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계약이 불법파견으로 판단된 4가지 패턴 — 28년 도급도 법원에서 뒤집힌다
파견법 제6조의2 직접고용의무, 계약서 제목이 아닌 현장 실태로 결정된다
2026년 1월 22일, 광주고등법원이 선고한 판결 하나가 사내하청·용역 구조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전국 66개 도서(섬) 지역 발전소를 운영해 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00여 명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도급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은 근로자파견"이라고 판단했다(광주고등법원 2026.1. 22. 선고 2023나23653 판결).
1996년부터 시작된 도급계약, 28년 후 법원은 "불법파견"이라고 했다
2026년 1월 22일, 광주고등법원이 선고한 판결 하나가 사내하청·용역 구조를 운영하는 기업들을 긴장시켰다. 전국 66개 도서(섬) 지역 발전소를 운영해 온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 100여 명이 원청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도급계약의 형식에도 불구하고 실질은 근로자파견"이라고 판단했다(광주고등법원 2026.1.22. 선고 2023나23653 판결). 원청이 1996년부터 매년 1년 단위로 용역계약을 갱신해 왔고, 2020년 계약금액만 645억 원 규모였다는 사실은 판결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법원이 본 것은 단 하나, "원청이 실질적으로 이 근로자들을 지휘·명령했는가"였다.
도급이냐, 파견이냐. 계약서 제목이 아니라 현장 실태가 법적 판단을 결정한다. 최근 수년간 대형 제조업체·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불법파견 소송이 잇따르면서, 사내하청과 용역 구조를 운영하는 기업들의 법적 리스크가 급격히 커지고 있다. 법원이 도급계약을 불법파견으로 뒤집은 4가지 패턴을 사건 비교로 정리한다.
파견법 제6조의2 —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는 조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 제6조의2는 사용사업주(원청)가 ① 2년을 초과하여 파견근로자를 사용하거나, ② 파견이 금지된 업무에 파견근로를 시키거나, ③ 무허가 파견사업주로부터 파견을 받은 경우에 해당 파견근로자를 직접 고용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규정한다. 핵심은 "파견"으로 인정되는 순간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하고, 이를 거부하면 임금차액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까지 지게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현장에는 이 법을 의식해 처음부터 "도급계약" 형식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도급이라면 파견이 아니므로 파견법 적용을 피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관되게 "계약의 명칭이나 형식과 관계없이, 원청이 협력사 소속 근로자를 사실상 지휘·명령하면 파견관계로 봐야 한다"는 법리를 유지하고 있다. 핵심 판단 요소는 ① 제3자의 지휘·명령 여부, ② 원청 사업에 실질적으로 편입되었는지, ③ 원고용주(협력사)의 독자적 권한 행사 여부, ④ 업무의 전문성·기술성, ⑤ 독립적 기업조직·설비 보유 여부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쟁점별 판단 비교
| 판단 요소 | 불법파견 인정 (근로자 승소) | 불법파견 기각 (원청 승소) |
|---|---|---|
| 업무 지시 방식 | 원청이 MES·업무처리지침서·일일보고 체계로 구체적 지시 (현대제철 공정시험, 서울고법(인천) 2023나10014) | 협력사가 자체 작업지시서로 독립 결정, 원청 관여 없음 (현대제철 중장비 운용, 같은 사건 中) |
| 설비·장비 소유권 | 원청 소유 시험기계·크레인으로만 작업, 협력사 자체 설비 없음 | 협력사가 특수 장비·면허 보유, 독립된 공간에서 운용 |
| 인사·근태 관리 | 원청이 인력 배치 정원·자격 결정, 근태 감사·징계 요구 (광주고법 2023나23653, 2026.1.22.) | 협력사가 채용·승진·징계 독자적 수행, 원청 개입 없음 |
| 협력사 독자성 | 원청 외 다른 거래처 없음, 원청 조직도 맞춤 구성 (KTX 여승무원, 서울고법 2010나90816) | 다수 고객사와 거래, 독립 조직·기술·사업기반 보유 |
| 업무 분리 가능성 | 원청 핵심 업무와 분리 불가, 파견금지 업무에 해당 (파견법 제5조 제3항 파견금지 업무(직접생산공정, 건설공사 현장 등)) | 전문면허 필요 기술직, 원청 생산공정과 물리적 분리 운용 |
패턴 ① 파견 금지 업무를 도급으로 위장한 경우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5조 제1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32개 허용 업무에 한해서만 근로자파견을 허용하고, 같은 조 제3항은 건설공사 현장, 선원직, 산업안전보건법 제58조에 따른 유해·위험업무 등을 파견이 절대적으로 금지된 업무로 규정한다. 이 규정을 위반해 파견금지업무에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면 2년 기간 요건과 무관하게 즉시 파견법 제6조의2의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
이 패턴의 핵심은 "도급계약"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업무의 성격이 파견 허용 범위 밖이라면 계약 형식이 아무런 법적 보호막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용노동부 파견허용업무 목록에 없는 업무를 도급 명목으로 외주화하면, 당해 협력업체 근로자가 원청에서 직접 지시를 받는 순간 파견관계가 성립한다. 실무에서는 ① 원청 설비·시스템에서만 작업이 가능한 구조, ② 협력사가 해당 원청 외 다른 거래처를 두지 않는 상황, ③ 원청이 실질적 인력·근태 관리를 수행하는 경우가 겹칠 때 파견금지업무 위반 여부를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한다.
핵심 포인트: 파견이 금지된 업무는 도급 형식으로도 처리할 수 없다. 허용 업무와 금지 업무의 경계는 계약서 기재 업무가 아니라 실제 현장 투입 업무 기준으로 판단하며, 파견금지업무 해당 시 2년 요건 없이 즉시 직접고용의무가 발생한다.
