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라이더도 근로자다 — 법원이 그은 경계선
위탁계약서 한 장이 아니라 앱이 시킨 대로 일했는지가 갈랐다
서울고등법원이 2026년 7월 3일 선고한 판결(2024나2037832)에서 배달 플랫폼 라이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처음 인정했다. 계약서 이름이 아니라 앱의 알고리즘 배차·실시간 관리·복장·근무형태 통제가 결정적 근거였다. 유사 사건 5건을 비교해 근로자성이 갈린 조건을 표로 정리했다.
배달 앱으로 콜을 받아 오토바이를 몰던 라이더가 회사로부터 '계약 해지' 통보를 받으면 이게 해고일까, 계약 종료일까. 서울고등법원은 2026년 7월 3일 선고한 판결(2024나2037832)에서 이 라이더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이며, 회사의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플랫폼 배달 라이더의 근로자성을 법원이 인정한 첫 판결이다.
사건의 전말
라이더 A씨는 2021년 5월 한 배달 플랫폼 회사와 '배송대행 업무위탁 계약'을 맺고 일을 시작했다. 계약서 이름은 위탁계약이었다. 그런데 약 6개월 뒤인 그해 12월, 회사는 A씨와의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A씨는 이를 부당해고로 보고 해고무효 확인과 미지급 임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38-1부는 A씨의 청구를 일부 받아들였다. 회사는 부당해고 기간 미지급 임금 약 1,974만 원을 지급하고, 2022년 6월 28일부터 A씨가 복직하는 날까지 매월 약 293만 원을 지급하라고 명했다.
재판부가 근로자성을 인정한 근거는 계약서의 이름이 아니라 실제 업무 수행 방식이었다. 회사는 자체 앱과 알고리즘으로 배차를 운영했고, 관리자 프로그램으로 라이더의 위치와 업무 수행 상황을 실시간으로 관리했다. 배차 방식과 복장, 근무 형태까지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고, 배달요금 산정·지급 방식도 회사가 정한 기준을 따라야 해서 라이더 재량이 없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앱에 접속하여 근무를 하는 동안 보수를 목적으로 피고 회사의 지휘·감독을 받아 종속적인 관계에서 노무를 제공하였다고 판단되는 이상 원고 역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무엇이 갈랐나
플랫폼 노동을 둘러싼 근로자성 판단은 이 사건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대법원과 노동위원회 판정을 대조하면 결과가 갈린 조건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계약 형식은 거의 항상 '위탁계약'이나 '프리랜서 계약'으로 같았지만, 실제로 회사가 업무를 얼마나 통제했는지, 라이더나 기사에게 남아 있던 재량이 얼마나 있었는지가 결과를 나눴다.
| 사건 | 업무 형태 | 지휘·감독 정도 | 재량·겸업 가능성 | 결과 |
|---|---|---|---|---|
| 서울고법 2024나2037832 (배달 라이더) | 배송대행 위탁계약 | 앱·알고리즘 배차, 실시간 위치관리, 복장·근무형태 지시 | 요금 산정 회사가 결정, 라이더 재량 거의 없음 | 근로자성 인정, 해고무효 |
| 2022누56618 (대리운전형 드라이버) | 중개계약·운전원 위탁계약 | 앱이 정한 틀 안에서만 업무, 교육자료로 세부 통제 | 겸업·추가 이윤창출 불가, 손실위험 미부담 | 근로자성 인정, 부당해고 인용 유지 |
| 대법원 2024두32973 (차량대여·기사제공 플랫폼) | 기사 위탁계약 | 중앙노동위 판정에서 절차·사유 부적법 확인 | - | 부당해고 인정, 회사 상고 기각 |
| 대법원 2021두33715 (보험사 위탁계약형 지점장) | 위탁계약 | 원심은 지휘·감독 부정, 대법원이 다시 심리 지시 | 계약 형식만으로 근로자성 쉽게 부정 불가 | 원심 파기환송 |
|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24년 판정 (플랫폼 종사자, 경향) | 업무위탁계약 | 지휘·감독 정도 낮음으로 판단 | 업무 재량·겸업 여지 인정 | 근로자성 부정, 구제신청 각하 |
표에서 보듯 배달 라이더나 대리운전형 드라이버처럼 앱이 업무 순서·방식·평가까지 촘촘하게 정해 놓은 경우는 근로자성이 인정됐다. 반대로 노동위원회가 근로자성을 부정한 사례는 신청인에게 업무 수행 방식을 스스로 정할 여지, 겸업할 여지가 남아 있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났다.
