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를 가해자와 한 사무실에 둔다 — 분리조치 안 하면 회사가 지는 이유
징계는 했는데 배상 책임은 피하지 못한 회사, 춘천지법 2021가단37928이 보여준 승패의 경계선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징계했다고 회사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은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를 가해자와 분리하도록 사용자에게 별도의 보호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징계와 무관하게 회사 자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실제로 가해자 징계는 마쳤지만 피해자를 같은 팀에 그대로 둔 회사가 법원에서 배상 명령을 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를 징계했다고 회사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은 조사 기간 동안 피해근로자를 가해자와 분리하도록 사용자에게 별도의 보호조치 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징계와 무관하게 회사 자체가 손해배상 책임을 집니다. 실제로 가해자 징계는 마쳤지만 피해자를 같은 팀에 그대로 둔 회사가 법원에서 배상 명령을 받은 사건이 있습니다.
공개사과를 강요당한 직원, 복귀 후에도 같은 팀에 남았다
춘천지방법원 2021가단37928 손해배상(기) 사건의 사실관계는 단순합니다. 강원도 소재 카트리지 제조업체에서 생산직으로 근무하던 원고는 2019년 7월 18일 남자 탈의실에서 같은 팀 팀장 C로부터 “다른 직원과 말다툼을 해서 분위기를 나쁘게 만들었으니 공개사과를 해라, 하지 않으면 다른 부서로 보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원고는 결국 사무직·생산직 직원 약 130명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했습니다.
이 일로 팀장 C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강요 혐의로 기소되어 벌금 2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그대로 확정됐습니다. 회사도 2021년 1월 12일 C에게 감봉 3개월 징계를 내렸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회사는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보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습니다. 원고는 2021년 3월 1일경 회사에 복귀했는데, 회사는 원고를 가해자 C가 그대로 팀장으로 있는 카트리지 제조팀에 복귀시켰습니다. 근무장소 변경이나 격리 조치는 전혀 없었습니다. 원고는 결국 같은 해 5월 28일경 정신적 고통이 재발해 다시 병원에 입원했습니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분리조치 유무가 갈랐다
같은 ‘직장 내 괴롭힘 후속 조치’ 사안이라도 회사가 분리조치를 실제로 이행했는지에 따라 결과가 갈립니다. 아래는 분리조치를 하지 않아 회사가 배상 책임을 진 사건과, 분리조치를 포함한 인사조치를 정당하게 이행해 법원에서 인정받은 사건을 나란히 비교한 표입니다.
| 쟁점 | 진 사건 (춘천지법 2021가단37928) | 이긴 사건 (서울행정법원 2023구합54693) |
|---|---|---|
| 가해자 조치 | 감봉 3개월 징계는 이행 | 심의위원회 개최 후 감봉 1개월 징계 + 전보처분 |
| 피해자 분리조치 | 복귀 후에도 가해자와 같은 팀 그대로 배치 | 심의위원회 의결로 분리조치를 인사조치에 포함해 실행 |
| 2차 피해 | 복귀 2개월 후 증세 재발, 재입원 | 기록상 재발 피해 없음 |
| 회사 배상·행정 책임 | 보호조치 위반으로 위자료 700만 원 배상 | 가해자가 전보처분 취소를 구했으나 기각, 회사 인사조치 정당성 인정 |
| 법원 판단 근거 |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3항·제5항 위반 | 재량권 일탈·남용 없음(정당한 인사권 행사) |
두 사건 모두 가해자를 징계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진 사건은 징계로 조치를 끝냈고, 이긴 사건은 징계와 별개로 분리조치(전보 등 근무장소 변경)를 함께 실행했습니다. 이 한 가지 차이가 회사의 승패를 갈랐습니다.
