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기간이 끝났는데 당연히 연장되는 줄 알았다 — 갱신기대권 성립 요건과 노동위원회 판단 기준
3번 연속 갱신됐는데 이번엔 왜 안 되나요 — 판례가 인정한 5가지 체크포인트
기간제 계약이 반복 갱신됐는데 갑자기 종료 통보를 받았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갱신 근거규정·업무 상시성·평가 관행 등을 종합 판단하며, 갱신기대권이 있다면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은 부당해고로 다툴 수 있습니다.
1년짜리 계약을 세 번 연속으로 갱신했다. 업무도 별 탈 없이 이어왔고, 팀장은 "잘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계약 만료 2주 전, 문자 한 통이 왔다. "이번 계약은 만료로 종료됩니다." 처음에는 실수인 줄 알았다. 회사에 물어봤더니 "계약직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는 답이 돌아왔다.
이 상황에서 근로자는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을까. 답은 경우에 따라 다르다. 핵심은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느냐 여부다. 갱신기대권이 있다면 사용자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갱신을 거절할 수 없고,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할 수 있다.
법은 뭐라고 하나 — 기간제법 제4조와 제4조의2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제4조 제1항은 사용자가 기간제 근로자를 2년을 초과하여 사용할 수 없다고 정한다. 2년을 넘기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무기계약직)로 간주된다(동조 제2항). 이 규정 자체가 갱신기대권을 명시하는 것은 아니다.
갱신기대권은 판례가 별도로 발전시킨 법리다. 대법원은 기간제 근로계약이 문서로 존재하더라도, "근로자에게 계약이 갱신될 수 있다는 합리적이고 정당한 기대가 형성된 경우에는 사용자의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원칙을 확립했다(대법원 2011.7.28, 2009두2665).
한편 기간제법 제4조의2(2021.5.18. 신설)는 사용자가 계약기간 만료일 30일 전까지 갱신 여부를 서면으로 통보할 의무를 규정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조항은 갱신기대권을 만들어 주는 규정은 아니지만, 사전 통보 없이 갑작스럽게 종료를 통보하는 관행을 차단하기 위한 절차적 보호다.
3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보는 판단 구조
판례는 기간제 근로계약 종료 분쟁을 크게 세 유형으로 구분한다. 어느 유형에 해당하느냐에 따라 구제 가능성이 달라진다.
| 유형 | 특징 | 갱신거절 기준 | 구제 가능성 |
|---|---|---|---|
| 순수기간제 계약 | 계약서에 기간 명시, 만료로 당연 종료. 갱신 약속·관행 없음 | 기준 없음 (갱신거절은 해고가 아님) | 매우 낮음 |
| 사실상 무기계약 | 기간 정함이 형식에 불과할 정도로 장기 반복 갱신 | 근로기준법 제23조 정당한 이유 필요 | 높음 |
| 갱신기대권 계약 | 갱신 근거규정 또는 신뢰관계가 형성된 기간제 계약 | 사회통념상 합리적 이유 필요 (완화된 기준) | 중간~높음 |
실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투는 영역은 세 번째 유형이다. 계약서상 기간제이지만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면, 사용자는 합리적 이유를 소명해야 한다. 이 기준은 일반 해고의 '정당한 이유'보다 완화되어 있지만, 단순히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5가지 체크포인트
대법원 판례는 갱신기대권 인정 여부를 다음 요소들을 종합해 판단한다.
① 계약서·취업규칙·단체협약에 갱신 근거규정이 있는가
가장 직접적인 근거다. 계약서에 "근무실적 평가 후 갱신한다", 취업규칙에 "일정 요건 충족 시 재계약", 단체협약에 "기간 만료만으로 재계약을 거절하지 않는다"는 식의 규정이 있으면 갱신기대권이 강하게 인정된다. 단,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표현만 있는 경우는 의무가 아닌 재량으로 해석돼 기대권 인정 여지가 줄어든다(대법원 2014.4.11, 2014두809).
② 업무가 상시적·계속적 성격인가
한시적·계절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회사의 정규 업무를 처리하는 역할이라면 갱신기대권 인정의 적극적 요건이 된다(대법원 2011.7.28, 2009두2665). 반대로 발주사의 계약에 종속되어 있거나 탄력적 인력 운영이 불가피한 업무라면 기대권 인정이 어렵다.
③ 실제 평가 절차가 있고 그 기준을 충족했는가
계약서에 "근무실적 평가 후 재계약"이라고 명시했고, 실제로 평가를 실시해 기준을 넘은 근로자를 갱신해 온 관행이 있다면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대법원 2014.2.27, 2011두17745). 하지만 평가 규정이 단순히 근로자의 충실한 업무수행을 담보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재계약 의무나 절차를 정한 것이 아니라면 기대권이 인정되기 어렵다(대법원 2011.11.10, 2010두24128).
