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가로 휴직 신청했는데 회사가 거부했다 — 개인사유 휴직, 언제까지 인정되나
취업규칙 조문 한 줄 차이로 당연 인정이 되기도, 사용자 재량이 되기도
병가·개인사유 휴직은 육아휴직·가족돌봄휴직과 달리 법이 보장하는 제도가 아니다.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규정이 없으면 회사는 거부할 수 있고, 있더라도 조문 문언에 따라 사용자 재량이 달라진다. 다만 정당한 사유가 있는 휴직 신청을 부당하게 거부한 뒤 무단결근을 이유로 한 징계면직은 대법원 판례상 권리남용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
진단서를 들고 인사팀을 찾아갔다. 허리 디스크로 수술이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까지 첨부했는데 돌아온 답변은 예상 밖이었다. “우리 취업규칙에 병가 규정이 없습니다.” 그 말 한마디로 휴직 신청은 반려됐고, 다음 날부터 출근하지 않으면 무단결근 처리하겠다는 경고장이 날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근로자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병가나 개인사유 휴직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법정 제도가 아니다. 그래서 사업장마다 상황이 다르고, 취업규칙 조문 하나가 결과를 가른다.
법은 뭐라고 하나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휴직·정직·전직·감봉 그 밖의 징벌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말하는 '휴직'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일방적으로 명하는 명령휴직에 대한 제한 규정이다. 즉, 회사가 근로자에게 나오지 말라고 명할 때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지, 반대로 근로자가 신청하는 휴직을 회사가 반드시 허용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대법원은 휴직을 “어떤 근로자를 직무에 종사하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적당하지 아니한 사유가 발생한 때에 근로자의 지위를 그대로 두면서 일정한 기간 직무에 종사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사용자의 처분”으로 정의한다(대법 1992.11.13, 92다16690). 이 정의에서 보듯 휴직은 본래 사용자 쪽에서 발동하는 처분이다.
근로자가 스스로 신청하는 휴직(이른바 의원휴직)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근로자가 신청하는 병가·개인사유 휴직은 근로기준법 어디에도 사용자의 허용 의무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법정 휴직과 개인사유 휴직, 무엇이 다른가
법에서 사용자의 허용 의무를 명시한 법정 휴직과 개인사유 임의 휴직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 구분 | 유형 | 근거 법령 | 사용자 허용 의무 | 거부 가능 여부 |
|---|---|---|---|---|
| 법정 휴직 | 육아휴직 | 남녀고용평등법 제19조 | 원칙적 허용 의무 | 예외적 거부만 허용 |
| 법정 휴직 | 가족돌봄휴직 | 남녀고용평등법 제22조의2 | 원칙적 허용 의무 | 예외적 거부만 허용 |
| 법정 휴직 | 업무상 재해 휴직 | 근로기준법 제23조 제2항 | 요양기간 중 해고 금지 | 강제 복직 명령 불가 |
| 임의 휴직 | 개인 질병·부상(병가) | 법령 규정 없음 | 취업규칙·단체협약에만 근거 | 규정 없으면 거부 가능 |
| 임의 휴직 | 학업·연수·개인사유 | 법령 규정 없음 | 취업규칙·단체협약에만 근거 | 규정 없으면 거부 가능 |
육아휴직·가족돌봄휴직은 법이 사용자의 허용 의무를 직접 규정한다. 하지만 업무 외 개인 질병으로 인한 병가·휴직은 그렇지 않다. 고용노동부도 이 점을 명확히 했다: “개인질병 등의 사유에 의한 병가의 유·무급 처리에 대하여는 근로기준법에 별도 규정된 사항이 없으므로, 단체협약 및 취업규칙 등에 명문의 규정이 있는 경우 그 규정에 따르면 된다”(근로개선정책과-64, 2014.1.3.).
취업규칙 조문이 결정적이다
취업규칙에 병가나 개인사유 휴직이 규정된 경우라도, 조문의 문언(文言)이 핵심이다.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유형 A: “근로자는 다음 사유가 발생한 경우 휴직을 할 수 있다” — 이 방식은 사유가 존재하면 근로자가 신청할 수 있고, 사용자는 승낙해야 할 의무를 진다.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면 부당하다.
유형 B: “근로자가 다음의 사유로 휴직을 신청하는 경우 사용자는 휴직을 명할 수 있다” — 이 방식은 근로자의 신청이 있더라도 사용자가 재량으로 허부(許否)를 결정할 수 있다. 거부해도 반드시 위법은 아니다.
현장에서 흔히 보이는 오해가 있다. 취업규칙에 “병가를 줄 수 있다”고 규정됐다고 해서 무조건 줘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반대로 “병가를 사용한다”거나 “휴직을 할 수 있다(근로자 주체)”고 규정됐다면 사용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기 어렵다.
부당하게 거부했다면 — 대법원의 입장
취업규칙에 휴직 사유가 규정돼 있음에도 회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뒤, 근로자가 출근하지 않자 무단결근으로 징계면직을 했다면 어떻게 될까. 대법원이 이 상황을 직접 판단한 사건이 있다.
근무부서에서 상사·동료로부터 반복적인 폭행·협박을 당한 근로자가 휴직을 신청했으나, 회사가 사유를 제대로 조사하지도 않고 정당한 이유가 없다며 거부했다. 대법원은 “휴직 신청에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데도 회사가 면밀히 조사하지 않고 거부한 것은 부당하므로, 근로자가 승인을 요구하며 출근을 거부해도 이는 통상의 무단결근과 달리 사회통념상 근로계약 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고 볼 정도의 비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그 징계면직은 권리남용으로 무효였다(대법 1997.7.22, 95다53096).
