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 근로자도 퇴직금은 따로 받는다 — '연봉에 포함됐다'는 약정이 무효인 이유와 올바른 산정법
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강행규정의 의미, 연봉 계약서 문구별 유효·무효 판단 기준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됐다는 약정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강행규정 위반으로 원칙적으로 무효다. 대법원은 2007년부터 이 법리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으며, 근로자는 약정 내용과 관계없이 퇴직 시 법정 퇴직금 전액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예외적 유효 요건과 올바른 퇴직금 산정법을 정리했다.
연봉 계약서에 '연봉 5,000만원(퇴직금 포함)'이라고 서명했다면, 퇴직할 때 퇴직금을 따로 받을 수 없을까? 그렇지 않다. 연봉액에 퇴직금이 포함됐다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강행법규 위반으로 무효이며, 근로자는 퇴직 시 법정 퇴직금 전액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 원칙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고,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가 이를 뒷받침한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제8조 — 퇴직금 청구권 사전 포기 금지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하 '근퇴법') 제8조 제1항은 사용자가 퇴직하는 근로자에게 계속근로기간 1년에 대하여 30일분 이상의 평균임금을 퇴직금으로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제8조 제2항은 퇴직금 중간정산을 허용하면서도 그 사유를 엄격히 법정화하고 있다(주택구입, 장기요양, 파산·회생, 임금피크제 도입 등).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다. 강행규정이란 당사자의 합의로도 내용을 바꿀 수 없는 법률 조항을 말한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가 합의하더라도 퇴직금 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거나 법정 기준보다 불리하게 약정하면 그 약정은 효력이 없다.
근퇴법 제4조는 1명 이상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 또는 사업장에 적용되며, 계속근로기간 1년 이상이고 4주 평균 주 15시간 이상 근무한 근로자라면 업종·직종·연봉 수준에 관계없이 퇴직급여 지급 대상이 된다.
판례가 확립한 원칙 — 약정은 무효, 퇴직금은 별도 지급
대법원은 2007년 이후 일관된 법리를 유지하고 있다.
- 대법원 2007.8.23, 2007도4171: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임금에 퇴직금을 포함시켜 지급받기로 하는 약정은 퇴직할 때 비로소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을 사전에 포기하는 것으로서 강행법규에 위반되어 무효다.
- 대법원 2012.10.11, 2010다95147: 퇴직금 분할약정에 따라 이미 지급된 금원은 퇴직금 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없다. 따라서 근로자는 퇴직 시 별도로 법정 퇴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 대법원 2010.5.20, 2007다90760(전원합의체): 분할 지급된 퇴직금 명목 금원이 실질적 퇴직금 분할약정에 기반한 경우, 해당 금원은 부당이득에 해당한다. 사용자는 퇴직금 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서만 상계를 주장할 수 있다.
정리하면, 연봉 계약서에 '퇴직금 포함'이라고 명시되어 있어도, 그 약정이 적법한 중간정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퇴직 시 법정 퇴직금이 다시 발생한다.
예외 — 실질적 분할약정이 유효로 인정되는 경우
단, 2022년 대법원 판결은 예외 요건을 명확히 했다.
대법원 2022.3.17, 2018다244877은 다음 요건을 모두 충족할 때 실질적 퇴직금 분할약정이 유효하다고 판시했다.
- ① 임금과 구별되는 퇴직금 명목 금원의 액수가 명확히 특정되어 있을 것
- ② 퇴직금 명목 금원을 제외한 기본 임금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약정 내용이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지 않을 것
- ③ 사용자가 임금과 별도로 퇴직금 명목의 금원을 실질적으로 추가 지급하기로 한 사정이 인정될 것
단순히 계약서에 '연봉에 퇴직금 포함'이라고 기재한 것만으로는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 기존 임금 수준에서 퇴직금 명목 금원을 쪼개 넣는 방식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행정해석이 정한 중간정산 인정 3요건
고용노동부는 연봉제에서 퇴직금 중간정산이 적법하게 인정되기 위한 요건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퇴직급여보장팀-100(2006.1.10)에 따르면, 연봉제 퇴직금 중간정산이 유효하려면 다음 세 가지를 모두 갖추어야 한다.
- ① 금액 특정: 연봉액에 포함될 퇴직금의 액수가 명확히 정해져 있을 것
- ② 근로자 요구: 퇴직금을 중간정산 받고자 하는 근로자의 요구(신청)가 있을 것
- ③ 최저 기준 충족: 매월 지급된 퇴직금 합계가 1년 경과 시점 기준의 법정 퇴직금 이상일 것
이 요건 외에도, 2012년 7월 26일 이후부터는 법에서 명시한 중간정산 사유(근퇴법 제8조 제2항)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중간정산이 가능하다. 사유 없이 당사자 합의만으로 한 중간정산은 적법하지 않다.
