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견례까지 해놓고 사용자 아니라니 — 원청 교섭 발뺌 대응법
SK인텔릭스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으로 본 원청 사용자성 판단 기준과 인사담당자 체크리스트
원·하청 노조가 교섭요구 공고를 내고 원청이 상견례에 직접 나왔다면, 그 뒤에 "우리는 계약당사자가 아니라 교섭 의무가 없다"고 말을 바꿔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형식적 당사자로 좁게 묶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상견례까지 나온 원청이 2주 만에 "우리는 사용자 아니다" — 이게 왜 문제인가
원·하청 노조가 교섭요구 공고를 내고 원청이 상견례에 직접 나왔다면, 그 뒤에 "우리는 계약당사자가 아니라 교섭 의무가 없다"고 말을 바꿔도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안 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상 사용자 개념은 근로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형식적 당사자로 좁게 묶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지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2026년 9월 14일 가선통신서비스노조 SK인텔릭스지부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접수한 사건이 바로 이 쟁점을 정면으로 다룬다.
이 지부는 SK인텔릭스의 자회사인 SK인텔릭스서비스 소속 정규직·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이 조직한 노조다. 3월에 교섭요구 공고를 내고 6월 1일 상견례에는 SK인텔릭스 측이 직접 참석했는데, 불과 2주 뒤인 6월 15일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며 입장을 바꿨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 모기업과 동일한 성과급 기준 적용, 서비스전문직 보전수당 신설, 안전관리협의체 구성, 고객응대 보호 매뉴얼 개선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산업안전보건 항목만 '협의' 대상으로 축소 제시했다. 인사담당자라면 "우리는 원청이니 자회사 노조와 직접 교섭할 의무가 없다"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 지금까지 어떤 행위를 했는지부터 되짚어야 한다.
법은 뭐라고 하나 — 교섭 당사자와 부당노동행위
노조법 제29조(교섭 및 체결권한)는 단체교섭의 당사자를 노동조합과 "교섭에 응할 의무를 지는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로 규정한다. 여기서 핵심은 당사자(권리·의무를 지는 주체)와 담당자(실제 교섭을 수행하는 사람)가 구별된다는 점이다. 원청 임원이 상견례에 나와 실제로 교섭을 진행했다면, 그 행위 자체가 사용자로서 교섭에 응했다는 사실관계를 만든다. 이후 "당사자가 아니다"라고 부인하려면 그 행위가 왜 사용자성을 만드는 행위가 아니었는지를 원청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부담을 지게 된다.
같은 법 제81조 제1항 제3호는 "노동조합의 대표자 또는 노동조합으로부터 위임을 받은 자와의 단체협약 체결 기타의 단체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81조, 시행 2026-03-10). 실무에서 자주 오해하는 지점이 있다. 이 조항은 노조가 "교섭을 거부당했다"는 외형적 사실만 입증하면 원칙적으로 성립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점은 사용자가 입증해야 성립이 조각되는 구조다. 즉 입증책임이 사용자 쪽에 있다. 상견례까지 참석해 놓고 뒤늦게 발을 빼는 경우, 정당한 사유를 대기가 훨씬 어려워진다.
위임 관련 규정도 함께 봐야 한다. 노조법 제29조 제3항·제4항은 교섭 또는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권한을 위임한 경우 그 사실을 상대방에게 통보하도록 정한다. 시행령 제14조는 위임 시 교섭사항과 권한범위를 정하도록 한다. 위임장 자체는 계약의 성립요건이 아니지만(민법상 위임은 낙성·불요식 계약), 통보 절차를 갖추지 않으면 이후 교섭 과정에서 권한 범위를 두고 다시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
판정 기준 — 최근 노동위 판정 두 건 대조
노동위 판정은 사건번호를 사실확인용으로만 쓰고, 본문에는 조건과 결과를 짝지어 소개한다(원본 판정문 대조 결과, 2026년 판정 다수가 이 흐름을 따른다).
| 구분 | 쟁점 | 판정 취지 | 실무 시사점 |
|---|---|---|---|
| 2026년 6월, 중앙노동위 교섭 사건 | 원청이 하청 노조에 대해 계약외사용자성이 있는지 | 원청의 계약외사용자성이 인정되므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이행하고 노조가 요구한 대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를 해야 한다고 판정 | 원청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지배·결정하는 정황(상견례 참석, 처우 결정 관여 등)이 확인되면 계약서상 당사자가 아니어도 교섭 의무를 진다 |
| 2026년 4월, 서울지방노동위 교섭 사건 2건 | 단체교섭권 위임이 적법한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의무가 있는지 | 위임 절차·통보 요건의 적법성 여부를 노동위가 별도로 심사 | 위임장·통보 절차가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교섭대표노조 지위 자체가 다투어질 수 있다 |
두 유형을 나란히 보면 갈리는 지점이 분명하다. 원청이 실제로 교섭 테이블에 앉아 처우를 논의한 사실관계가 있으면 계약외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쪽으로 기운다. 반대로 위임 절차가 형식을 갖추지 못하면 노조 쪽 교섭대표 지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양쪽 모두 "서류와 실제 행위가 일치하는가"가 승패를 가른다.
