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차 사서 도급팀 전환" 대법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
18년 통신설비 기사가 도급팀으로 바뀌었지만, 대법원은 실질을 봤다 — 근로자성 인정·불인정 판례 비교
18년째 통신설비를 깔던 기사가 어느 날 회사로부터 "작업차를 직접 사서 도급팀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도급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2026년 9월, 대법원은 이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형식은 도급이었지만 실질은 고용이었다는 뜻이다. 판단 기준은 계약서 제목이 아니라 "누가 일을 실제로 통제하고, 누가 손익을 떠안았는가"였다.
🎯 "차 사서 사장님 하라"더니 — 대법원 "당신은 근로자"
18년째 통신설비를 깔던 기사가 어느 날 회사로부터 "작업차를 직접 사서 도급팀으로 전환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도급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런데 2026년 9월, 대법원은 이 노동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형식은 도급이었지만 실질은 고용이었다는 뜻이다. 판단 기준은 계약서 제목이 아니라 "누가 일을 실제로 통제하고, 누가 손익을 떠안았는가"였다.
사건의 전말 — 직영팀이 어느 날 도급팀이 됐다
매일노동뉴스 2026년 9월 14일 보도에 따르면, 이 노동자는 2003년 6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약 18년간 한 통신설비 업체에서 설치업무를 수행했다. 처음엔 직영팀 소속이었지만 2009년 12월부터 신분이 '도급팀'으로 바뀌었다.
계기는 회사 사정이었다. 사업주가 작업차량 약 30대를 새로 구입할 자금이 부족해지자, 노동자들에게 차량을 직접 사고 사업자등록을 내라고 권유했다. 팀장 역할을 맡던 노동자도 2008년 사업자등록을 마치고 도급계약 형태로 전환됐다. 2012년경에는 도급팀 팀장·팀원 명의로 근로계약서 형식의 문서까지 작성됐고, 회사 취업규칙에는 "근속연수 1년당 평균임금 30일분"의 퇴직금 규정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겉으로는 사업자등록을 하고 도급계약을 맺은 '외주업체'였다. 하지만 대법원 3부는 이 구조를 인정하지 않았다. 판결 이유는 세 갈래였다.
- 업무의 동일성 — 사업자등록 전후로 작업 내용과 방법이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 설비의 미보유 — 독립적인 인적·물적 설비를 갖추지 못했고, 자재는 전부 업체가 제공했다.
- 임금 결정 구조 — 업체가 정한 일당에 근무일수를 곱해 지급됐다. 손익을 스스로 떠안는 '사업'이 아니라 노무 제공의 대가였다.
대법원은 이를 종합해 "업무수행의 독자성이나 사업경영의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채 업체의 일개 사업부서로서 기능했다"고 판단했다. 도급계약서와 사업자등록증이라는 외피는 있었지만, 그 안에 실질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무엇이 갈랐나
근로자성 다툼은 이 사건이 처음이 아니다. 계약 형식이 달라도 판단 기준은 같다. 최근 대법원 판례와 노동위원회 판정례를 대조하면 '갈린 조건'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 사건 | 계약 형식 | 업무 통제·설비 | 결과 |
|---|---|---|---|
| 통신설비 도급팀 전환 (대법원 3부, 2026) | 사업자등록 + 도급계약서 | 작업 내용·방법 동일, 자재·차량 업체 관리 구조, 일당제 임금 | 근로자성 인정 — 회사 패소 |
| 플랫폼 대리운전기사 (대법원 2024두32973, 2024.7.25) | 플랫폼 위탁계약 | 원심에서 근로자성 인정, 대법원이 그대로 유지 | 근로자성 인정 — 회사 상고 기각 |
| 보험 위탁계약형 지점장 (대법원 2021두33715, 2022.4.14) | 위탁계약 | 원심은 근로자성 부정, 대법원 "계약 형식보다 실질이 기준"이라며 파기환송 | 원심 판단 뒤집혀 재심리 — 회사 패소 가능성 커짐 |
| 지사장 근로자성 다툼 (지방노동위원회, 2026.2.5) | 위탁 운영 | 사업 운영의 독자적 재량과 손익 귀속이 확인됨 | 근로자성 불인정 — 5인 미만 사업장 해당해 구제신청 자체 각하 |
표에서 보듯 계약서 제목은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 도급이든 위탁이든 플랫폼 계약이든, 실제로 회사가 업무 방식·자재·차량을 통제하고 임금을 사실상 고정급처럼 지급했다면 근로자로 인정됐다. 반대로 지사장 사건처럼 본인이 사업 운영을 재량으로 결정하고 손익을 스스로 떠안았다면 근로자성이 부정됐다.
