차를 거쳤는지. 셋째, 옮겨 가는 자회사가 형식적 명목법인이 아니라 실질적 독립성을 갖췄는지다.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사용자 책임은 전적 이후 자회사로 넘어가고, 원래 기업(모회사)은 사용자 적격 자체를 벗어난다. 갖춰지지 않으면 인사발령 자체가 무효로 돌아간다.
실무에서 놓치는 지점 — 안전업무의 책임 소재
여기서 코레일 사례로 돌아오면 문제가 분명해진다. 철도 안전 관련 실무는 본사가 직접 수행하는 영역과, 시설관리·경정비·운영지원 등 자회사·협력사가 맡는 영역이 함께 얽혀 있다. 판정례가 보여주듯 전적·전출이 유효하게 이뤄지면 안전 관련 근로자에 대한 인사권·안전배려의무의 실질적 주체도 자회사로 넘어간다. 안전예산은 본사 회계로 집행되더라도, 현장에서 실제로 안전조치를 수행하고 그 결과에 책임지는 조직은 나뉘어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예산 집행률과 사고 발생 건수가 따로 움직이는 배경 하나는 이 책임 분산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장 입장에서 안전 관련 인력을 계열사·자회사로 전출·전적시킬 때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 대상 특정 — 전출·전적 대상 근로자, 옮겨 갈 기업, 그 기업에서 종사할 업무를 근로계약서나 별도 동의서에 구체적으로 명시한다. 포괄적 사전 동의 문구 한 줄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2024년 판정의 결론이다.
- 필요성·절차 기록 — 인사발령의 업무상 필요성(조직개편, 사업 재편 등)을 문서로 남기고, 대상자와 협의 절차를 거친 기록을 보관한다. 협의절차 부재는 2025년 판정에서 부당 인사발령의 핵심 근거였다.
- 자회사 독립성 확인 — 전적 이후 안전사고 등 책임 소재를 자회사로 넘기려면 그 자회사가 형식적 명목법인이 아니라 독자적 자산·조직·업무를 갖춰야 한다. 모회사가 전적 이후에도 실질적으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면 사용자 적격이 모회사에 남을 수 있다.
공공기관·대기업 자문에서 안전조직 개편 상담을 받아 보면, 전출·전적 서류는 형식적으로 갖췄는데 정작 "왜 이 인력을 옮겼는지" 업무상 필요성을 설명하는 문서가 없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고가 난 뒤에야 책임 소재를 따지면 늦다. 인사이동 시점에 동의서·필요성 근거·협의 기록을 동시에 남겨야 나중에 안전사고가 발생했을 때 누가 안전배려의무를 실제로 부담했는지가 분명해진다.
핵심 정리
전출은 원래 기업과의 근로계약이 존속한 채 지휘권만 넘어가는 것이고, 전적은 근로계약 당사자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근로자의 동의 없이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고, 동의가 있더라도 업무상 필요성과 절차적 정당성을 함께 갖춰야 한다. 안전 관련 업무를 자회사·협력사로 넘기는 인사구조에서는 이 요건이 형식적으로 충족됐는지가 훗날 사고 책임 소재를 가르는 갈림길이 된다. 예산을 늘리는 것만큼, 그 예산이 집행되는 조직 구조에서 책임이 어디에 걸려 있는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코레일 안전예산 2조원 넘게 투입, 사망자는 늘어」(2026-09-20) 링크
출처: EBN 「코레일, 안전 예산 2조 넘게 쓰고도 사망자·사고 늘었다」(2026-09-20) 링크
자주 묻는 질문
Q. 전출과 전적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근로계약 상대방(사용자)이 바뀌는지 여부입니다. 전출은 유지, 전적은 변경됩니다.
Q. 동의 없는 전적 명령은 무조건 무효인가요?
원칙적으로 효력이 없습니다. 다만 특정된 포괄적 사전 동의나 묵시적 동의가 인정되면 예외입니다.
Q. 전적 후 사고가 나면 원래 회사도 책임지나요?
자회사가 실질적 독립성을 갖췄다면 사용자 적격은 자회사에만 있다고 본 판정례가 있습니다.
Q. 전적된 뒤 원래 회사로 돌아가면 근속연수가 이어지나요?
원칙적으로 신규입사로 취급돼 복귀일부터 새로 기산됩니다.
Q. 전출 중인 근로자의 안전배려의무는 누가 지나요?
지휘·명령권을 실제로 행사하는 전출기업이 일차적으로 부담한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허용해도 14일 안에 서면 통지한다
2026년 11월 27일 시행 시행령 개정, 신청서 접수부터 통지문 발송까지
뉴스브리핑📌 [11월 4일] 노동뉴스 브리핑: 사장 친족 성희롱도 과태료 최대 1천만원
상습체불 777명 첫 신용제재 · 효성중공업 72시간 파업 · 청년 공짜야근 100곳 감독
판례분석🎯 아리셀 판결이 가른 대표 책임, CSO 선임만으론 안 된다
대법원 확정 법리로 다시 읽는 중대재해처벌법 하급심 유죄·무죄
뉴스브리핑📌 [11월 3일] 노동뉴스 브리핑: 한화 고과 차별, 부당노동행위 인정
한화 고과 차별 판결 · 여성 산재 승인율 · 초광역특구 의제 · JTI 연차 K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