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임단협, 잠정합의만 되면 끝일까
단체협약 효력 발생 요건과 조합원 총회 인준 절차
2026년 9월 8일 현재 포스코 노사는 임금협상 시한을 코앞에 두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9월 8일까지 대안을 내라고 요구했고, 답이 없으면 9월 9일 부분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런 대형 사업장 교섭에서 실무자들이 흔히 헷갈리는 지점이 하나 있다.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면 협상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단체협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포스코 임단협, "잠정합의"만 되면 다 끝난 걸까
2026년 9월 8일 현재 포스코 노사는 임금협상 시한을 코앞에 두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9월 8일까지 대안을 내라고 요구했고, 답이 없으면 9월 9일 부분파업에 들어가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런 대형 사업장 교섭에서 실무자들이 흔히 헷갈리는 지점이 하나 있다. 노사가 "잠정합의"에 이르렀다는 보도가 나오면 협상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법적으로는 아직 단체협약이 아니라는 점이다. 잠정합의부터 정식 협약 체결까지, 그리고 노조 규약이 정한 조합원 총회 절차를 생략하면 실제로 무슨 일이 생기는지 정리한다.
참고: 경북일보 "포스코노조 '8일까지 임협 대안 내놔라'…9일 부분파업 예고" (2026.9.7)
법은 뭐라고 하나 — 서면·서명날인이 있어야 협약이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31조(단체협약의 작성, 2026년 3월 10일 시행 조문 기준)는 이렇게 규정한다.
- 제1항: 단체협약은 서면으로 작성하여 당사자 쌍방이 서명 또는 날인하여야 한다.
- 제2항: 단체협약의 당사자는 체결일부터 15일 이내에 이를 행정관청에 신고하여야 한다.
- 제3항: 행정관청은 단체협약 중 위법한 내용이 있으면 노동위원회의 의결을 얻어 그 시정을 명할 수 있다.
즉 교섭단 사이에 잠정합의(가서명) 문서가 오갔다고 해서 그 자체로 단체협약이 성립하는 게 아니다. 서면 작성과 쌍방의 서명 또는 날인이라는 형식 요건을 갖춰야 비로소 협약으로서 효력을 갖는다.
한편 노조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는 제1항에서 "노동조합의 대표자는 그 노동조합 또는 조합원을 위하여 사용자나 사용자단체와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고 정한다. 여기서 실무 쟁점이 갈린다. 노조 규약에 "대표자가 합의한 협약안은 조합원 총회 의결을 거쳐야만 효력이 발생한다"는 조항을 두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조항이 그대로 유효한지가 문제다.
판례가 정리한 답 — 총회 인준을 "효력 조건"으로 못 박으면 그 조항 자체가 무효다
대법원 1993년 4월 27일 선고 91누12257 전원합의체 판결이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뤘다. 문제가 된 노조 규약은 "대표자가 사용자와 합의한 후 조합원총회의 결의를 거쳐야만 단체협약이 효력을 발생한다"고 정하고 있었다. 대법원은 노조법 제29조 제1항이 정한 대표자의 교섭·체결권한에는 "교섭한 결과에 따라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까지 포함되는데, 총회 의결을 협약의 효력발생 조건으로 두는 규약은 이 체결권한을 전면적·포괄적으로 제한해 사실상 형해화하는 것이어서 노조법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즉 규약에 그런 조항이 있어도, 대표자가 서명·날인한 순간 협약은 유효하게 성립한다는 뜻이다. 노조가 총회 결의 없이 서명했다는 사정만으로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협약 효력을 부정할 수는 없다.
다만 이 판결이 "총회 절차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대표자와 노조 내부의 관계, 즉 조합원에 대한 책임 문제는 별개로 움직인다. 서울고등법원 2015나2026878 판결(2015년 12월 16일 선고, KT 사업합리화·명예퇴직 관련 노사합의 사건)이 이 지점을 보여준다. 이 사건 노조 규약도 단체협약 체결을 조합원 총회 의결사항으로 정하고 있었는데, 대표자가 특별명예퇴직·정년연장·임금피크제 시행 등을 담은 두 차례 노사합의를 체결하면서 총회 의결이나 조합원 의견 청취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법원은 대표자가 그 내부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은 채 만연히 협약을 체결한 행위는 조합원들이 노조의 의사 형성 과정에 참여할 절차적 권리를 침해하는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보아,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지급 책임을 인정했다(다만 명예퇴직·전보로 인한 재산상 손해는 절차 위반과 상당인과관계가 없다고 보아 배상 책임이 부정됐다).
두 판결을 함께 읽으면 두 갈래 책임이 분리돼 있다는 게 명확해진다. ① 사용자와의 관계(협약 효력) — 총회 결의를 효력 조건으로 규정한 규약이 있어도, 대표자 서명만으로 협약은 유효하다(91누12257). 사용자는 총회 미이행을 이유로 협약 이행을 거부할 수 없다. ② 노조 내부 관계(조합원에 대한 책임) — 그럼에도 규약이 정한 내부 절차를 대표자가 임의로 생략하면, 노조·대표자는 조합원에 대해 절차적 권리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2015나2026878).