인사담당자용 단계별 가이드
Step 1. 상견례·교섭 참석 여부부터 확인한다
원청 임직원이 하청 노조와의 상견례, 사전 미팅, 이메일·공문 교환 등에 어떤 형태로든 응한 이력이 있는지 인사팀·법무팀이 합동으로 6개월치 기록을 확인한다. 회의록, 참석자 명단, 발언 내용이 남아 있다면 그 자체가 사용자성 판단 자료가 된다.
Step 2.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절차를 점검한다
노조가 교섭을 요구했을 때 사업장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했는지, 공고 기간(통상 7일)을 지켰는지, 이의신청 절차를 안내했는지 확인한다. 공고를 누락하거나 지연하면 그 자체가 절차 위반으로 지적된다.
Step 3. 위임 관계는 반드시 서면과 통보로 정리한다
본사가 자회사·협력사에 교섭 권한을 위임하거나 위임받는 구조라면, 위임장에 교섭사항과 권한범위를 명시하고 상대방(노조)에게 서면으로 통보한다. 구두 위임이나 관행적 처리는 이후 권한 범위 다툼에서 불리하게 작용한다.
- 최근 6개월 내 원청 임직원이 하청·자회사 노조와의 상견례, 실무협의, 처우 관련 이메일·공문에 응한 이력이 있는지 인사·법무 합동으로 확인한다 — 있으면 사용자성 부인 논리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본다.
- 노조의 교섭요구 공고를 접수일로부터 7일 이내 게시했는지, 이의신청 기간과 절차를 함께 안내했는지 확인한다 — 누락·지연이 확인되면 즉시 재공고 절차를 밟는다.
- 교섭 또는 협약체결 권한을 위임했거나 위임받았다면 위임장에 교섭사항·권한범위가 명시돼 있는지, 상대방에게 서면으로 통보했는지 확인한다 — 통보 기록이 없으면 노무 담당자 명의로 통보 공문을 즉시 발송한다.
자주 하는 실수
가장 흔한 실수는 상견례나 사전 협의에는 응해 놓고, 정작 본교섭 단계에서 "그건 협조 차원이었지 사용자로서 응한 게 아니다"라고 선을 긋는 것이다. 노동위는 명칭이 아니라 실제로 어떤 권한을 행사했는지를 본다. 두 번째 실수는 산업안전 같은 일부 항목만 '협의' 대상으로 축소해 제시하면서 나머지 요구는 아예 논의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방식이다.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는 교섭 전체를 거부하는 경우뿐 아니라 일부 사항을 부당하게 논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의 해태도 문제 삼을 수 있다. 세 번째는 위임 통보를 서면이 아니라 구두나 관행으로 처리하는 것이다. 나중에 다투게 되면 통보 사실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다.
주목 포인트
원청·하청 구조에서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이 접수되면 초기 심문 단계에서 원청의 사용자성 여부가 먼저 정리되고, 이후 본안(교섭 거부·해태 여부)이 심리되는 순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쪽으로 판정이 나오면 원청은 그 시점부터 교섭 테이블에 다시 앉아야 하고, 그 사이 지연된 기간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구제명령(교섭 응낙, 재발방지 등)까지 함께 나올 수 있다. 국정감사 시즌과 맞물려 언론·국회 쟁점화까지 예고된 사안이라면 사실관계 정리를 서두르는 편이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낫다.
자문을 하다 보면 원청 실무자들이 "상견례는 예의상 나간 것"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그런데 노동위 심문에서는 참석 여부와 그 자리에서 나눈 대화 내용, 이후 오간 공문이 그대로 사용자성 판단 근거가 된다. 나중에 말을 바꾸려면 처음부터 참석 자체를 신중하게 결정하거나, 참석하더라도 권한 범위를 사전에 서면으로 못 박아 두는 편이 분쟁을 줄인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청이 자회사 노조 상견례에 참석하면 무조건 사용자로 인정되나요?
참석만으로 자동 인정되지는 않지만, 실제로 근로조건 논의에 관여한 정황이 있으면 계약외사용자성 인정 쪽으로 기울 수 있다.
Q. 교섭요구 공고 기간을 넘기면 어떻게 되나요?
공고 절차 위반으로 다투어질 수 있으며, 확인 즉시 재공고 등 보완 조치를 해야 한다.
Q. 위임장을 안 만들면 위임 자체가 무효인가요?
위임 계약 자체는 무효가 아니지만, 상대방에 통보하지 않으면 이후 교섭거부의 정당한 사유로 인정받기 어렵다.
Q. 일부 항목만 '협의'로 제시하면 교섭 거부에 해당하나요?
정당한 이유 없이 논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식이면 노조법 제81조 제1항 제3호의 해태로 문제될 수 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가선통신서비스노조 SK인텔릭스지부,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2026-09-14)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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