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vs SK하이닉스 전직금지 가처분 — 영업비밀보호 실무 체크리스트
1일 500만원 배상 사례로 보는 경업금지약정 설계 가이드
2026년 7월 9일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설계 담당자 2명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두 사람은 10~11년을 근무하고 2024년 10월 퇴사, 2025년 2월 SK하이닉스로 이직했는데 법원은 퇴직일로부터 1년 6개월(2027년 4월 30일까지) SK하이닉스와 계열사에 취업·자문·노무 제공을 금지했다. 위반하면 하루 500만원을 삼성전자에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까지 붙였다.
1일 500만원 — 전직금지 위반 시 배상액이 이 정도까지 나온다
2026년 7월 9일 수원지법 민사31부는 삼성전자가 낸드플래시 설계 담당자 2명을 상대로 낸 전직금지 가처분을 일부 인용했다. 두 사람은 10~11년을 근무하고 2024년 10월 퇴사, 2025년 2월 SK하이닉스로 이직했는데 법원은 퇴직일로부터 1년 6개월(2027년 4월 30일까지) SK하이닉스와 계열사에 취업·자문·노무 제공을 금지했다. 위반하면 하루 500만원을 삼성전자에 지급하라는 간접강제까지 붙였다. 반도체 대기업 간 소송이라 규모만 눈에 띄지, 이 사건이 실무에 던지는 질문은 규모와 무관하게 모든 사업장에 똑같이 적용된다. 전직금지약정을 어떻게 만들어야 법원이 인정해 주는가다.
법은 뭐라고 하나
전직금지는 근로기준법이 아니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시행 2026-05-28)이 근거다. 핵심 조문은 세 개다.
- 제2조 — 영업비밀은 ①공공연히 알려져 있지 않고(비공지성) ②독립된 경제적 가치가 있으며(경제적 유용성) ③상당한 노력으로 비밀 관리된(비밀관리성) 정보. 세 요건을 모두 갖춰야 한다.
- 제10조 제1항·제2항 — 영업비밀 보유자는 침해행위를 하거나 하려는 자에게 금지·예방을, 침해행위를 조성한 물건의 폐기·설비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함께 청구할 수 있다.
- 제11조·제13조·제18조 — 침해행위를 부정취득형과 의무위반형으로 나누고, 고의·과실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부정한 이익을 얻거나 손해를 가할 목적의 유출에 대한 형사처벌(외국 사용 목적이면 가중)을 각각 규정한다.
여기서 실무자가 자주 헷갈리는 지점 하나. 근로기준법 제20조(시행 2026-08-20)는 사용자가 근로계약 불이행에 대해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미리 정해두는 계약을 금지한다. 그런데 퇴직 후 영업비밀 보호를 목적으로 한 전직금지·경업금지 약정은 이 조항과 저촉되지 않는다는 게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의 입장이다(근기 01254-1732, 1992.10.17). 퇴직 후에는 사용종속관계가 끊어져 근로계약 불이행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다. 다만 위약금 액수가 지나치게 크면 별도로 공서양속 위반 다툼이 생길 수 있으니 액수 설계는 신중해야 한다.
판례가 갈리는 지점 — 약정 없어도 되는가, 기간은 얼마가 적정한가
| 쟁점 | 법원 판단 | 실무 시사점 |
|---|---|---|
| 경업금지약정 유효성 입증책임 | 사용자가 진다. 대법 2003.7.16, 2002마4380 | 서약서·근로계약·취업규칙 중 하나로 동의 근거를 남겨두지 않으면 다툼에서 불리하다 |
| 약정 없이도 전직금지가 가능한가 | 가능하나 요건이 좁다.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 관련 업무 종사를 금지하지 않고서는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될 때만(대법 2003.7.16, 2002마4380) | 약정이 최우선. 없으면 영업비밀 특정·접근가능성·전직 후 업무 성격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한다 |
| 전직금지기간 2년이 과도한가 | 기술발전 속도가 빠른 NAND 플래시 분야는 과도(서울고법 2019.4, 2019라20165) / 담당업무 성격상 과도하지 않다고 본 사례도 존재(수원고법 2019.7.3, 2019라10028) | 업종·기술 변화속도에 따라 갈린다. 일률적으로 2년을 못 박지 말고 직군별로 차등해야 한다 |
| 법원이 기간만 단축한 사례 | 2년→1년(수원지법 2019.8.27, 2018가단542980), 3년→1년6개월(전주지법 2019.9.19, 2018가단7513), 삼성 vs SK하이닉스 사건도 2년 청구를 1년6개월로 감축(수원지법 2026.7.9) | 약정을 통째로 무효화하지 않고 기간만 줄이는 경향. 너무 길게 잡아도 손해는 아니지만 다툼의 여지는 남긴다 |
퇴직자가 자료를 갖고 나간 경우의 형사책임도 자주 묻는 부분이다. 대법원 2025.4.24, 2024도19305는 무단 반출 자료가 반드시 영업비밀일 필요는 없고 "영업상 주요한 자산"(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지 않고, 취득·개발에 상당한 시간·노력·비용이 들었으며, 사용으로 경쟁상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에만 해당해도 업무상배임죄가 성립한다고 봤다. 반면 대법원 2017.6.29, 2017도3808은 퇴사 후의 이용행위 자체는 이미 성립한 배임행위의 연장에 불과해 별도로 배임죄를 구성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 대신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은 별개로 성립한다.
