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임협, 통상임금 기준 못 정하고 타결
소정근로시간 176시간 vs 230시간 — 대법원 판결로 갈린 두 사건 비교
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다니는 이유는 임금이 올라서가 아니라, 가장 큰 논쟁거리 하나를 판정에서 빼놓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026년 9월 16일 새벽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운전직 시급 3.2% 인상, 정비직 총액 3.2% 인상에 합의했다. 이날 새벽 4시로 예고됐던 파업은 철회됐다.
🎯 통상시급 176시간 vs 230시간 — 버스 임협은 왜 조정으로 못 끝났나
서울 시내버스가 다시 다니는 이유는 임금이 올라서가 아니라, 가장 큰 논쟁거리 하나를 판정에서 빼놓았기 때문이다. 서울시버스노조와 서울시버스운송사업조합은 2026년 9월 16일 새벽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조정회의에서 운전직 시급 3.2% 인상, 정비직 총액 3.2% 인상에 합의했다. 이날 새벽 4시로 예고됐던 파업은 철회됐다. 그런데 통상임금을 계산하는 기준, 즉 '월 소정근로시간을 몇 시간으로 볼 것인가'는 이번에도 합의문에 담기지 못했다. 노조는 176시간을, 사용자 측은 209시간 또는 230시간을 제시했다가 그대로 다음 판단으로 미뤘다.
숫자 하나 차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임금 전체의 구조가 걸린 문제다. 통상시급 산정의 분모가 되는 소정근로시간이 작을수록 시간당 통상임금은 커지고, 그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연장·야간근로수당과 연차수당도 함께 불어난다. 반대로 분모를 크게 잡으면 같은 월급 총액에서도 시간당 통상임금은 낮아진다. 노조 관계자가 "합의하지 않은 것이지 논의를 미룬 게 아니다"라며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겠다고 밝힌 배경이 여기 있다.
사건의 전말 — 조정으로 끝나는 것과 소송으로 넘어가는 것
필수유지업무제도(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42조의2) 아래에서 버스는 파업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운행을 유지해야 하는 업종이다. 노사가 조정 기한을 앞두고 극적으로 타결하는 패턴이 매년 되풀이되는 이유도, 파업에 들어가더라도 시민 불편과 여론 부담이 즉시 노사 모두에게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조정회의는 파업 예고 시각을 코앞에 두고 타결안을 냈다.
다만 조정은 '얼마를 올릴 것인가'를 봉합하는 데는 강하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할 것인가'라는 법리 다툼까지 풀어내지는 못한다. 소정근로시간 산정 기준은 이미 다른 운수업 사업장에서 대법원까지 간 쟁점이고, 서울 버스노사도 그 결론이 나올 때까지 이번 임협에서는 손을 대지 않기로 한 셈이다. 노조가 언급한 대법원 계류 사건 외에도, 격일제·교대제로 운행하는 운수업 전반에서 같은 구조의 소정근로시간 다툼이 최근 잇따라 대법원 판단을 받았다.
이긴 vs 진 사건 —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갈린 조건
정액사납금제 택시운전근로자 사건에서 대법원은 2025년 10월 30일 선고에서, 사용자가 실제 근무형태나 운행시간은 그대로 둔 채 소정근로시간만 줄여 시간당 고정급의 외형만 키운 합의를 무효로 판단했다. 최저임금법 제6조5항이 정한 특례조항(생산고에 따른 임금을 제외한 고정급이 최저임금에 미달하지 않도록 하는 조항)을 피해 가려는 탈법행위로 봤기 때문이다. 반면 2025년 8월 14일 선고된 격일제 근로자 사건에서는,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라 해도 그 사정만으로 예전 단체협약의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자동으로 되살아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무효와 그 이후의 공백을 무엇으로 메울지는 별개의 문제라는 취지다.
| 쟁점 | 무효로 본 사건 (2021다225074·225081, 2025.10.30) | 공백을 자동으로 안 메운 사건 (2022다291153, 2025.08.14) |
|---|---|---|
| 업종·근무형태 | 정액사납금제 택시, 격일제 | 격일제 운수직 |
| 다툼의 대상 | 소정근로시간을 실제 운행시간 변경 없이 줄인 합의 자체의 효력 | 그 합의가 무효가 된 뒤, 예전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되살아나는지 여부 |
| 판단 기준 | 합의의 주된 목적이 최저임금법 회피였는지, 단축된 소정근로시간과 실제 근로시간 사이 상당한 불일치가 있는지 | 새 단체협약이 소정근로시간만 단축하고 연장근로시간은 별도로 약정하지 않았다면, 예전 합의를 그대로 끌어올 근거가 없다는 점 |
| 결과 | 단축 합의 무효 — 원칙적으로 종전 단체협약·취업규칙의 소정근로시간이 적용(단, 법정기준근로시간 초과분은 최저임금 산정 시간에서 제외) | 예전 간주근로시간 합의도 자동 적용 안 됨 — 실제 연장·야간근로시간을 근로자가 증명해야 수당 인정 |
| 실무 함의 | '숫자만 줄인' 합의는 그 자체로 위험하다 | 합의가 깨진 다음의 공백을 메울 근거를 미리 마련해 둬야 한다 |
두 판결을 나란히 놓으면 소정근로시간의 두 층위가 구분된다. 실제 근무는 그대로 두고 서류상 숫자만 줄인 '기본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가 되면, 대법원은 원칙적으로 종전 단체협약·취업규칙이 정한 소정근로시간이 그대로 되살아난다고 본다(2021다225074·225081, 2025.10.30). 다만 그렇게 되살아난 시간이 법정기준근로시간(주 40시간·1일 8시간)을 넘으면 그 초과분은 최저임금 산정 대상 시간에서 빠진다. 반면 실제 연장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일정 시간을 연장근로로 셈하기로 한 '간주근로시간' 합의는 성격이 다르다. 기본 소정근로시간 단축합의가 무효가 됐다고 해서 예전의 간주근로시간 합의까지 자동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아니며(2022다291153, 2025.08.14), 그런 합의가 없다면 연장·야간근로수당을 청구하는 근로자 쪽이 실제 근로시간을 증명해야 한다.