이 판례는 '정당한 사유 있는 휴직 신청 → 사용자의 부당한 거부 → 근로자의 불출근 → 무단결근 징계면직'이라는 연쇄가 모두 무효로 처리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병가 중 연차휴가 강제 사용은 위법 소지
실무에서 자주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가 있다. 병가를 인정하되, “잔여 연차유급휴가를 먼저 다 소진한 뒤에야 병가를 쓸 수 있다”고 지시하는 경우다. 고용노동부는 이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병가 사용 시 연차유급휴가를 먼저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근로자의 연차유급휴가 시기지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근로개선정책과-4027, 2014.7.18.).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사용할 수 있는 권리이고(근로기준법 제60조 제5항), 사용자는 '사업 운영에 막대한 지장이 있는 경우'에만 시기를 변경할 수 있다. 병가를 이유로 연차를 강제 소진하게 만드는 것은 이 원칙에 반한다.
병가 거부 후 퇴직하면 실업급여는
병가·휴직이 불허된 상태에서 퇴직을 선택하는 근로자들이 있다. 이때 “자발적으로 나간 것이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다”는 오해가 많다. 하지만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이직은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2 제8호에서 정당한 이직사유로 인정될 수 있다. 의사 진단서와 함께 회사의 병가 거부 경위를 입증하는 서면 자료가 있다면 수급자격 인정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무 체크포인트
- 취업규칙 열람 요청 — 사업주는 취업규칙을 사업장에 게시하거나 비치해야 한다(근기법 제14조). 열람 요청은 권리다.
- 조문 문언 확인 — '할 수 있다(사용자 재량)'인지 '할 수 있다(근로자 권리)'인지 주어를 확인한다.
- 휴직 신청 및 거부는 서면으로 — 신청서와 진단서를 서면 제출하고 접수증을 받아 두어야 한다. 구두 신청은 이후 분쟁에서 입증이 어렵다.
- 거부 사유 서면 통보 요구 — 회사가 거부한다면 사유를 서면으로 요청한다. 법적 다툼 시 핵심 자료가 된다.
- 연차 강제 사용 지시에는 이의 서면 제출 — 병가를 이유로 연차를 강제 사용하게 한다면 이의를 서면으로 남겨 두는 것이 중요하다.
자문 현장에서 병가 거부 분쟁이 발생하는 패턴은 거의 일정하다. 취업규칙에 '병가를 부여할 수 있다'는 조문이 있는데도 회사가 인력 공백을 이유로 구두로 거부하고, 이후 결근 처리로 이어지는 경우다. 핵심은 거부 이전에 의사 진단서와 휴직 신청서를 반드시 서면으로 제출하고 접수증을 받아 두는 것이다. 서면 없이 구두로만 신청했다가 회사가 '그런 신청이 없었다'고 주장하면 근로자 입장에서 입증이 매우 어려워진다.
자주 묻는 질문
Q. 취업규칙에 병가 규정이 없으면 아파도 무조건 출근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허용 의무가 없습니다. 병가는 법정 제도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잔여 연차유급휴가가 있다면 이를 활용하거나, 합의하에 무급결근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입니다.
Q. 취업규칙에 병가 조항이 있는데 회사가 거부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조문 문언과 진단서를 지참해 서면으로 재신청하고, 거부 시 사유 서면 통보를 요청하세요. 이후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 구제 신청도 가능합니다.
Q. 병가 중에 회사가 연차휴가를 먼저 쓰라고 합니다. 따라야 하나요?
따를 의무가 없습니다.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원하는 시기에 쓸 수 있는 권리이고(근기법 제60조 제5항), 병가를 이유로 강제 사용하게 하는 것은 시기지정권 침해로 위법 소지가 있습니다(근로개선정책과-4027, 2014.7.18.).
Q. 병가 휴직을 거부당한 뒤 퇴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나요?
질병·부상으로 인한 이직은 고용보험법 시행규칙 별표2 제8호에 따른 정당한 이직사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의사 진단서와 회사의 거부 경위를 입증하는 서면 자료가 필요합니다.
Q. 업무상 재해로 인한 휴직과 개인 질병 병가는 다르게 보호받나요?
다릅니다. 업무상 재해(산재) 요양 중인 근로자는 요양 기간과 그 후 30일간 해고가 금지됩니다(근기법 제23조 제2항). 반면 업무 외 개인 질병·부상에 의한 병가는 근기법에 별도 보호 규정이 없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 내용에 따라야 합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허용해도 14일 안에 서면 통지한다
2026년 11월 27일 시행 시행령 개정, 신청서 접수부터 통지문 발송까지
뉴스브리핑📌 [11월 4일] 노동뉴스 브리핑: 사장 친족 성희롱도 과태료 최대 1천만원
상습체불 777명 첫 신용제재 · 효성중공업 72시간 파업 · 청년 공짜야근 100곳 감독
판례분석🎯 아리셀 판결이 가른 대표 책임, CSO 선임만으론 안 된다
대법원 확정 법리로 다시 읽는 중대재해처벌법 하급심 유죄·무죄
뉴스브리핑📌 [11월 3일] 노동뉴스 브리핑: 한화 고과 차별, 부당노동행위 인정
한화 고과 차별 판결 · 여성 산재 승인율 · 초광역특구 의제 · JTI 연차 K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