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꼴찌'도 해고 정당 — 저성과자 PIP 해고, 법원이 요구한 4가지와 뒤집힌 사례
대법원 2021두33470 vs 연구기관 부당해고 — 같은 저성과, 반대 결론의 이유
저성과자 해고가 정당하려면 법원이 요구하는 4가지 절차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 ①취업규칙 근거 명시, ②공정·객관적 평가, ③상당 기간 성과 부진, ④실질적 개선 기회 제공 — 하나라도 빠지면 부당해고로 뒤집힌다. 대법원 2021두33470(11년 저성과, PIP 7차례)과 부당해고 인정 사례를 나란히 비교했다.
입사 25년 차 과장이 해고됐다. 회사가 제시한 근거는 선명했다. 11년 동안 5등급 평가에서 C·D등급만 받았고, 전체 직원 1만 1,229명 중 성과 순위가 1만 1,222위였다. 성과개선프로그램(PIP)은 8년간 7차례 받았고, 회사가 제공한 교육도 7번 이수했다. 그런데도 개선이 없었다. 회사는 통상해고를 단행했다.
같은 시기, 전혀 다른 결말이 난 사건이 있었다. 한 연구기관 직원이 2년 연속 D등급을 받아 해고됐다. 그런데 법원은 이 해고를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회사가 근로자에게 단 한 번도 개선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심지어 예산 감소를 이유로 과제 참여 자체를 배제해 개선이 불가능한 환경을 만들어 놓고 해고한 것이었다.
저성과자 해고, 사유는 같아도 법원의 판단은 정반대로 갈린다. 그 분기점은 어디인가?
대법원이 '11년 꼴찌' 해고를 정당하다고 한 이유
2023년 12월 28일 선고된 대법원 2021두33470 판결은 저성과자 해고에 관한 현재까지 가장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다. 자동차 제조·판매사인 A사는 간부사원 취업규칙에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를 통상해고 사유 중 하나로 명시해 두었다. 2007년 과장으로 승진한 B씨는 이후 11년 동안 5단계 성과등급 중 C·D 등급만 받았다. 동료 비교 성과 순위는 전체 1만 1,229명 중 1만 1,222위. 회사는 2009년부터 PIP를 도입해 운영했고, B씨는 8년간 7차례 PIP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 기간 성과 향상을 위한 교육도 7회 실시됐다. 그럼에도 성과는 개선되지 않았다. 회사는 2018년 통상해고를 단행했다.
B씨는 "평가가 부당하고, 배치전환 없이 곧바로 해고한 것은 절차를 다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1심·2심 결론이 엇갈리면서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은 회사 손을 들었다.
대법원의 핵심 판시: "배치전환을 공식 제안하거나 전보발령을 단행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개선의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 PIP·교육 등 다양한 방식으로 개선 기회를 충분히 부여했음에도 근무성적과 근무능력이 개선되지 않았다면, 사회통념상 고용관계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볼 여지가 있다."
이 판결은 개선 기회의 형태가 반드시 '배치전환' 또는 '전보'일 필요는 없으며, PIP나 교육 등 다양한 수단으로 충분히 부여될 수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단, 그 기회가 실질적이었어야 하고, 이후에도 개선이 없었다는 점이 증명돼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삼았다.
반대로 해고가 뒤집힌 두 사례
그렇다면 어떤 경우에 법원은 저성과자 해고를 부당해고로 판단하는가? 다음 두 사건이 명확한 반례를 보여준다.
첫 번째는 연구기관 사건이다. 해당 직원은 2년 연속 D등급을 받았다. 회사는 성과 부진을 이유로 해고했다. 그러나 법원은 회사가 해고 전에 이 직원에게 성과 향상을 요구한 자료가 전혀 없다는 점, 오히려 정부 예산 감소를 이유로 직원의 과제 참여 자체를 배제했다는 점을 확인했다. 성과를 낼 환경을 빼앗아 놓고 저성과를 이유로 해고한 셈이다. 법원은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두 번째는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 2023년 5월 12일 선고 2022가합15819 판결이다. 회사는 담당업무를 변경하는 조치를 취하고 이후 성과 부진을 이유로 해고했다. 법원은 담당업무 변경이 성과 부진 때문이었는지에 대한 증거가 없고, 비위 사항이 근무능력 부족에서 비롯됐다는 점도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해고는 부당하다고 판정됐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무엇이 달랐나
| 구분 | 해고 정당 (회사 승) | 해고 부당 (근로자 승) |
|---|---|---|
| 사건 | 대법원 2021두33470 (자동차사, 2023) | 연구기관 사건 / 대구지법 2022가합15819 |
| 취업규칙 근거 | "사회통념상 근로 불가 판단자" 명문화 | 근거 불명확 또는 미입증 |
| 성과 부진 기간 | 11년 (C·D등급 지속) | 2년 (D등급) / 기간 짧고 맥락 불분명 |
| 평가 방식 | 다면평가 + 전체 순위 비교 (1만 1,229명 기준) | 평가 객관성·공정성 입증 부족 |
| 개선 기회 | PIP 7차례 + 교육 7회 실시 | 개선 기회 전무 / 오히려 기회 차단 |
| 결과 | 해고 정당 인정 | 부당해고 판정 |
법원이 요구하는 4가지 절차 — 하나라도 빠지면 뒤집힌다
대법원이 저성과자 해고의 정당성을 판단할 때 반드시 심사하는 4가지 요소가 있다. 이 중 하나라도 결여되면 해고는 부당해고가 될 수 있다.
