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은 왜 교섭에 안 나올까 — 부당노동행위 기준
노조법 시행령·성과급 지침 논란으로 본 단체교섭 거부·해태
민주노총이 노조법 시행령·경영성과급 지침 폐기를 요구하며 전국 동시 농성에 들어갔다. 원청 643곳에 교섭요구를 보냈지만 39곳만 교섭이 진행됐다는 지적을 계기로, 단체교섭 거부·해태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제81조제1항제3호)가 성립하는 기준과 입증책임 구조, 원·하청 교섭에서 실무자가 확인해야 할 절차를 정리했다.
(매일노동뉴스, "민주노총, 전국 동시 농성 돌입", 2026-09-07) 원청 643곳에 교섭요구 공문을 보냈는데 실제로 교섭이 진행된 곳은 39곳뿐이라면, 이건 우연일까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일까. 2026년 9월 7일 민주노총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을 비롯한 전국 지역고용노동청과 주요 거점에서 동시 농성에 들어간 이유가 여기 있다. 원·하청 교섭에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를 적용하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시행령(2026년 3월 3일 공포)과 원청 사용자성 판단지침(2026년 2월 24일 확정)이 오히려 교섭을 거부할 명분으로 쓰이고 있다는 게 민주노총의 주장이다. 여기에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2026년 9월 3일 시행)까지 겹치면서, 단체교섭을 어디까지 거부할 수 있는지가 다시 실무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조법이 정하는 교섭 거부의 경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제1항제3호(시행 2026년 3월 10일)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 거부·해태는 교섭 요구 자체를 부인하는 것뿐 아니라 합의된 내용을 서면으로 작성하거나 서명·날인을 미루는 것도 포함하는, 폭넓은 개념이다.
같은 법 제29조(시행 2026년 3월 10일)는 노동조합의 대표자가 조합원 수와 관계없이 교섭·체결 권한을 가진다고 정하고, 위임받은 자는 위임 범위 안에서만 권한을 행사하며 위임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제30조(시행 2026년 3월 10일)는 신의에 따른 성실교섭 의무와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해태 금지를 함께 못박고 있다. 조문 구조만 보면 사용자가 교섭에 응하는 게 원칙이고, 거부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예외 관계다.
입증책임은 왜 사용자에게 있나 — 행정해석과 판례
대법원 1998년 5월 22일 선고 97누8076 판결은 이 구조를 뒷받침하는 핵심 판례다. 사용자가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믿었거나 성실히 응했다고 생각했더라도, 객관적으로 정당한 이유가 없고 불성실한 교섭으로 판정되면 부당노동행위가 성립한다는 취지다. 즉 노동조합은 교섭 거부라는 외적 사실만 입증하면 되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 정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교섭권자의 자격,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교섭시간·장소, 교섭사항, 교섭 태도를 종합해 사회통념상 판단한다.
행정해석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노동조합과-58(2008년 3월 7일, 당시 회시 기준)은 단체협약으로 공동교섭 방식을 합의해 놓고도 특별한 사정 없이 일부 사용자가 개별교섭만 요구하며 응하지 않는 것은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원·하청처럼 여러 사용자가 얽힌 교섭 구도에서 개별교섭을 고집하는 것이 왜 거부·해태로 이어질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다. 또 노사관계법제팀-2271(2007년 7월 24일, 당시 회시 기준)은 초기업노조에 남은 조합원이 단 1명이어도 사용자는 그 노조의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조합원 수나 규모를 이유로 교섭의무 범위를 좁게 해석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확인한 사례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이 원칙이 원청-하청 관계에서도 그대로 작동하느냐다. 시행령은 노동위원회가 원청의 사용자성을 판단할 때 '구조적 통제'까지 고려하도록 기준을 구체화했다. 문제는 그 기준을 근거로 원청이 스스로 사용자가 아니라고 다투면서 교섭 개시 자체를 지연시키는 경우다. 판단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교섭 의무 자체가 불확실해지고, 그 사이 노동조합은 사실상 교섭 창구를 잃는다.