왜 징계만으로는 부족한가 — 두 개의 의무가 따로 존재한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은 사용자에게 두 가지 별개의 의무를 부과합니다. 하나는 제5항의 ‘가해자 징계 등 필요한 조치’ 의무이고, 다른 하나는 제3항의 ‘조사 기간 중 피해근로자 보호를 위한 근무장소 변경, 유급휴가 명령 등 조치’ 의무입니다. 춘천지법 판결은 이 둘을 명확히 분리해서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피고 회사는 가해자에게 징계처분을 하였을 뿐, 원고가 복귀하였음에도 가해자와 마주치지 않도록 근무장소를 변경하는 등의 보호조치를 하지 아니하였다”고 지적하며 이를 ‘보호조치 위반’이라는 별도의 불법행위로 구성했습니다.
즉 가해자를 감봉 처분했다는 사실은 피해자 분리조치 의무를 대체하지 못합니다. 조사 개시 시점부터 원직 복귀 이후까지, 피해자와 가해자가 마주치지 않도록 하는 조치는 그 자체로 독립된 사용자 의무이고, 이를 소홀히 하면 징계를 제대로 했더라도 회사가 별도로 배상 책임을 집니다. 손해배상 산정 시에도 법원은 “피고 회사가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아 원고의 증세가 재발한 경위”를 위자료 산정의 핵심 요소로 명시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2022구합58278 사건처럼 성희롱·폭언·폭행이 결합된 중대 사안에서는 분리조치를 넘어 해고까지 정당하다고 인정된 사례도 있어, 사안의 경중에 따라 조치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는 점도 함께 확인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 신고 접수부터 원직 복귀까지
- 신고 접수 또는 괴롭힘 사실 인지 즉시 조사 착수(지체 없이)
- 조사 기간 중 피해근로자 요청이 있으면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등 보호조치를 문서로 남겨 시행
- 조사 결과 확정 후 가해자 징계와는 별도로 분리조치(전보·근무 동선 분리) 실행 여부를 체크리스트로 관리
- 피해자 원직 복귀 시점에 가해자와의 물리적 동선이 겹치지 않는지 재확인
- 복귀 이후 일정 기간 모니터링해 2차 피해 징후를 조기에 포착
실제 상담 현장에서 보면 가해자 징계까지는 대부분 챙기는데, 피해자 복귀 후 근무 동선까지 신경 쓰는 회사는 의외로 적습니다. “징계했으니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2차 피해가 터지고, 그때부터는 징계의 적정성과 무관하게 회사 단독 책임이 새로 생깁니다. 조사 종결 보고서에 분리조치 이행 여부를 별도 항목으로 남겨두라고 항상 조언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가해자를 징계했으면 분리조치는 안 해도 되나요?
아닙니다. 징계와 분리조치는 근로기준법상 별개 의무라 징계만으로는 보호조치 의무를 다한 것으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Q. 분리조치는 언제부터 해야 하나요?
신고 접수나 괴롭힘 인지 즉시, 조사 기간부터 피해자 원직 복귀 이후까지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Q. 분리조치를 안 하면 회사가 얼마나 배상하나요?
사안마다 다르지만 춘천지법 사례에서는 회사가 위자료 700만 원을 배상했습니다.
Q. 분리조치로 어떤 방법을 쓸 수 있나요?
근무장소 변경, 전보, 유급휴가 명령 등이 대표적이며 사안 경중에 따라 조합해 적용합니다.
Q. 분리조치를 제대로 하면 가해자 전보처분도 인정되나요?
네, 절차를 갖춘 분리조치·전보는 정당한 인사권 행사로 법원에서 인정된 사례가 있습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허용해도 14일 안에 서면 통지한다
2026년 11월 27일 시행 시행령 개정, 신청서 접수부터 통지문 발송까지
뉴스브리핑📌 [11월 4일] 노동뉴스 브리핑: 사장 친족 성희롱도 과태료 최대 1천만원
상습체불 777명 첫 신용제재 · 효성중공업 72시간 파업 · 청년 공짜야근 100곳 감독
판례분석🎯 아리셀 판결이 가른 대표 책임, CSO 선임만으론 안 된다
대법원 확정 법리로 다시 읽는 중대재해처벌법 하급심 유죄·무죄
뉴스브리핑📌 [11월 3일] 노동뉴스 브리핑: 한화 고과 차별, 부당노동행위 인정
한화 고과 차별 판결 · 여성 산재 승인율 · 초광역특구 의제 · JTI 연차 K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