① 취업규칙·인사규정에 해고 근거 명시
저성과를 이유로 한 통상해고는 그 근거가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에 구체적으로 적시되어 있어야 한다. "사회통념상 근로를 계속할 수 없다고 판단되는 자"처럼 성과 불량을 해고 사유로 포함시켜 두지 않은 회사라면, 아무리 성과가 낮아도 해고 근거 자체가 없다.
②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 기준
상대평가 결과만으로 저성과자를 분류하는 것은 법원에서 인정받기 어렵다. 평가 기준이 사전에 공개됐는지, 평가자가 복수인지, 절차가 일관됐는지 등이 검토된다. 평가가 특정 관리자의 주관에 의존했거나 평가 주기가 불규칙했다면 위험 신호다.
③ 상당 기간 지속 + 향후 개선 가능성 없음
단기간의 저성과만으로는 해고 사유가 되지 않는다. 실무상으로는 최소 3년 이상의 저성과 이력이 축적되어야 법원에서 "상당한 기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기준이다. 한두 해의 저성과만 확인한 뒤 해고하면 기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뒤집힐 가능성이 높다.
④ 실질적 개선 기회 제공 후 미개선 확인
이 요건이 실무에서 가장 많이 충돌이 생기는 지점이다. PIP가 있어도 형식적으로 운영됐다면 인정받기 어렵다. 목표가 명확히 설정됐는지, 중간 피드백이 있었는지, 근로자가 이의 제기할 기회를 가졌는지가 심사된다. 특히 PIP 목표가 처음부터 달성 불가능한 수준으로 설정됐다면 법원은 이를 "절차를 위한 절차"로 판단할 수 있다.
HR 실무자가 PIP 운영 전 확인할 체크리스트
- 취업규칙 또는 인사규정에 성과 불량을 해고 사유로 명문화했는가?
- 성과 평가 기준이 사전에 직원에게 서면으로 공지됐는가?
- 평가 결과가 복수 평가자에 의한 다면평가 방식으로 이루어지는가?
- 저성과 이력이 최소 2~3년 이상 문서로 축적되어 있는가?
- PIP 시행 전 성과 미달 사실을 서면으로 통보했는가?
- PIP 목표가 달성 가능한 수준으로 설정됐는가 (달성률 기준 명시 포함)?
- PIP 기간 중 정기 면담 기록과 중간 피드백을 남겼는가?
- PIP 이후 배치전환·부서 이동 등 대안 검토 여부가 기록됐는가?
- 근로자에게 소명 및 이의 제기 기회를 부여했는가?
- 최종 해고 전 4대 요건 충족 여부를 서면 검토했는가?
현장에서 저성과자 해고 사건을 다루다 보면, 회사가 가장 자주 놓치는 포인트는 PIP의 '형식'이 아니라 '내용'입니다. 목표가 구체적이지 않거나, 개선 기준이 팀장 판단에 맡겨진 경우, 법원은 그 PIP 자체를 증거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측정 가능한 지표(KPI), 달성 기한, 면담 일지 3종 세트를 갖춰야 노동위원회와 법원 모두에서 버틸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PIP를 한 번만 해도 해고할 수 있나요?
법원은 PIP 횟수보다 충분성을 봅니다. 1회 PIP는 대부분 부족하다고 판단되며, 기간·목표·피드백 등 내용의 실질성이 중요합니다.
Q. 상대평가에서 하위 10%라는 이유만으로 해고할 수 있나요?
안 됩니다. 상대평가 결과만으로는 해고 사유가 되지 않습니다. 절대적 수준에서의 성과 미달과 개선 기회 제공 여부가 함께 심사됩니다.
Q. 저성과 기간은 최소 얼마나 있어야 하나요?
실무상 3년 이상이 안전 기준으로 인식됩니다. 2년 사례에서 부당해고로 판단된 판결이 있습니다.
Q. 취업규칙에 저성과자 해고 근거가 없으면 어떻게 하나요?
취업규칙 개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단, 개정 내용이 기존 직원에게 불이익 변경에 해당할 경우 근로자 과반수(또는 노조) 동의가 필요합니다.
Q. PIP 도중 근로자가 거부하면 바로 해고할 수 있나요?
바로 해고는 어렵습니다. 거부 사실을 문서화하고 추가 면담을 통해 거부 사유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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