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퇴직 규정, 마음대로 쓸 수 없다 — 금고 이상·면허취소·사문서위조, 판정례가 그은 유효·무효 선
취업규칙에 당연퇴직 조항을 두면 자동 퇴직이 될까 — 노동위원회·법원이 무효로 본 4가지 패턴
당연퇴직 조항이 취업규칙에 있어도 무조건 유효하지 않습니다. 사납금 미납·경미한 교통사고는 당연퇴직으로 처리했다가 부당해고로 뒤집혔고, 공공기관 채용비리·성폭력처벌법 위반은 유효 판정을 받았습니다. 사유의 성격(자동소멸형 vs 징계대체형)과 기관 성격이 핵심 기준입니다.
취업규칙에 당연퇴직 조항을 넣어두었다고 해서 무조건 효력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사유의 성격·조항의 내용·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위원회와 법원의 판단이 정반대로 갈립니다. 금고 이상의 형, 면허취소, 사문서위조 등 실무에서 자주 등장하는 사유들이 실제 판정례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 비교합니다.
택시기사 해고, 취업규칙만 믿었다가 부당해고 판정
사건은 단순해 보였다. 서울의 한 택시회사 소속 근로자 A씨는 며칠째 사납금(하루 운송수입 중 회사에 납부하는 금액)을 미납했다. 배차받은 차량이 낡아 고장이 잦았고, 운송수입 자체가 줄어든 탓이었다. 거기에 경미한 교통사고 한 건이 겹쳤다. 회사는 곧바로 퇴직을 통보했다. 근거는 근로계약서에 적혀 있던 당연퇴직 조항이었다. 사납금 미납 및 인사사고 발생 시 당연퇴직이라는 문구였다.
A씨는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회사는 자신했다. 계약서에 있는 조항을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라고. 그런데 노동위원회의 결론은 달랐다. 사납금 미납과 교통사고는 정년이나 계약만료처럼 근로관계가 저절로 끝나는 사유가 아니다. 이를 당연퇴직으로 처리해도 실질은 해고이고, 해고라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더구나 차량 결함으로 인한 수입 감소를 A씨의 탓으로만 볼 수 없고, 사고도 경미했다. 결론은 부당해고였다(노동위원회, 2019부해OOO, 2020. 2. 4.).
이 사건 하나로 당연퇴직 규정의 핵심 함정이 드러난다. 취업규칙에 적혀 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유의 성격이 무엇인지가 전부다.
당연퇴직, 법에서 어떻게 보나
당연퇴직(當然退職)이란 특정 사유가 발생하면 사용자의 별도 해고 통보 없이 근로관계가 자동으로 종료된다고 취업규칙이나 근로계약에 규정한 제도다. 정년 도달, 근로계약기간 만료, 근로자 사망이 대표적인 자동소멸 사유다. 이 경우에는 사용자의 의사 표시가 없어도 근로관계가 끝난다.
문제는 비위행위, 형사 처벌, 자격 상실처럼 원래 징계 대상이 되는 사유를 당연퇴직으로 포장할 때다. 대법원은 일찍이 이 문제를 정리했다. 사용자가 어떤 사유의 발생을 당연퇴직사유로 규정하고 그 절차를 통상의 해고나 징계해고와 달리 한 경우에도, 그 당연퇴직사유가 근로자의 사망이나 정년, 근로계약기간의 만료 등 근로관계의 자동소멸사유로 보여지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른 당연퇴직처분은 근로기준법 제23조 제1항 소정의 제한을 받는 해고에 해당한다(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20765).
즉 이름이 당연퇴직이라도 실질이 해고이면 정당한 이유가 필요하다. 그리고 당연퇴직에 인사위원회 개최 같은 징계 절차가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취업규칙에 당연퇴직 사유가 징계사유와 동일하게 규정된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징계 절차는 불요하다.
