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으로 지목된 직원 — 불이익 처분 전 절차 위반이 부당징계가 되는 이유
조사도 소명도 없이 면직 통보 받았다면? 근기법 제76조의3이 정한 순서와 취업규칙 징계 절차의 관계를 짚는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지목됐다고 해서 즉시 징계할 수 없다. 근기법 제76조의3 제2항은 신고 접수 후 객관적 조사를 먼저 요구하며, 조사 완료 이후에야 행위자 징계(제5항)가 가능하다. 취업규칙상 소명 기회·징계위원회 심의 등 일반 징계 절차도 그대로 적용된다.
어느 날 팀장인 A씨는 인사부로 불려 갔다. "부하직원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이틀 뒤 A씨는 면직 처분서를 받았다. 조사 면담은 한 번도 없었다. 소명할 기회도 없었다. 피해자가 누구인지, 어떤 행위가 문제인지조차 고지받지 못한 채 징계가 완료됐다.
이 상황에서 부당징계 구제신청이 가능할까? '직장내 괴롭힘'이라는 사유가 있다는 것과, 그 사유를 근거로 한 징계가 적법하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다. 절차를 건너뛴 징계는, 설령 실체적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무효가 될 수 있다.
법이 정한 절차의 순서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을 때 사용자가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를 순서대로 규정한다.
- 제2항 (조사 의무): 사용자는 신고를 접수하거나 발생사실을 인지한 경우 지체 없이 당사자 등을 대상으로 객관적으로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
- 제3항 (조사 기간 중 피해자 임시보호): 조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피해근로자의 의사에 반하지 않는 범위에서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등 적절한 조치.
- 제5항 (행위자 조치): 조사 결과 사실이 확인된 때에 한해 지체 없이 징계 등 조치. 이 경우 징계 조치를 하기 전에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 위반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
이 순서는 매우 중요하다. 제5항의 '행위자 징계'는 반드시 제2항의 '객관적 조사' 완료 이후에만 발동할 수 있다. 조사 없이, 또는 조사 도중에 곧바로 징계를 내리는 것은 법이 정한 절차적 요건을 위반하는 것이다.
나아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은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정직·전직·감봉 등 징벌을 하지 못하도록 규정한다. 여기서 '정당한 이유'에는 실체적 사유(행위의 존재)뿐 아니라 절차적 정당성(징계 절차 준수)도 포함된다는 것이 확립된 법리다.
취업규칙의 징계 절차는 직장내 괴롭힘이어도 면제되지 않는다
대부분의 사업장 취업규칙에는 징계위원회 소집, 피징계자 출석 통보, 소명 기회 부여, 의결 정족수 등을 규정하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을 사유로 하는 징계라고 해서 이 절차들이 생략될 수 없다.
| 절차 단계 | 주요 근거 | 생략 시 효과 | 비고 |
|---|---|---|---|
| 객관적 조사 실시 | 근기법 제76조의3 제2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징계 절차 하자 | 모든 징계의 선행 요건 |
| 징계사유 구체적 고지 | 취업규칙 (일반 징계 절차) | 부당징계 — 징계 무효 가능 | 어떤 행위가 문제인지 고지 필수 |
| 소명 기회 부여 | 취업규칙 (일반 징계 절차) | 부당징계 — 징계 무효 가능 | 실질적 소명 기회 보장 필요 |
| 징계위원회 심의·의결 | 취업규칙 (일반 징계 절차) | 부당징계 — 징계 무효 가능 | 정족수·절차 준수 필요 |
| 피해근로자 의견 청취 | 근기법 제76조의3 제5항 | 500만원 이하 과태료 | 행위자 소명과 별개, 동시 진행 불가 |
중앙행정심판위원회(2022.6.14, 재결 2021-15177)는 직장내 괴롭힘을 사유로 한 처분에서 사용자가 충분한 조사를 하지 않은 채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부당하다"고 판단하고 처분을 취소했다. 행위자로 지목된 청구인은 조사의 부실함을 입증해 부당 처분을 돌려받았다.
