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을 해임했더니 손해배상 청구서가 날아왔다 — 상법 제385조 기준과 사업주 리스크 체크리스트
임기 도중 해임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손해배상 없이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임원은 주주총회 결의로 언제든 해임할 수 있지만, 임기를 정한 이사를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전에 해임하면 잔여 임기 보수 전액의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합니다(상법 제385조). 단순 갈등·불화는 정당한 이유가 안 되며, 비등기임원은 노동법상 부당해고 위험도 병행 검토해야 합니다.
"임원은 주주총회 결의로 언제든 해임할 수 있다." 이 말은 틀리지 않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정작 놓치는 것이 있습니다. 상법은 이사에게 임기를 설정한 경우,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하면 회사가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명시합니다(상법 제385조 제1항). 인사 분쟁에서 자주 보이는 장면이 있습니다. 경영진과 갈등이 생긴 임원을 주주총회로 해임했더니, 몇 달 뒤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 전액 + 퇴직위로금을 배상하라는 소장이 들어오는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임원 해임 시 사업주가 반드시 알아야 할 상법상 손해배상 요건과, 실무에서 자주 저지르는 실수를 체크리스트 형태로 정리합니다.
상법은 뭐라고 하나
임원 해임 관련 핵심 조항은 세 가지입니다.
① 상법 제385조 제1항 (이사 해임)
이사는 언제든지 주주총회의 결의로 해임할 수 있다. 다만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는 회사에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② 민법 제689조 (위임계약 해지)
위임계약의 당사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당사자 일방이 부득이한 사유 없이 상대방에게 불리한 시기에 계약을 해지한 때에는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등기임원과 회사 사이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위임계약이므로, 이 조항도 함께 적용됩니다.
③ 상법 제388조 (이사 보수 결정)
이사의 보수는 정관에서 정하지 않은 때에는 주주총회 결의로 정한다. 퇴직위로금, 해직보상금 역시 이 조항에서 말하는 '보수'에 해당하므로, 지급 근거가 정관 또는 주총 결의에 있어야 손해배상 범위에 들어갑니다.
이 세 조항을 조합하면 다음 원칙이 도출됩니다. 임기를 정한 등기임원을 정당한 이유 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하면, 회사는 잔여 임기 동안의 보수 상당액을 배상해야 한다. 임기를 정하지 않은 이사를 해임할 때는 이 조항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판례가 정한 실무 기준
'정당한 이유'란 무엇인가
대법원은 정당한 이유 기준을 명확히 제시했습니다(대법 2004.10.15, 2004다25611). 주주와의 불화나 주관적인 신뢰관계 상실만으로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습니다. 다음과 같은 객관적 상황이 있어야 합니다.
-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된 행위를 한 경우
- 정신적·육체적으로 경영자로서 직무를 감당하기 현저하게 곤란한 경우
- 회사의 중요 사업계획 수립·추진에 실패해 경영능력에 대한 근본적 신뢰가 상실된 경우
이 기준을 보면, 사업주가 흔히 주장하는 이유들—"임원과 사이가 나빠졌다", "경영 방향이 안 맞는다", "소통이 잘 안 된다"—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
손해배상 범위 — 무엇까지 포함되나
서울고법(1990.7.6, 89나46297)은 손해배상 범위를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잔여 임기 동안 받을 수 있었던 정기급여 + 정기적으로 고정 지급되던 상여금 + 퇴직금이 기본입니다. 여기에 더해 대법원(2004.12.10, 2004다25123)은 퇴직위로금도 상법 제388조의 보수에 해당하므로, 정관 또는 주총 결의로 정해진 경우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된다고 봤습니다.