실무 주목 포인트 — 협약의 "대외적 효력"과 "대내적 절차"를 구분해서 본다
사업장 규모나 교섭 구조에 따라 잠정합의부터 정식 체결까지 거치는 단계가 다르다. 다음 표로 정리한다.
| 단계 | 법적 성격 | 대외적(사용자와의) 효력 | 대내적(조합원에 대한) 리스크 |
|---|---|---|---|
| 잠정합의(가서명) | 교섭 결과 합의안, 협약 아님 | 없음 | 없음 |
| 조합원 찬반투표(총회)를 생략하고 대표자가 서명 | 노조법 제31조 제1항의 단체협약 요건(서면·서명날인) 충족 | 유효하게 성립. 규약상 총회 결의를 효력 조건으로 뒀어도 그 조항 자체가 무효(91누12257) | 규약이 총회를 필수 절차로 정했다면, 생략 시 조합원에 대한 절차적 권리 침해로 손해배상 책임 위험(2015나2026878) |
| 정식 서명·날인 | 노조법 제31조 제1항의 단체협약 | 규범적 효력 발생(근로계약을 직접 규율) | - |
| 행정관청 신고 | 제31조 제2항의 사후 의무 | 체결의 효력 요건은 아니나 미이행 시 행정지도 대상 | - |
포스코처럼 조합원 수가 많은 사업장에서는 총회를 물리적으로 한자리에 모아 열기 어려워 전자투표나 순회투표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다. 노조 집행부 입장에서는 "협약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무효가 되지는 않는다"는 점만 믿고 총회 절차를 건너뛰어서는 안 된다. 조합원에 대한 책임은 협약의 대외적 효력과 별개로 남기 때문이다.
사용자 쪽에서도 챙길 부분이 있다. 상대 노조 규약에 총회 인준 조항이 있더라도, 대표자가 적법하게 서명·날인했다면 그 협약의 이행을 거부할 근거는 되지 않는다는 게 91누12257의 취지다. 다만 노조 내부에서 총회 절차 생략을 둘러싼 분쟁(조합원의 대표자 상대 손해배상 청구 등)이 생기면 교섭 상대방인 노조 집행부의 협상력·정당성이 흔들릴 수 있으므로, 이 리스크를 교섭 전략에 참고할 필요는 있다.
자문 현장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 "총회 결의 없이 서명한 협약도 유효하냐"는 것이다. 판례 법리상 답은 "그렇다"에 가깝다 — 대표자의 법정 체결권한을 규약으로 전면 제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 답만 믿고 노조 집행부가 조합원 의견 수렴을 건너뛰면, 협약 자체는 살아남아도 집행부가 조합원들로부터 절차 위반 책임을 추궁당하는 내부 분쟁으로 번지는 경우를 여러 번 봤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상대 노조 내부가 이런 분쟁으로 흔들리면 협약 이행 국면에서 예상치 못한 잡음이 생길 수 있어, 상대 노조의 총회 진행 여부를 그냥 지나칠 사안은 아니다.
핵심 정리
- 잠정합의는 협약이 아니다. 노조법 제31조 제1항의 서면·서명날인이 있어야 단체협약으로서 효력이 생긴다.
- 노조 규약이 "총회 의결을 거쳐야 협약이 효력을 발생한다"고 정했더라도, 그 조항은 대표자의 법정 체결권한을 형해화하는 것이어서 무효다. 대표자 서명만으로 협약은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유효하게 성립한다(대법원 91누12257).
- 그럼에도 노조가 총회 절차를 규약에 두고서도 이를 생략하면, 협약 효력과는 별개로 조합원에 대한 절차적 권리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 책임(위자료 등)을 질 수 있다(서울고법 2015나2026878).
노무 담당자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확인 작업은 세 가지다. 첫째, "협약이 유효한가"와 "노조 내부적으로 문제가 없는가"를 별개 질문으로 구분한다. 둘째, 사용자 입장에서는 대표자 서명이 끝난 협약을 총회 미이행을 이유로 이행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한다. 셋째, 노조 집행부라면 규약상 총회 절차를 실제로 거쳐 내부 분쟁 소지를 없애는 편이 안전하다는 점을 염두에 둔다.
자주 묻는 질문
Q. 잠정합의만 하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안 하면 협약으로 효력이 있나요?
서면 작성과 쌍방 서명·날인만 갖추면 사용자와의 관계에서는 유효합니다. 규약이 총회 결의를 효력 조건으로 정했더라도 그 조항 자체가 대표자의 법정 체결권한을 형해화해 무효이기 때문입니다(대법원 91누12257).
Q. 노조 규약의 총회 인준 조항은 아무 의미가 없나요?
사용자와의 관계에서 협약 효력을 좌우하지는 못하지만, 노조 내부적으로는 여전히 지켜야 할 절차입니다. 생략하면 대표자·노조가 조합원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Q. 총회 절차를 생략하고 체결하면 어떤 책임이 생기나요?
협약 효력과 별개로 조합원에 대한 절차적 권리 침해로 위자료 등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서울고법 2015나2026878).
Q. 협약 체결 후 행정관청 신고를 안 하면 협약이 무효인가요?
신고는 사후 의무일 뿐 체결 자체의 효력 요건은 아니며, 미이행 시 행정지도 대상이 됩니다.
Q. 사용자는 상대 노조의 총회 미이행을 이유로 협약 이행을 거부할 수 있나요?
거부할 수 없습니다. 대표자가 적법하게 서명·날인했다면 협약은 유효하게 성립하며, 총회 절차는 노조 내부 문제로 취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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