승패를 가른 핵심
계약서 제목이 '위탁계약'이든 '프리랜서 계약'이든 법원은 그 이름을 보지 않는다. 대법원이 반복해서 확인한 법리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계약의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한다'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종사자의 경우에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붙는다. 알고리즘이나 여러 사업참여자가 노무관리에 관여하는 특성을 반영해서 지휘·감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라 앱이 시킨다고 해서 지휘·감독이 없다고 볼 수 없다는 뜻이다.
실제로 판단이 갈린 지점은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업무 수행 절차·방법·제재 조치까지 회사가 구체적으로 정했는지. 둘째, 근무시간·장소·휴게시간을 회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했는지, 아니면 본인이 정할 수 있었는지. 셋째, 다른 일을 겸업하거나 손실 위험을 스스로 부담할 여지가 있었는지. 세 가지 모두 회사 쪽으로 기울어 있으면 계약서 이름과 무관하게 근로자로 인정됐고, 반대로 본인에게 재량이 남아 있으면 근로자성이 부정됐다.
보수의 성격도 참고 요소이지만 결정적이지는 않았다.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않거나 사회보장제도를 적용받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는 근로자성을 부정할 수 없다고 법원은 명확히 했다. 형식적 처리는 회사가 편의상 정한 것일 뿐이라는 취지다.
플랫폼 종사자 관련 상담을 받다 보면 회사 쪽은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써 있으니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노동위 심문에서 뒤집히는 사건들을 보면 공통적으로 앱 로그, 배차 알고리즘 캡처, 근무시간 기록이 결정적 증거로 작용한다. 계약서만 보지 말고 실제 업무 통제 흔적이 어디에 남아 있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실무 체크리스트
- 업무 지시 기록을 모은다. 앱 공지사항, 배차 알고리즘 안내, 관리자 채팅방 지시 내용을 캡처해 둔다. 구체적 절차·방법·제재까지 지시한 흔적이 있으면 근로자성 인정 쪽으로 기운다.
- 재량 범위를 확인한다. 호출을 거부해도 불이익이 없었는지, 근무시간을 본인이 정할 수 있었는지, 다른 일을 겸업할 수 있었는지를 살핀다. 재량이 넓을수록 근로자성 부정 쪽 판단이 나올 가능성이 커진다.
- 보수 산정 방식을 대조한다. 회사가 정한 기준표에 따라 요금이 결정됐는지, 본인이 가격을 협상할 수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산정 기준을 회사가 일방적으로 정했다면 종속성 판단의 핵심 근거가 된다.
한 줄 정리
플랫폼 노동에서 근로자성 여부는 계약서 이름이 아니라 앱이 실제로 얼마나 촘촘하게 업무를 통제했는지, 종사자에게 재량이 얼마나 남아 있었는지로 갈린다.
자주 묻는 질문
Q. 배달 라이더는 무조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나요?
아니다. 서울고법 2024나2037832 판결은 해당 라이더가 앱의 알고리즘 배차와 실시간 관리로 업무 재량이 거의 없었다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근거로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재량이 넓은 경우는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Q. 위탁계약서에 서명했으면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가요?
계약서 제목은 판단 기준이 아니다. 대법원은 반복적으로 계약 형식보다 근로제공관계의 실질을 본다고 밝혔고, 2021두33715 판결에서도 위탁계약 형식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할 수 없다고 확인했다.
Q. 회사가 원천징수를 하지 않고 4대보험도 미가입이면 근로자가 아닌 건가요?
그렇지 않다. 법원은 근로소득세 원천징수나 사회보장제도 적용 여부는 근로자성을 부정할 만한 사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는 회사가 편의상 정한 처리 방식일 뿐이라는 취지다.
Q.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해고 시 어떤 절차가 필요한가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되면 정당한 이유와 절차 없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부당해고에 해당할 수 있다. 서면 통지, 소명 기회 부여 등 해고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갖춰야 한다.
Q. 노동위원회에서 근로자성이 부정되면 다시 다툴 방법이 있나요?
있다.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을 거쳐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으며, 2021두33715 사건처럼 원심이 근로자성을 부정했더라도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다시 심리한 사례가 있다.
출처: 법률신문 「배달 라이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 첫 법원 판단」(2026-07-07)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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