이긴 사건 vs 진 사건 — 판정례 비교
| 사건번호 / 판정일 | 당연퇴직 사유 | 기관 성격 | 판정 결과 | 핵심 이유 |
|---|---|---|---|---|
| 노동위 2019부해OOO (2019. 9. 27.) | 채용비리 금고 이상의 형 확정 | 공공기관 | 유효 | 공공기관에는 높은 도덕성 요구. 당연퇴직 사유 발생 시 직권면직을 다툴 실익 소멸 |
| 노동위 2023부해OOO (2024. 1. 5.) | 성폭력처벌법 위반 벌금 100만원 확정 | 지방공공기관 | 유효 | 임직원에게 높은 윤리성 요구. 인사위원회 소명 기회 부여로 절차 적법 |
| 노동위 2023부해OOO (2023. 8. 9.) | 휴직기간 만료 후 14일 내 복직 않음 + 무단결근 5일 | 일반 사기업 | 유효 | 취업규칙 제51조 명시 규정. 해고 서면 반송은 근로자 귀책. 별도 절차 규정 없어 생략 적법 |
| 노동위 2019부해OOO (2020. 2. 4.) | 사납금 미납 + 인사사고 동반 교통사고 | 택시회사 | 무효 — 부당해고 | 자동소멸 사유 아님. 근로기준법 제23조 적용. 차량 결함으로 수입 감소, 경미한 사고 |
| 서울고법 2019나11540 (2020. 11. 25.) | 집행유예 2년 확정 (업무방해·폭행·공무집행방해) | 공익법인 (5인 미만) | 당연퇴직 유효, 퇴직금 감액 일부 무효 | 5인 미만으로 근로기준법 제23조 미적용. 금고 이상 확정판결로 당연퇴직 조항 유효. 법정퇴직금 초과 감액은 위법 |
승패를 가른 세 가지 기준
① 사유가 자동소멸형인가, 징계대체형인가
사납금 미납이나 경미한 교통사고는 회사가 징계 여부를 재량으로 결정해야 하는 사유다. 이를 취업규칙에 당연퇴직으로 규정해도 실질은 징계해고이기 때문에 정당한 이유 심사를 피할 수 없다. 반면 정년 도달, 근로계약 만료, 금고 이상의 형 확정 같은 법률상 결격 사유는 근로관계가 저절로 끊기는 성격이 있어 자동소멸형으로 인정될 여지가 크다.
면허취소와 사문서위조도 이 기준에서 판단해야 한다. 직무수행에 직접 필요한 자격·면허의 취소라면 당연퇴직 사유로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업무와 무관한 사생활 영역의 면허취소, 예컨대 운전 업무가 없는 사무직 근로자의 자동차 운전면허 취소를 당연퇴직으로 규정하면 정당성 다툼이 생긴다. 사문서위조의 경우 형사처벌 사유이지만, 취업규칙에 당연퇴직 사유로 명시하지 않은 채 처리하면 징계 절차 없는 해고가 돼 절차 위반 문제가 발생한다.
② 공공기관인가, 일반 사기업인가
공공기관·공익법인은 임직원에게 공무원에 준하는 도덕성을 요구하는 것이 정당하다고 인정된다. 지방공공기관 근로자가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은 사건에서도 직권면직이 정당하다는 판정이 나온 이유다(노동위원회, 2023부해OOO, 2024. 1. 5.). 같은 벌금형이라도 일반 사기업에서 동일하게 처리하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조직의 공공성이 높을수록 당연퇴직 조항의 유효 범위가 넓어지고, 그만큼 근로자 보호의 폭이 좁아진다.
③ 금고 이상의 형 문구를 정확히 적었는가
취업규칙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 당연퇴직이라고 규정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대법원은 이 문구의 의미를 좁게 본 적이 있다. 형사상 범죄로 구속돼 근로 제공이 실질적으로 불가능한 상태가 지속되는 유죄판결, 즉 실형이 기본 전제라는 것이다(대법원 1992. 11. 13. 선고 92다20765 취지). 집행유예 판결에서 당연퇴직을 적용했던 사건(서울고등법원 2019나11540)에서는 5인 미만 사업장이어서 근로기준법 제23조가 아예 적용되지 않는다는 별도 이유로 유효 판단이 내려졌다. 일반적인 5인 이상 사업장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다.