④ 반복 갱신의 횟수와 기간, 동종 근로자 관행
반복 갱신 자체가 곧 갱신기대권을 만들지는 않는다. 그러나 동종 근로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계속 갱신되어 온 관행은 신뢰관계 형성의 중요한 정황 증거가 된다. 반복 갱신만으로는 부족하고, 그 과정에서 재계약이 당연시된다는 인식이 형성됐는지를 함께 본다.
⑤ 사용자의 갱신 의사 표시나 묵시적 약속이 있었는가
팀장이 구두로 "계속 일해줬으면 한다"고 말했거나 내부 결재 문서에 재계약 예정으로 기재되어 있어도, 판례는 이것만으로 갱신기대권을 쉽게 인정하지는 않는다. 단순한 재고용 의사 표시나 동종 근로자를 고용하는 관행만으로는 계약갱신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11.11.10, 2010두7628).
갱신거절 통지 — 30일 전 서면 의무
2021년 개정으로 추가된 기간제법 제4조의2는 갱신기대권과는 별개로 절차적 의무를 부과한다. 사용자는 계약 만료일 30일 전까지 갱신 거절 또는 조건 변경 의사를 서면으로 통보해야 한다. 이 조항을 위반해도 갱신기대권이 자동으로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노동위원회 심리에서 사용자의 신의성실 위반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실무에서는 이 통보를 받지 못한 채 2주 또는 1주 전에 갑작스럽게 종료 통보를 받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과태료 신고와 함께 갱신기대권 구제신청을 병행하는 전략이 가능하다.
노동위원회는 어떻게 판단하나
노동위원회 심판 실무에서 갱신기대권 분쟁의 핵심 쟁점은 갱신거절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가다. 사용자는 다음과 같은 사유를 주로 제시한다.
- 예산 삭감 또는 조직 축소
- 업무 감소 또는 해당 포지션 폐지
- 근무 태도 불량 또는 평가 점수 미달
- 신규 채용 없이 내부 인력으로 흡수
이 중 가장 다툼이 많은 사유는 '예산 삭감'과 '업무 감소'다. 노동위원회는 갱신거절 직후에 다른 인력을 신규 채용하거나 유사 업무를 외부 용역으로 전환했다면 합리적 이유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평가 점수 미달을 이유로 들더라도, 평가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갑작스럽게 변경된 경우에는 설득력이 낮게 평가된다.
갱신기대권 분쟁에서 실제로 승패를 가르는 건 계약서 문구보다 갱신 관행과 평가 절차의 기록입니다. 분쟁이 발생한 후에야 "구두로 갱신 약속을 받았다"고 주장해도, 이를 뒷받침할 카카오톡 메시지·이메일·내부 결재 문서가 없으면 노동위원회에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자문 현장에서 보면, 갱신거절을 통보받은 다음 날 먼저 해야 할 일은 평소 주고받은 갱신 관련 메시지와 평가 결과 문서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핵심 정리
- 기간제 계약 만료 자체는 해고가 아니지만,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합리적 이유 없는 갱신거절은 부당해고로 다툴 수 있다.
- 갱신기대권 성립의 핵심은 ①갱신 근거규정, ②업무의 상시성, ③실제 평가 절차·관행, ④반복 갱신 기간, ⑤묵시적 약속의 종합 판단이다.
- 사실상 무기계약으로 인정되면 일반 해고에 준하는 정당한 이유가 요구되고, 갱신기대권만 인정되면 합리적 이유(완화된 기준)가 요구된다.
- 2021년 개정으로 계약 만료 30일 전 서면 통보 의무가 신설되었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500만 원 이하 과태료 대상이다.
-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시한은 갱신거절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1년 계약을 2번 갱신했으면 갱신기대권이 자동으로 생기나요?
반복 갱신만으로는 갱신기대권이 자동 성립하지 않습니다. 갱신 근거규정이나 신뢰관계 형성 여부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며, 단순 갱신 횟수는 하나의 참고 요소에 불과합니다.
Q.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면 무조건 복직할 수 있나요?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를 소명하지 못하면 부당해고가 인정되어 원직복직 또는 임금 상당액 지급이 명령됩니다. 다만 사용자가 합리적 이유를 입증하면 구제신청은 기각됩니다.
Q. 계약 만료 30일 전 통보를 받지 못했는데, 이것 자체로 무효가 되나요?
통보 의무 위반은 과태료 사유이며, 그 자체로 갱신거절을 무효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노동위원회 심리에서 사용자에게 불리한 사정으로 참작될 수 있습니다.
Q. 갱신기대권 관련 구제신청은 어디에,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근무지 관할 지방노동위원회에 갱신거절 통보를 받은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해야 합니다. 3개월을 넘기면 각하됩니다.
Q.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 전환이 되나요?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안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2년을 초과한 공공기관 기간제 근로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기관별 내규와 예산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어 개별 확인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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