반면 다음 항목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 위자료: 임원 해임은 상법상 합법적 행위이므로 위자료 청구 불가 (서울고법 89나46297)
- 재량 상여금: 지급 여부나 금액이 회사 재량에 따라 달라지는 상여금 — 수령이 불확실해 포함 불가
- 해직보상금: 정관 또는 주총 결의 없이 계약으로만 약정한 경우 포함 불가 (대법 2006.11.23, 2004다49570)
또한 해임된 임원이 잔여 임기 동안 다른 직장에서 수입을 얻었다면, 그 금액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손익상계, 대법 2013.9.26, 2011다42348).
등기임원 vs 비등기임원 — 해임 시 적용 법률 비교
| 구분 | 등기임원 | 비등기임원(근로자성 인정) | 비등기임원(근로자성 부인) |
|---|---|---|---|
| 해임 절차 | 주주총회 특별결의 | 취업규칙·단체협약 등 노동법 절차 | 위임계약 해지 통보 (민법 제689조) |
| 적용 법률 | 상법 제385조 제1항 | 근로기준법 (부당해고 금지) | 민법 제689조 + 상법 준용 |
| 손해배상·구제 수단 | 임기 정한 경우 손해배상 청구 (상법) |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 민사 손해배상 청구 |
| 퇴직금 | 원칙적 미발생 (근로자 아님) | 발생 (근로자로서 전체 기간 산정) | 발생 여부는 계약 내용에 따름 |
| 정당한 이유 기준 | 상법상 객관적 장해 사유 | 근로기준법상 정당한 이유 | 민법상 불리한 시기 여부 |
해임 전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
Step 1. 해당 임원이 등기임원인지 비등기임원인지 확인
등기임원이면 상법 제385조 적용, 비등기임원이면 근로자성 판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비등기임원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노동법상 해고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Step 2. 임원 위촉계약서·정관에 임기가 설정되어 있는지 확인
임기가 명확히 기재된 경우에만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합니다. 임기를 정하지 않은 이사는 해임하더라도 이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가 생기지 않습니다.
Step 3. 해임 사유가 '정당한 이유'에 해당하는지 법률 검토
대법 2004다25611 기준으로 검토합니다. 주관적 갈등·불신만 있다면 손해배상 위험이 높습니다. 법령·정관 위반, 중요 경영 실패 등 객관적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Step 4. 손해배상 예상액 사전 산정
잔여 임기 월수 × 월 보수(정기급여 + 고정 상여금 월할) + 퇴직위로금(정관/주총 결의 근거 있는 경우). 이 금액을 기준으로 합의 협의 여부를 결정합니다.
Step 5.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 진행
등기임원 해임은 주주총회 특별결의(출석주주 의결권의 2/3 이상 및 발행주식 총수의 1/3 이상)가 필요합니다. 절차 하자가 있으면 해임 자체의 효력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Step 6. 퇴직위로금·해직보상금 지급 여부 확인
지급 근거가 정관 또는 주총 결의에 있어야 손해배상 범위에 포함되어 협의 시 활용 가능합니다. 사전 주총 결의 없이 임의 지급하면 이중 지급 위험이 생깁니다.
해임 전 사업주 체크리스트
임원이 법인등기부에 등기되어 있는지(등기임원) 확인
비등기임원인 경우, 실질 근로자성 판단 선행 (독자적 업무집행권 보유 여부)
위촉계약서 또는 정관에서 임기 설정 여부 확인
해임 사유가 상법상 '정당한 이유' (법령/정관 위반, 경영능력 근본 신뢰상실 등)에 해당하는지 법률 검토
잔여 임기 동안의 예상 손해배상액 산정 (정기급여+고정상여금 기준)
퇴직위로금 지급 근거가 정관 또는 주총 결의에 있는지 확인
주주총회 특별결의 절차 및 소집 통지 요건 충족 여부 확인
비등기임원 해임 시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 가능성 병행 검토
자주 저지르는 실수 4가지
실수 ① "임원은 언제든 해임 가능"으로만 알고 있다
해임 자체는 가능하지만, 임기 중 정당한 이유 없는 해임은 손해배상 의무가 발생합니다. 해임 가능성과 손해배상 의무는 별개입니다.