패턴 ② 계약 기간이 길수록 오히려 증거가 쌓인다
광주고등법원 2026.1.22. 선고 2023나23653 판결이 주목받는 이유는 28년이라는 계약 기간이 판결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원청은 1996년부터 도서 발전소 운영 용역을 협력업체에 맡겨왔고, 매년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했다. 그러나 법원은 원청이 인력 배치 정원과 자격 요건을 결정하고, 업무처리지침서를 통해 구체적 업무를 지시하며, 일일보고 체계를 운용하고, 근태를 감사하며 징계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불법파견을 인정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원청이 패소했다.
핵심 포인트: 오랜 도급 관행이 합법성의 증거가 되지 않는다. 장기 관계일수록 원청의 실질적 지배 증거가 더 많이 누적되어 있어 오히려 불법파견 입증이 수월해질 수 있다.
패턴 ③ MES·전산 시스템을 통한 간접 지휘도 "파견"이다
서울고등법원(인천) 2025.11.26. 선고 2023나10014 판결(현대제철 사내하청 사건)은 "원청이 직접 구두로 지시하지 않아도 불법파견이 성립한다"는 중요한 선례다. 법원은 MES(제조실행시스템)를 통한 간접적 작업 지시가 파견법상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협력업체 소속 공정시험·천장크레인·조업정비 업무 근로자들이 MES를 통해 구체적 업무 내용을 지시받았고, 작업표준서와 조업관리항목 기준을 원청이 마련했으며, 협력업체가 핵심 시험기계를 소유하지 않고 원청 이외 다른 거래처도 없었다는 점이 결정적이었다. 법원은 해당 근로자들에 대한 직접고용의 의사표시 의무를 인정했다.
그러나 같은 사건에서 중장비 운용 근로자들에 대한 청구는 기각됐다. 중장비 운용은 특수면허가 필요한 전문 기술직으로, 협력업체가 독자적으로 채용·승진·징계를 수행하고, 피고 생산공정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공간에서 운용하며, 협력업체가 독립적인 조직과 설비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같은 사업장, 같은 원청, 같은 날 선고된 판결에서 업무 유형에 따라 결론이 엇갈린 사례다.
핵심 포인트: 전산 시스템으로 작업 내용을 결정하는 방식도 지휘·명령으로 인정된다. 협력사가 독자적 설비·전문성을 갖추고 인사관리를 스스로 수행해야 합법 도급이 유지된다.
패턴 ④ 직접고용 거부는 손해배상으로 연결된다
파견법 제6조의2 위반의 결과는 직접고용의무에서 끝나지 않는다. 원청이 직접고용 의사표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추가로 발생한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하급심 판결은 원고들에게 직접고용 의사표시를 명함과 동시에, 직접고용이 이루어졌더라면 받았을 임금 차액을 손해로 인정했다. 이 금액에는 지연손해금(연 5%~20%)까지 더해진다. 직접고용이 거부된 기간이 길면 길수록 배상액이 눈덩이처럼 커진다는 점에서, 파견법 위반을 알고도 방치하는 것은 법적·재무적으로 가장 위험한 선택이다.
사내하청·용역 구조를 자문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것은 "원청이 협력사 근로자에게 직접 작업 지시를 내리는 채널이 있는가"다. 구두 지시는 물론, 단체 카카오톡·현장 대화록·MES 로그까지 파견 입증 자료로 활용된다. 협력사가 자체 설비 없이 원청 기계만 사용하고 있다면, 그 순간부터 계약서 문구와 무관하게 불법파견 위험이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특히 원청의 인력요청·근태감사 이메일이나 메신저 기록은 소송에서 결정적 증거가 된다.
사용자·인사담당자를 위한 실무 체크리스트
- 협력사 근로자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는 원청 채널(구두·전산·메신저)이 없는가?
- 협력사가 핵심 설비·장비를 독자 보유하고 있는가?
- 협력사가 채용·근태·징계를 독자적으로 관리하는가?
- 협력사가 원청 이외 다른 거래처도 유지하고 있는가?
- 도급 업무 범위와 지휘체계가 계약서에 명확히 정의되어 있는가?
- 파견법 허용 업무(32개 업종)에 해당하는지, 또는 파견 금지 업무는 아닌지 확인했는가?
- 2년 이상 같은 협력사 근로자를 반복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한 줄 정리: 도급계약서보다 현장 지시·설비 소유·인사관리 실태가 불법파견을 결정한다. 28년 도급도 예외가 없다.
자주 묻는 질문
Q. 파견법 직접고용의무는 언제 발생하나요?
파견 사용 기간이 2년을 초과하거나, 파견이 금지된 업무에 파견을 받거나, 무허가 업체로부터 파견을 받은 경우 발생합니다(파견법 제6조의2).
Q. 도급계약서를 작성했으면 파견이 아닌가요?
아닙니다. 법원은 계약 명칭이 아닌 원청의 지휘·명령 여부, 협력사 독자성, 설비 소유 등 실질을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Q. 불법파견이 인정되면 어떤 제재를 받나요?
직접고용의무 발생과 함께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책임이 따르며, 파견법 위반으로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 형사처벌도 가능합니다.
Q. MES 시스템을 통한 작업 지시도 파견으로 인정되나요?
네. 서울고등법원(인천) 2025년 11월 판결(2023나10014)은 MES를 통한 간접 지시도 파견법상 지휘·명령에 해당한다고 인정했습니다.
Q. 장기 도급계약은 불법파견 위험이 더 높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관계가 길수록 원청의 실질적 지배 증거가 누적되어 불법파견 입증이 수월해질 수 있습니다. 2026년 광주고법은 28년 도급을 불법파견으로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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