| 구분 | 이전 실무(시행령 이전) | 2026-03-03 시행령 이후 | 실무 쟁점 |
|---|---|---|---|
| 원청 사용자성 판단 | 개별 사건마다 법원·노동위 재량 해석 | 노동위 판단기준에 '구조적 통제' 명시 | 기준 구체화가 오히려 다툼거리로 활용됨 |
| 교섭창구 단일화 | 주로 동일 사용자 내 복수노조에 적용 | 원·하청 교섭에도 적용 가능 | 창구 단일화 절차가 교섭 개시를 늦추는 변수로 작동 |
| 경영성과급·사업재편 안건 | 단체교섭 대상 여부 사안별 다툼 | 2026-09-03 지침으로 의무 교섭대상 아니라고 명시 | 노동계는 사용자 개념 축소로, 경영계는 경영권 보호로 각각 해석 |
| 거부·해태 입증책임 | 대법 97누8076 원칙(사용자 입증) | 변동 없음 | 사용자성 다툼 중에는 이 원칙 적용 시점 자체가 불명확 |
실무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
경영계 쪽 논거도 짚어야 균형이 맞는다. 경영성과급 등 노동쟁의 대상 시행지침이 성과급·공장 신설·이전, 사업 매각·인수, AI 도입 등을 의무 교섭대상에서 뺀 것은, 이런 사안들이 본질적으로 경영상 결정 사항이라 협약 대상으로 삼으면 사실상 경영권에 대한 노조 동의권을 인정하는 결과가 된다는 우려에서 나온다. 반대로 노동계는 이 지침이 개정 노조법으로 넓어진 사용자 개념을 실제로는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원청이 교섭을 피할 새로운 명분을 얻었다고 본다. 양쪽 다 근거가 있는 만큼, 이번 논란은 시행령·지침 자체의 정당성 문제라기보다 노동위원회가 개별 사건에서 '구조적 통제'를 어떻게 인정하느냐, 즉 적용 국면의 문제로 좁혀 볼 필요가 있다.
사업장 입장에서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다. 첫째, 노동조합의 교섭 요구 공문이 접수된 시점과 그로부터 사용자성 다툼을 이유로 교섭을 미룬 기간을 기록해 둔다. 둘째, 사용자성을 다투더라도 그 사이 노동조합 대표자·위임자의 자격 확인, 교섭 일정 협의 등 절차적 대응은 병행해야 한다. 절차 자체를 무시하면 사용자성 다툼과 별개로 거부·해태만으로 부당노동행위가 인정될 수 있다. 셋째, 경영성과급·사업재편처럼 지침상 의무 교섭대상이 아닌 사안이라도, 노동조합이 요구하면 교섭 자체를 거부하기보다 대상성에 대한 입장을 서면으로 명확히 밝히는 편이 안전하다. 대상성 판단이 나중에 뒤집혀도 '아예 응하지 않은 것'과 '대상이 아니라고 밝히고 논의한 것'은 부당노동행위 판정에서 다르게 평가된다.
원청-하청 구도의 교섭 거부 자문을 진행하다 보면, 사용자성 다툼을 이유로 교섭 자체를 미루는 회사일수록 정작 그 다툼이 언제 끝날지에 대한 계획이 없는 경우가 많다. 노동위 판정이 나올 때까지 손 놓고 있다가 거부·해태 기간만 길어져 오히려 불리한 정황이 쌓이는 사례를 여러 번 봤다. 사용자성을 다투는 것과 절차적으로 성실하게 대응하는 것은 별개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청이 사용자가 아니라고 주장하면 교섭에 안 나가도 되나요?
사용자성 다툼 중에도 절차적 대응은 필요하며, 무대응은 별도로 거부·해태가 될 수 있습니다.
Q. 경영성과급은 이제 단체교섭 대상이 아닌가요?
2026년 9월 3일 지침상 의무 교섭대상은 아니지만, 노사 합의로 다룰 수는 있습니다.
Q. 조합원이 1명뿐인 노조와도 교섭해야 하나요?
행정해석상 조합원 수와 무관하게 교섭 요구에 응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Q. 교섭 거부의 정당한 이유는 누가 증명하나요?
대법원 판례상 정당한 이유는 사용자가 입증해야 합니다.
Q. 교섭 장소·시간에 대한 이견으로 거부해도 되나요?
방식상 이견은 교섭 자리에서 조율할 사안이라 거부 사유가 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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