연봉 계약서 문구 유형별 유효·무효 판단
| 계약서 문구 유형 | 퇴직금 지급 효력 | 비고 |
|---|---|---|
| "연봉 5,000만원 (퇴직금 포함)" | 무효 — 별도 퇴직금 청구 가능 | 가장 흔한 유형. 금액 미특정 |
| "연봉 5,000만원 + 퇴직금 명목 417만원 별도 지급" | 요건 충족 여부에 따라 유효 가능 | 금액 특정 + 근로자 신청 + 최저 기준 충족 시 |
| "연봉 5,000만원 (퇴직금 중간정산 포함, 근로자 요청)" | 요건 미충족 시 무효 | 법정 중간정산 사유 해당 여부 추가 확인 필요 |
| 연봉 계약서에 퇴직금 언급 없음 | 퇴직 시 법정 퇴직금 별도 지급 | 기본 원칙 적용 |
| DC형 퇴직연금 가입 (연간 연봉의 1/12 이상 납입) | 유효 — 퇴직급여제도 적법 설정 | 매년 사용자가 연금계좌에 납입해야 함 |
올바른 퇴직금 산정 방법
법정 퇴직금은 아래 공식으로 계산한다.
퇴직금 = 1일 평균임금 × 30일 × (계속근로연수)
여기서 평균임금은 퇴직일 이전 3개월 동안 지급된 임금 총액을 해당 기간 총일수로 나눈 값이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6호). 연봉제 근로자의 경우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 연봉을 12등분하여 지급하는 경우, 퇴직일 직전 3개월 임금 합계를 그대로 사용한다.
- 성과급·상여금이 있다면 3개월 이전에 지급된 분도 비례 산입될 수 있다(근기법 시행령 제2조).
- 퇴직금 산정 기준이 되는 '평균임금'에는 연차미사용수당도 포함될 수 있다.
- 평균임금이 통상임금보다 낮은 경우에는 통상임금을 평균임금으로 본다(근기법 제2조 제2항).
사업장이 자주 놓치는 포인트
연봉 계약서에 퇴직금 포함 문구를 넣는 이유는 대개 퇴직 시 별도 목돈 지출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방식은 근로자가 퇴직 후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하면 미지급 퇴직금으로 처리되어 형사 책임(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근퇴법 제44조)까지 이어질 수 있다.
올바른 방법은 두 가지다.
- DB형 또는 DC형 퇴직연금 설정: 매년 연금계좌에 적립하면 퇴직 시 별도 목돈 지출 없이 합법적으로 퇴직급여 지급 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 법정 중간정산 사유 확인 후 적법 처리: 주택구입 등 법정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근로자 신청 → 사용자 정산 → 지급 증빙 보관의 절차를 밟는다.
자문 현장에서 '퇴직금 포함 연봉제'로 분쟁이 터지는 패턴은 거의 동일하다. 근로자가 3~5년을 근무하고 퇴직한 뒤 뒤늦게 퇴직금 미지급 진정을 제기하면, 사용자는 이미 지급된 퇴직금 명목 금원을 공제하려 하지만 전원합의체 판결(2007다90760) 기준상 퇴직금의 절반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계약서 문구 하나를 수정하는 것보다 처음부터 퇴직연금을 설정하는 것이 사업주와 근로자 모두에게 훨씬 단순하고 안전하다.
핵심 정리
- 연봉에 퇴직금이 포함됐다는 약정은 원칙적으로 무효다 (근퇴법 제8조, 대법 2007도4171).
- 근로자는 약정과 무관하게 퇴직 시 법정 퇴직금 전액을 청구할 수 있다.
- 예외적으로 유효하려면 ①금액 명확 특정, ②근로자에게 불이익 없음, ③실질적 추가 지급 사정 세 요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 (대법 2018다244877).
- 2012.7.26 이후부터는 법정 중간정산 사유가 없으면 약정으로도 중간정산이 불가하다.
- 합법적 대안은 퇴직연금(DB형·DC형) 설정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연봉 계약서에 퇴직금 포함이라고 서명했는데, 퇴직금을 못 받는 건가요?
받을 수 있습니다. 연봉 포함 약정은 강행법규(근퇴법 제8조) 위반으로 원칙적으로 무효이며, 퇴직 시 법정 퇴직금을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Q. 매월 급여명세서에 '퇴직금 적립분'이 별도 항목으로 표기되어 있으면 유효한가요?
단순 표기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금액 특정, 근로자 중간정산 신청, 법정 사유 해당, 법정 퇴직금 이상 지급 여부를 모두 충족해야 적법한 중간정산으로 인정됩니다.
Q. 퇴직금을 이미 매월 받았는데, 퇴직 시 다시 청구하면 나중에 사용자가 반환 요청을 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실질적 분할약정 요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기지급 금원은 부당이득으로 처리되고, 사용자는 퇴직금 채권의 2분의 1을 초과하는 부분에 한해 상계를 주장할 수 있습니다(대법 2007다90760 전원합의체).
Q. 연봉제에서 퇴직금은 어떻게 계산하나요?
퇴직일 이전 3개월 임금 총액을 해당 기간 총일수로 나눈 1일 평균임금에 30일을 곱하고, 계속근로연수를 곱해 산정합니다.
Q. 퇴직연금(DC형)에 가입하면 연봉 포함 문제가 해결되나요?
네. DC형 퇴직연금은 연간 연봉의 12분의 1 이상을 사용자가 근로자의 연금계좌에 직접 납입하는 방식으로, 적법한 퇴직급여제도 설정에 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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