승패를 가른 핵심 — 서명이 아니라 통제권
이 사건들을 관통하는 기준은 하나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인지 여부는 계약의 명칭이 아니라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했는지"라는 실질로 판단한다. 구체적으로는 다음 요소들이 함께 본다.
- 업무 내용·수행 방법을 회사가 정하고 구체적으로 지휘·감독했는지
- 근무시간과 근무장소가 회사에 의해 정해졌는지
- 비품·원자재·작업도구 등을 회사가 소유·제공했는지, 아니면 노무제공자가 부담했는지
- 보수가 근로 자체의 대가인지, 아니면 일의 완성이나 사업의 성과에 대한 대가인지
-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었는지, 손해의 위험을 스스로 부담했는지
이번 대법원 판결이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회사가 '외주화'를 명확한 목적으로 설계했다는 점이다. 자금 문제 때문에 노동자에게 차량을 사게 하고 사업자등록을 시킨 경위 자체가 드러났다. 이런 경위가 밝혀지면 도급계약서의 형식적 완성도와 무관하게 실질 판단이 우선한다는 점을 다시 확인시켜 준 셈이다.
실무 체크리스트
- 대상 — 위탁·도급·프리랜서 형태로 일하는 인력을 두고 있거나, 직영에서 도급으로 전환을 검토 중인 사업장.
- 행동 — 계약서 상 업무 범위와 실제 작업지시 이력(문자·메신저·업무일지)을 대조하고, 차량·장비·자재의 소유·제공 주체를 확인한다. 임금이 실적·완성물 기준인지, 근무일수×고정단가 기준인지 구분한다.
- 판단 — 업무 방식이 전환 전후로 달라지지 않았고, 설비를 회사가 제공하며, 보수가 사실상 일당제라면 근로자성 다툼에서 회사가 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세 요소 중 둘 이상이 해당하면 계약 형식을 재점검해야 한다.
현장에서 위장도급 사건을 다뤄보면 회사 쪽이 가장 크게 착각하는 지점이 "계약서를 잘 써두면 안전하다"는 믿음이다. 실제로는 노동위·법원 모두 계약서보다 업무일지, 카톡 지시 내역, 차량·자재 구입 영수증 같은 실무 증거를 먼저 본다. 도급 전환을 검토하는 사업장이라면 계약서 문구를 다듬기 전에 현장 통제권을 실제로 얼마나 넘겼는지부터 점검하라고 조언한다.
자주 묻는 질문
Q. 사업자등록을 했으면 무조건 개인사업자로 인정되나요?
아니다. 사업자등록 여부와 무관하게 업무 실질(지휘·감독, 설비 제공, 보수 방식)로 근로자성을 판단한다.
Q. 도급계약서에 서명했으면 근로기준법 적용이 배제되나요?
배제되지 않는다. 계약 명칭보다 실제 종속적 관계 여부가 근로자성 판단의 핵심 기준이다.
Q. 근로자성이 인정되면 어떤 효과가 생기나요?
퇴직금·연장근로수당 등 근로기준법상 권리를 주장할 수 있고, 해고 시 부당해고 구제신청도 가능해진다.
Q. 노동위 판정에서 근로자성이 부정되는 경우는 언제인가요?
본인이 사업 운영을 재량으로 결정하고 손익을 스스로 부담한 사실이 확인될 때 부정되는 경향이 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단독] "작업차 사서 도급팀 전환" 대법원 "근로기준법상 노동자"」(2026-09-14)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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