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 계약 이제 못 한다 — 기간제 제도 합리화, 뭐가 바뀌나
기간제법 제4조 2년 제한과 갱신기대권, 12월 발표 예정인 정부 합리화 방안까지
계약기간 11개월, 만료 후 공백 일주일, 다시 11개월. 혹은 3개월 단위 계약서에 서명을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반복은 대부분 퇴직금 지급 의무와 해고 규제를 피하려는 설계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9월 3일 발표한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에서 이른바 '쪼개기 계약' 개선을 포함한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을 2026년 12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11개월짜리 계약서, 왜 자꾸 되풀이될까
계약기간 11개월, 만료 후 공백 일주일, 다시 11개월. 혹은 3개월 단위 계약서에 서명을 되풀이하는 경우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반복은 대부분 퇴직금 지급 의무와 해고 규제를 피하려는 설계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9월 3일 발표한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에서 이른바 '쪼개기 계약' 개선을 포함한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을 2026년 12월까지 내놓겠다고 밝혔다. 계약서 형식만 바꿔서 법을 피해 갈 수 있다는 통념이 이번 정책 방향과 기존 판례·행정해석 양쪽에서 모두 흔들리고 있다.
법은 뭐라고 하나 — 기간제법 제4조의 2년 제한
기간제 근로계약을 규율하는 기본 조항은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시행 2021-05-18)다. 이 조항의 구조를 정확히 짚어야 '쪼개기'가 왜 문제인지 보인다.
- 제1항 본문: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반복갱신 계약이라도 계속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넘지 않아야 한다.
- 제1항 단서(예외 6가지): 사업 완료·특정업무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한 경우, 휴직·파견 결원 대체, 학업·직업훈련 이수, 고령자 고용, 전문지식·기술 활용 및 정부 복지·실업대책, 그 밖에 대통령령이 정하는 합리적 사유가 있으면 2년을 넘겨도 무방하다.
- 제2항: 단서의 예외 사유가 없거나 소멸했음에도 2년을 초과해 사용하면, 그 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무기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핵심은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점이다. 계약서를 몇 장 나눠 썼는지가 아니라, 실제로 몇 년을 일했는지를 합산한다. 고용차별개선과-119(2018.1.16.) 행정해석도 갱신·반복 계약기간을 합산해 2년 초과 시점부터 무기계약으로 간주한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계약서를 11개월 단위로 쪼개 3~4회 반복해도, 총기간이 2년을 넘으면 그 시점부터 무기계약 근로자가 된다는 뜻이다.
| 구분 | 원칙 | 예외(단서 적용 시) |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 |
|---|---|---|---|
| 사용 가능 기간 | 계속근로 총기간 2년 이내 | 사업완료·전문직·고령자 등 6개 사유는 2년 초과 허용 | 계약서를 쪼개면 기간이 리셋된다는 오해 — 총기간 합산이 원칙 |
| 2년 초과 시 지위 |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으로 간주 | 예외사유가 계속 유지되는 동안은 미적용 | 사업주가 "간주"를 몰랐다는 항변은 통하지 않음(강행규정) |
| 공백기간 있는 재계약 | 공백 전후 동일성 있으면 계속근로로 합산 | 진정한 근로관계 단절이 증명되면 별도 산정 | 사직서·퇴직금 정산만으로는 단절 인정 안 됨 |
| 갱신 거절 | 갱신기대권 있으면 '합리적 이유' 필요 | 순수기간제로 인정되면 기간만료로 당연 종료 | 근거규정이 없다고 갱신기대권이 자동 부정되지 않음 |
행정해석·판례가 이미 뚫어둔 구멍
쪼개기 계약이 실제 분쟁으로 가면 사용자 쪽이 불리해지는 지점이 몇 갈래 있다. 첫째, 형식적 사직·재입사다. 대법원 2017.2.3. 선고 2016다255910 판결은 이미 기간제법 제4조 제2항에 따라 무기계약으로 간주된 근로자에 대해, 사용자가 그 적용을 회피하려고 사직·재입사 형식을 취하게 했다면 이는 근로자의 자의가 아니라 사용자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것으로 보아 실질적으로 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계약서에 '자발적 사직'이라고 써도 뒤집힌다는 뜻이다.
둘째, 공백기간이 있는 재계약의 동일성 판단이다. 대법원 2018.6.19. 선고 2017두54975 판결은 근로계약 단절 전후의 동일성을 판단할 때 공백기간의 길이와 발생 경위, 전후 업무내용의 연속성, 재계약에 대한 기대 가능성, 고용관행 등을 종합적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주일짜리 공백을 넣어 계약을 새로 체결한 것처럼 꾸며도, 업무와 인력 운용이 그대로면 계속근로로 합산될 여지가 크다.