단계별 가이드 — 전직금지약정, 이렇게 설계한다
Step 1. 입사 시점에 받는다
퇴직 시점에 경업금지약정서를 내밀면 근로자가 거부해도 강제할 방법이 없다. 입사 시점, 또는 핵심기술·영업비밀 접근 권한을 부여하는 시점에 미리 서약서로 받아둬야 한다.
Step 2. 대상·기간·범위를 특정한다
"경쟁회사 전반"처럼 포괄적으로 쓰지 말고 대상 회사를 열거하고, 기간은 직군·기술 성격별로 차등을 둔다. 기술 변화가 빠른 직군(반도체 설계·소프트웨어 등)은 1년 내외, 상대적으로 완만한 직군은 1년 6개월~2년 선에서 검토한다.
Step 3. 비밀관리 조치를 실제로 해둔다
영업비밀로 인정받으려면 관리 실체가 있어야 한다. 법원이 인정한 사례는 별도 연구소 설치·출입 제한, 전 직원 비밀유지의무 부과, 책임자 지정 등 구체적 조치가 있었다(대법 1996.12.23, 96다16605). 고객정보(성명·연락처 등)도 3요건을 갖추면 영업비밀이 된다(서울중앙지법 2015.10.2, 2014가합46835).
Step 4. 퇴직 시 반환·폐기 절차를 문서로 남긴다
적법하게 반출해 사용하던 자료라도 퇴사 시 반환·폐기 의무가 있다. 경쟁업체 유출이나 개인 이익 목적으로 반환·폐기하지 않으면 그 시점에 업무상배임죄가 기수에 이른다(대법 2008.4.24, 2006도9089). 퇴직 체크리스트에 자료 반환 확인란을 반드시 넣는다.
실무 체크리스트
핵심기술·영업비밀 접근 인력 명단을 뽑아, 입사 시점 또는 업무 배치 시점에 서약서(경업금지약정)를 받았는지 대조한다. 서약서가 없으면 신규 채용·전보 시점에 즉시 징구한다.
기존 약정의 전직금지기간을 직군별로 재검토한다. 기술 변화 속도가 빠른 직군에 일률적으로 2년을 넣어뒀다면, 해당 직군의 통상적 기술격차 해소 기간(경쟁사가 동등 기술을 갖추는 데 걸리는 시간)을 근거자료로 정리해 1년~1년 6개월로 조정할지 검토한다.
영업비밀로 주장할 정보의 비밀관리 실태를 점검한다. 접근권한 제한, 비밀유지서약, 책임자 지정 세 가지 중 빠진 항목이 있으면 즉시 보완하고 시행일을 기록해 둔다(추후 소송에서 비밀관리성 입증자료가 된다).
자주 하는 실수
- 모호한 문구로 끝내는 경우 — "퇴직 후 신뢰관계를 훼손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 식의 문구만으로는 경업금지약정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대상 회사·기간·업무범위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 퇴직 시점에야 서약서를 내미는 경우 — 이 시점엔 근로자가 거부하면 그만이다. 입사 또는 핵심업무 배치 시점에 받아야 실효성이 있다.
- 모든 직군에 동일한 기간을 적용하는 경우 — 법원은 기술 변화속도와 담당업무 성격을 개별적으로 본다. 일률적 2년 설정은 정작 필요한 사람에게는 짧고, 불필요한 사람에게는 과도해 다툼의 소지만 키운다.