승패를 가른 핵심 — '서류상 숫자'와 '실제 운행'의 거리
두 판결을 관통하는 기준은 결국 하나다. 소정근로시간이라는 숫자와 실제 근로 실태 사이에 벌어진 거리가 얼마나 크고, 그 거리를 벌린 의도가 무엇이었는가다. 서울 버스노조가 주장하는 176시간과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209·230시간의 차이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좁혀진다. 실제 배차·운행 실태를 그대로 반영한 숫자인지, 아니면 임금 총액을 관리하기 위해 조정된 숫자인지가 소송으로 넘어갔을 때 가장 먼저 다퉈질 지점이다. 노조가 조정에서 이 쟁점을 빼고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기로 한 것도, 이 다툼이 협상 테이블이 아니라 법정에서 풀릴 성격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실무 체크리스트
- 단체협약·취업규칙의 소정근로시간 조항 원본과 개정 이력을 통째로 확보한다. 몇 년도에 몇 시간에서 몇 시간으로 줄었는지, 그 시점에 실제 운행시간표나 배차 간격이 함께 바뀌었는지를 나란히 대조해야 탈법행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 실제 운행일지·배차표와 소정근로시간의 괴리를 수치로 정리한다. 대법원이 보는 것은 '합의의 주된 목적'과 '상당한 불일치'다. 서류상 시간과 실제 운행시간의 차이를 월 단위로 뽑아 두면 어느 쪽 주장이 실태에 가까운지 바로 드러난다.
- 소정근로시간 합의가 무효로 판단될 경우를 대비해 공백을 메울 근거를 미리 정리한다. 예전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자동으로 부활하지 않으므로, 근로기준법 제55조1항 같은 법정 기준과 실제 연장·야간근로시간 증빙자료(운행일지, 근태기록)를 별도로 준비해 둬야 수당 다툼에서 불리해지지 않는다.
격일제·교대제 사업장 임금 자문을 하다 보면 소정근로시간 조항이 몇 년 전 단협 개정 때 '왜' 줄었는지 아무도 정확히 기억 못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가 최저임금 회피였는지, 실제 근무형태 변화를 반영한 것이었는지에 따라 나중에 무효 판단이 갈리기 때문에, 조항이 바뀔 때마다 그 배경을 문서로 남겨 두라고 늘 강조한다. 소송이 붙었을 때 그 기록 하나가 승패를 가른다.
자주 묻는 질문
Q. 서울 버스노사 임협에서 통상임금 기준은 왜 합의되지 않았나요?
월 소정근로시간을 176시간으로 볼지 209·230시간으로 볼지가 임금 전체 구조에 영향을 미쳐, 노사가 이번 조정에서는 합의하지 않고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기로 했다.
Q. 소정근로시간을 줄이는 노사 합의는 항상 유효한가요?
아니다. 실제 근무형태 변경 없이 최저임금법 적용을 피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면 대법원은 탈법행위로 무효 판단한다.
Q.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가 무효가 되면 예전 기준이 자동으로 적용되나요?
기본 소정근로시간은 원칙적으로 종전 단체협약·취업규칙 기준으로 되살아난다. 다만 실제 연장근로시간과 무관하게 일정 시간을 연장근로로 셈하는 '간주근로시간' 합의까지 자동으로 부활하지는 않는다는 게 대법원 판단이다.
Q. 격일제 근로자도 주휴수당을 받을 수 있나요?
그렇다. 근로기준법 제55조1항은 교대제·격일제 근무에도 적용되며 별도 기준으로 산정한다.
Q. 연장·야간근로수당은 누가 실제 근로시간을 증명해야 하나요?
간주근로시간 합의가 없다면 수당을 청구하는 근로자 쪽이 실제 연장·야간근로시간을 증명해야 한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서울 버스노사 임협, 통상임금 기준 이견 못 좁히고 타결」(2026-09-16) 링크
출처: 대법원 2021다225074, 225081 판결(2025.10.30 선고) 링크
출처: 대법원 2022다291153 판결(2025.08.14 선고)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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