또 다른 주목할 지점이 있다.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진행하는 도중에 행위자 쪽에서 별도로 괴롭힘 신고를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에도 원래 신고에 의한 괴롭힘 사실이 인정된다면, 새로운 신고와 관계없이 당초 사실에 대한 징계는 가능하다(울산지법 2022.7.20, 2021가합14169). 단, 이 역시 적법한 조사 및 소명 절차가 선행된 이후를 전제로 한다.
실무에서 자주 보이는 위험 패턴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들어오면 사업장에서 다음과 같이 서두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
- 신고 접수 후 피신고인에게 통보 없이 피해자 진술만 수집하고 곧바로 징계위원회 상정
- 인사팀에서 비공개 조사 진행 후 피신고인에게 결과만 통보, 소명 기회 없이 중징계
- '사내 분위기를 위해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이유로 취업규칙상 징계 절차를 생략
- 피해자 진술만으로 사실을 확정하고 행위자 측 진술·증거를 전혀 청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면직
이런 패턴은 두 가지 법적 문제를 동시에 만든다. 첫째, 근기법 제76조의3 제2항 위반(객관적 조사 의무 미이행)으로 과태료 처분 대상이 된다. 둘째, 취업규칙상 징계 절차 위반으로 해당 징계 자체가 부당징계로 다퉈질 여지가 생긴다.
행위자로 지목된 직원 입장에서는 ①조사 참여 기회가 주어졌는지, ②어떤 행위가 문제인지 구체적으로 고지받았는지, ③소명 기회가 실질적으로 보장됐는지를 기록으로 남겨 두는 것이 구제 신청 시 핵심 근거가 된다. 구두 통보라면 문자·이메일로 내용을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자문 현장에서 가장 많이 보는 패턴은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급박함이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의 절차적 권리'를 밀어내는 경우다. 그 결과 회사는 이중 부담을 지게 된다. 직장내 괴롭힘 조치 의무를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부당징계 구제신청이 들어와 노동위원회를 오가게 되는 것이다. 조사-고지-소명-의결 순서를 지키는 것이 피해자도, 피신고인도, 회사도 모두 보호하는 길이다.
핵심 정리
- 직장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징계할 수 없다. 객관적 조사(근기법 제76조의3 제2항)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 조사 결과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야 행위자 징계가 가능하며, 이 단계에서도 취업규칙상 징계 절차(징계사유 고지, 소명 기회, 징계위원회 심의)는 그대로 적용된다.
- 제76조의3 제5항의 '피해근로자 의견 청취'는 행위자 소명 기회를 대체하지 않는다. 두 절차는 별개다.
- 절차를 생략한 징계는, 행위 사실이 인정되더라도, 부당징계로 취소될 수 있다.
- 행위자로 지목된 직원은 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절차적 기회를 기록으로 남겨 구제 신청에 활용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직장내 괴롭힘 신고만으로 즉시 해고할 수 있나요?
아닙니다. 객관적 조사가 완료되고 사실이 확인된 이후, 취업규칙상 징계 절차까지 거쳐야 합니다. 신고 접수만으로 즉시 해고하면 부당징계가 될 수 있습니다.
Q. 조사 과정에서 소명 기회를 주지 않으면 어떻게 됩니까?
취업규칙에 소명 기회 부여가 규정된 경우, 이를 생략한 징계는 절차 위반으로 부당징계가 될 수 있고 노동위원회를 통해 취소될 수 있습니다.
Q. 피해자 진술만으로 징계가 가능한가요?
피해자 진술이 핵심 증거가 될 수 있지만, 행위자 소명을 전혀 반영하지 않은 부실한 조사는 실체적 하자로 다퉈질 수 있습니다.
Q. 근기법 제76조의3 제5항의 '피해근로자 의견 청취'는 무엇인가요?
행위자를 징계하기 전, 그 징계 조치에 대해 피해근로자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는 의무입니다. 이는 행위자 소명과 별개 절차이며 생략 시 500만원 이하 과태료 대상입니다.
Q. 부당징계 구제신청은 어디에, 언제까지 해야 하나요?
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징계 구제신청(근기법 제28조)을 할 수 있으며, 신청 기한은 징계 처분일로부터 3개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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