- 비밀관리 조치 없이 "영업비밀이다"라고만 주장하는 경우 — 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접근 제한·서약·책임자 지정 등 관리 실체가 없으면 법원이 영업비밀성 자체를 부인할 수 있다.
주목 포인트
이번 삼성전자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두 가지다. 첫째, 법원이 청구한 2년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1년 6개월로 감축했다는 점 — 약정 기간을 넉넉하게 잡아도 법원이 알아서 조정해 준다는 뜻이 아니라, 처음부터 직군별 근거자료를 갖추고 합리적인 기간을 제시하는 쪽이 분쟁 리스크를 줄인다. 둘째, 이 사건이 "국가핵심기술·국가첨단전략기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보호가치를 더 높게 평가받았다는 점이다. 일반 기업의 영업비밀은 이 정도의 특별 취급을 받기 어려운 만큼, 비밀관리성 입증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서식 문안 예시
전직금지약정서에 넣을 핵심 조항 예시다.
- "본인은 퇴직일로부터 [ ]개월간 [대상회사 열거 또는 업종 특정]에 취업하거나, 자문·용역 등 명목을 불문하고 노무를 제공하지 아니한다."
- "본인이 재직 중 취급한 [기술분야 특정] 관련 영업비밀은 퇴직 후에도 제3자에게 누설하거나 스스로 이용하지 아니하며, 보유 중인 관련 자료 일체를 퇴직일까지 회사에 반환하거나 회사의 확인 하에 폐기한다."
- "본 약정을 위반할 경우 위반일수 1일당 금[ ]원을 손해배상액(또는 위약벌)으로 지급한다."
전직금지 자문을 하다 보면 사업주들이 가장 많이 놓치는 게 "약정서는 있는데 퇴직 시점에야 겨우 받아둔" 경우다. 이미 퇴사 의사를 밝힌 직원에게 서약서를 내밀면 열에 아홉은 서명을 미루거나 거부하고, 그 순간부터는 회사가 취할 수 있는 카드가 확 줄어든다. 입사 계약서나 승진·보직변경 계약서에 경업금지 조항을 상시로 끼워 넣는 회사와, 사건이 터진 뒤에야 급하게 서약서를 만드는 회사는 가처분 단계에서부터 결과가 갈린다.
자주 묻는 질문
Q. 전직금지약정이 없으면 경쟁사 이직을 막을 방법이 아예 없나요?
완전히 없지는 않다. 전직한 회사에서 영업비밀 관련 업무 종사를 금지하지 않고서는 회사의 영업비밀을 보호할 수 없다고 인정되면 부정경쟁방지법 제10조에 근거해 가처분이 가능하다. 다만 요건이 좁아 약정이 있는 경우보다 입증 부담이 훨씬 크다.
Q. 전직금지기간은 몇 년으로 정해야 안전한가요?
정해진 상한은 없다. 법원은 기술 변화속도와 담당업무 성격을 함께 본다. 기술발전이 빠른 분야는 1년 내외, 상대적으로 완만한 분야는 1년 6개월~2년 선에서 개별 근거를 갖춰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Q. 경업금지약정을 퇴직 시점에 받으면 안 되나요?
강제할 방법이 없다. 근로자가 거부하면 사실상 무력화된다. 입사 시점이나 핵심업무 배치 시점에 미리 받아두는 것이 원칙이다.
Q. 퇴사 후 예전 회사 자료를 사용하면 형사처벌을 받나요?
퇴사 후 이용행위 자체는 업무상배임죄를 구성하지 않지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죄는 별도로 성립할 수 있다. 재직 중 자료를 반출하거나 반환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시점에 이미 업무상배임죄가 기수에 이른다.
Q. 고객정보도 영업비밀이 될 수 있나요?
비공지성·경제적 유용성·비밀유지성 세 요건을 갖추면 고객정보(성명·연락처 등)도 영업비밀로 인정된다. 접근권한 제한과 비밀유지 관리 실태가 관건이다.
📎 출처: 경향신문, 「법원, '삼성전자 직원 SK하이닉스 전직 금지' 가처분 일부 인용···"기술 보호 가치 커"」, https://www.khan.co.kr/article/202607131320001, 2026-07-13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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