문구가 모호하면 적용 시 분쟁이 생긴다. 집행유예를 포함할 의도라면 명확히 기재해야 하고, 그 경우 해고 정당성을 별도로 갖춰야 한다.
취업규칙 당연퇴직 조항 실무 체크리스트
- 사유의 성격 구분 — 해당 사유가 정년·계약만료·사망처럼 자동소멸형인지, 비위행위처럼 징계대체형인지 먼저 판단할 것
- 금고 이상의 형 문구 구체화 — 실형만 포함인지, 집행유예·벌금형도 포함인지 취업규칙에 명확히 기재. 모호한 문구는 분쟁 원인이 됨
- 면허·자격 취소의 범위 한정 —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자격면허로 한정. 사생활 영역 면허는 직무 관련성을 조항에 명시
- 기관 성격 반영 — 공공기관이라면 국가공무원법 제33조 결격사유와 연계해 규정 정합성 점검
- 당연퇴직과 징계 사유 분리 — 두 조항에 동일한 사유가 겹치면 징계 절차가 필요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별도 구분
- 서면 통지 준수 — 당연퇴직도 해고로 평가될 수 있어 근로기준법 제27조 서면 통지 권고. 통지 수령 거부 시 반송 경위 기록 유지
- 퇴직금 감액 조항 점검 — 법정퇴직금 이하 감액은 무효. 직무관련성 없는 사유에 퇴직금 감액을 연동하면 추가 지급 의무 발생 가능(서울고등법원 2019나11540)
당연퇴직 분쟁의 상당수는 취업규칙에 조항이 있으면 된다고 믿었다가 터집니다. 특히 사납금 미납, 집행유예, 직무 무관 면허취소처럼 경계선에 있는 사유에서 그렇습니다. 현장에서 처리 결정을 내리기 전에 항상 이 질문부터 합니다. 이 사유가 발생하면 근로자가 일을 할 수 없는 상태가 저절로 만들어지는가? 그렇지 않다면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고, 당연퇴직 조항은 보조 수단일 뿐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당연퇴직 처리할 때도 해고예고나 서면 통지가 필요한가요?
당연퇴직이 실질적 해고에 해당하면 근로기준법 제26조 해고예고, 제27조 서면 통지 규정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분쟁을 피하려면 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Q. 집행유예를 받았는데 취업규칙의 금고 이상의 형 조항이 적용되나요?
사건마다 다릅니다. 대법원은 실형(구속 상태 지속)을 기본 전제로 해석한 사례가 있어, 집행유예 포함 여부는 취업규칙 문구와 판례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Q. 당연퇴직에도 인사위원회 같은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불요합니다. 다만 취업규칙에 당연퇴직 사유와 징계사유가 동일하게 규정된 경우에는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Q. 면허취소를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할 수 있나요?
직무수행에 필수적인 자격면허 취소라면 인정 가능합니다. 그러나 직무와 무관한 사생활 영역 면허취소는 당연퇴직 사유로 규정해도 정당성 다툼이 생깁니다.
Q. 5인 미만 사업장에서 당연퇴직 규정을 더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나요?
5인 미만 사업장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 해고제한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나 취업규칙·계약에 근거가 있어야 하고, 퇴직금 지급 의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딥다이브 더 보기
전체 보기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허용해도 14일 안에 서면 통지한다
2026년 11월 27일 시행 시행령 개정, 신청서 접수부터 통지문 발송까지
뉴스브리핑📌 [11월 4일] 노동뉴스 브리핑: 사장 친족 성희롱도 과태료 최대 1천만원
상습체불 777명 첫 신용제재 · 효성중공업 72시간 파업 · 청년 공짜야근 100곳 감독
판례분석🎯 아리셀 판결이 가른 대표 책임, CSO 선임만으론 안 된다
대법원 확정 법리로 다시 읽는 중대재해처벌법 하급심 유죄·무죄
뉴스브리핑📌 [11월 3일] 노동뉴스 브리핑: 한화 고과 차별, 부당노동행위 인정
한화 고과 차별 판결 · 여성 산재 승인율 · 초광역특구 의제 · JTI 연차 KP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