셋째, 갱신기대권 법리다.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갱신 규정이 없어도, 대법원 2011.7.28. 선고 2009두2665 판결이 제시한 대로 업무의 상시적·계속적 성격, 갱신 관행, 근로자의 근무실적 등을 종합해 갱신에 대한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 이 경우 사용자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려면 해고의 '정당한 이유'보다는 완화됐지만 여전히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될 정도의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진다는 것이 대법원 2021.10.28. 선고 2021두45114 판결의 입장이다. "계약기간이 끝났을 뿐"이라는 설명만으로는 갱신 거절이 정당화되지 않는다.
실무 주목 포인트 — 12월 발표될 합리화 방안, 뭘 겨냥하나
고용노동부가 이번에 예고한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은 아직 세부안이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하반기 업무추진방향에서 명시한 목표는 명확하다. 단기 계약의 반복 갱신 관행 개선, 그리고 차별시정제도의 실효성 강화다. 지금까지는 판례와 행정해석이 사후적으로(분쟁이 생긴 뒤에야) 쪼개기 계약의 문제를 지적해왔다면, 이번 방안은 사전에 이런 관행 자체를 제도적으로 좁히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사업장 입장에서 지금 점검해야 할 부분은 세 가지다.
-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기간을 반복 갱신하고 있다면, 계속근로 총기간을 정확히 합산해 2년 초과 시점을 파악해야 한다. 예외사유(제4조 제1항 단서)에 해당하지 않는데 방치하면 자동으로 무기계약 근로자가 된다.
- 계약 갱신을 거절할 계획이라면, 그 근로자에게 갱신기대권이 이미 형성되어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근무실적 평가 결과, 갱신 관행, 업무의 상시성 등이 쌓여 있다면 단순히 "계약기간 만료"라는 사유만으로는 부당해고 판정을 받을 위험이 크다.
- 퇴직금이나 무기계약 전환을 피할 목적으로 사직·재입사 형식을 취하는 관행이 있다면, 12월 합리화 방안 발표 전에 미리 정리해두는 편이 안전하다. 이미 대법원이 이런 형식을 실질적 해고로 보는 판례를 확립해둔 상태다.
자문을 하다 보면 사업주 대부분이 "계약서를 나눠 쓰면 리셋된다"고 믿고 있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실제로는 근로자가 노동위원회에 진정을 넣는 순간 계속근로기간을 처음부터 다시 계산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공백기간의 경위와 업무 연속성까지 하나하나 소명해야 하는 쪽은 사업주입니다. 계약을 쪼갤 시간에 정말 필요한 게 정규직 전환인지 진짜 기간제 사업인지부터 구분해두는 편이 분쟁을 줄입니다.
핵심 정리
기간제법 제4조는 계약서 형식이 아니라 계속근로 총기간을 기준으로 2년 제한을 적용한다. 예외사유 없이 이 기간을 넘기면 자동으로 무기계약 근로자가 되고, 갱신 거절에는 사용자가 증명해야 하는 '합리적 이유'가 필요하다. 형식적 사직·재입사나 공백기간을 낀 재계약도 판례상 대부분 계속근로로 합산된다. 고용노동부가 12월 발표를 예고한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은 이런 판례·행정해석의 흐름을 제도화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크므로, 반복 갱신 계약을 운영 중인 사업장이라면 미리 계약 이력을 점검해둘 필요가 있다.
자주 묻는 질문
Q. 계약서를 11개월씩 쪼개서 쓰면 2년 제한을 피할 수 있나요?
아니다. 계속근로한 총기간을 합산해 2년 초과 여부를 판단하므로 쪼개기 자체로는 회피되지 않는다.
Q. 갱신 규정이 계약서에 없으면 갱신기대권도 없나요?
아니다. 규정이 없어도 갱신 관행·업무 성격 등으로 신뢰관계가 인정되면 갱신기대권이 성립한다.
Q. 사직서를 받고 재입사시키면 계속근로기간이 끊기나요?
회피 목적의 형식적 사직·재입사는 판례상 실질적 해고로 보아 계속근로가 인정될 수 있다.
Q. 기간제 제도 합리화 방안은 언제 확정되나요?
고용노동부는 2026년 12월까지 세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Q. 갱신 거절 사유는 누가 증명해야 하나요?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갱신 거절의 합리적 이유는 사용자가 증명해야 한다.
📎 출처: 고용노동부, 「2026년 하반기부터 이렇게 달라집니다」, https://www.moel.go.kr/news/enews/report/enewsView.do?news_seq=19588, 2026-09-03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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