실수 ② '단순 갈등'을 정당한 이유로 착각한다
대법원은 주주와의 불화, 경영 방향 불일치를 정당한 이유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정당한 이유를 근거로 손해배상을 면하려면 법령·정관 위반, 중요 경영 실패 등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사유가 있어야 합니다.
실수 ③ 해직보상금 약정을 주총 결의 없이 한다
임원 위촉계약서에 "조기 해임 시 X개월 보수 지급" 같은 해직보상금 조항을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조항이 정관 또는 주총 결의로 뒷받침되지 않으면, 해임된 임원이 손해배상 청구 시 이 금액을 반영받지 못할 수 있습니다(대법 2004다49570). 결과적으로 회사도, 임원도 의도한 결과를 얻지 못하게 됩니다.
실수 ④ 비등기임원 해임을 단순 계약 해지로 처리한다
비등기임원이 근로자성을 인정받으면 해임은 '해고'에 해당합니다. 정당한 이유, 사전 통보, 해고 예고 등 근로기준법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부당해고로 노동위원회 구제신청 대상이 됩니다. 사전에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목 포인트 — 임기 설정이 핵심 변수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손해배상 의무는 임기를 정한 경우에만 발생합니다. 임기를 정하지 않은 이사는 어떠한 이유로 해임하더라도 이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받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부 기업에서는 임원 위촉계약서 작성 시 의도적으로 임기 조항을 두지 않거나, 단기 임기를 반복 갱신하는 방식을 택하기도 합니다.
다만 반복 갱신의 경우에도 유의사항이 있습니다. 임원의 역할과 처우 등 실질이 비등기임원에 가깝다면, 반복 갱신으로 인한 갱신기대권이 형성될 수 있고, 이 경우 계약 종료가 부당해고로 다투어질 가능성이 생깁니다. 임기 설계와 처우 구조가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실무에서 비등기임원 해임 사안을 처리하다 보면,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과 상법상 손해배상 민사소송이 동시에 진행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노동위원회에서 구제 결정이 나면 복직 또는 금전보상 명령이 떨어지고, 민사 쪽에서는 잔여 임기 보수 청구가 별도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회사 부담이 두 배로 커집니다. 해임 전에 임원의 근로자성 여부를 먼저 판단하고, 그에 따라 노동법 절차인지 상법 절차인지 방향을 잡는 것이 분쟁을 최소화하는 출발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기가 정해지지 않은 이사를 해임해도 손해배상 의무가 생기나요?
아닙니다. 상법 제385조 제1항의 손해배상 의무는 임기를 정한 이사에게만 적용됩니다. 임기가 없는 이사는 해임 사유나 시기에 관계없이 이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받지 않습니다.
Q. 임원이 잘못을 저질렀는데도 정당한 이유가 안 되나요?
법령이나 정관 위반, 중요 직무 비위 등 객관적으로 입증 가능한 행위는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단순한 경영 방향 불일치, 주주와의 개인적 갈등은 정당한 이유로 인정받기 어렵습니다(대법 2004다25611).
Q. 해임된 임원이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나요?
판례는 위자료 청구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상법 제385조에 따른 주주총회 결의로 이루어진 해임은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서울고법 89나46297).
Q. 비등기임원을 해임하면 어떤 절차를 따라야 하나요?
비등기임원이 실질적으로 근로자에 해당하면 근로기준법상 해고 요건(정당한 이유, 서면 통보, 해고 예고)을 지켜야 합니다. 근로자성이 없다면 민법상 위임계약 해지 절차를 따릅니다. 사전에 근로자성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Q. 해임된 임원이 이후 다른 직장에서 수입을 얻으면 손해배상이 줄어드나요?
그렇습니다. 해임으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해임된 임원이 잔여 임기 중 다른 직장에서 얻은 수입은 손해배상액에서 공제됩니다(대법 2013.9.26, 2011다4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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