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은 왜 급식 하청노조와 교섭하게 됐나 — 판정례 4건 대조
원청 사용자성은 '회사 전체'가 아니라 '교섭의제'마다 갈렸다. 중노위 재심과 서울지노위 판정을 나란히 놓고 결과를 가른 조건을 정리했다
한화오션이 급식·통근버스 하청노동자와 교섭하게 된 것은 중앙노동위원회가 노후 시설·설비 개선 의제에서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하고, 서울행정법원이 2026년 10월 1일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기 때문이다. 2026년 확정공고 시정 판정 4건을 대조하면 원청 사용자성은 회사 단위가 아니라 교섭의제별로 판단됐다.
원청이 하청노동자와 교섭해야 하는지는 '원청이냐 아니냐'로 정해지지 않는다. 하청노조가 요구한 교섭의제(협상 안건) 하나하나에 대해 원청이 그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지로 갈린다. 한화오션 사건에서 중앙노동위원회는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같은 노후 시설·설비 개선 의제에서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인정했고, 서울행정법원은 2026년 10월 1일 이 판정의 효력을 멈춰 달라는 한화오션의 신청을 기각했다.
이런 상황에서 참고할 글이다 — 사내하청에 급식·수송·시설관리를 맡긴 원청 인사팀이 하청노조의 교섭요구 공문을 받았을 때, 또는 하청 지회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려 할 때.
공고문 한 장이 1호 소송이 되기까지
거제 조선소 안에서 밥을 짓고, 통근버스를 몰고, 시설을 관리하는 사람들은 조선사 직원이 아니다. 조선사와 도급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웰리브 소속이다. 금속노조는 2026년 3월 이들이 속한 웰리브지회와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를 포함해 원청인 한화오션에 교섭을 요구했다. 요구안은 세 덩어리였다. 노동환경개선위원회를 만들어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같은 노후 시설을 고치고 휴게실을 늘리자는 것, 근골격계 질환 예방과 암 관련 건강검진 같은 건강보호 대책을 함께 만들자는 것, 사내식당·통근버스 운영시간을 바꿀 때 미리 협의하자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교섭에 참여하는 노조와 조합원 수를 사업장에 알리는 공고)를 냈다. 그런데 노조가 낸 내용과 조합원 수가 달랐다.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급식·통근버스·시설관리를 맡는 웰리브지회를 제외하고 공고했다. 노조가 이의를 냈지만 수정공고는 나오지 않았고, 사건은 노동위원회로 갔다.
이후 경과는 이렇다.
- 2026년 3월 27일 — 노조, 경남지방노동위원회에 확정공고 시정신청
- 2026년 4월 16일 — 경남지노위, 노조가 요구한 사실대로 다시 공고하라고 결정
- 2026년 6월 15일 — 중앙노동위원회, 한화오션의 재심신청 기각
- 2026년 10월 1일 —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 한화오션의 집행정지 신청 기각
- 2026년 10월 2일 — 한화오션, 하청 지회를 포함한 확정공고문 부착
매일노동뉴스는 이 소송을 개정 노동조합법 관련 '1호 소송'이라고 불렀다. 본안(취소소송) 판결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지금 확정된 것은 '본안 판단 전까지 교섭 절차를 멈추지 않는다'는 데까지다.
같은 결론, 다른 논리 — 판정 4건을 나란히 놓으면
우리 판정례 DB에서 개정 노조법 시행일(2026년 3월 10일) 이후 원청을 상대로 한 교섭요구 노동조합 확정공고 시정 사건을 뽑았다. 걸린 것은 한화오션 사건의 초심·재심 2건과,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같은 날 낸 물류업 원청 사건 2건이다. 네 건 모두 노조 쪽 신청이 받아들여졌다. 흥미로운 것은 결과가 아니라 원청이 무엇을 다퉜고 위원회가 어디를 봤느냐다.
| 사건 | 원청이 다툰 것 | 위원회가 본 것 | 결과 |
|---|---|---|---|
| 경남지노위 2026년 4월 (한화오션 초심) | 하청 조합원에 대해 사용자가 아니다 | 확정공고 단계는 노조 명칭·조합원 수 같은 절차만 본다. 사용자성 판단은 하지 않음 | 시정신청 인정 |
| 중앙노동위 2026년 6월 (한화오션 재심) |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지 않는다 | 사용자성을 먼저 판단해야 한다며 초심 논리를 바로잡음. 의제별로 따져 노후 시설·설비 개선 의제에서 사용자 지위 인정 | 재심신청 기각(공고 의무 유지) |
| 서울지노위 2026년 4월 (대리점 약 1,800곳 물류회사) | 본부 명의 공문만으로는 원하청 교섭권한을 확인할 수 없다 | 사용자성은 다툼 없음. 산별 단위노조의 규약상 위임 적법, 가입원서로 조합원 최소 1명 확인 | 시정신청 인정 |
| 서울지노위 2026년 4월 (대리점 764곳 물류회사) | 신청 노조는 연맹 성격이라 교섭 자격이 없고 조합원 가입도 입증 안 됐다 | 설립신고증·정기통보서상 전국규모 산별 단위노조, 가입원서로 조합원 최소 1명 확인 | 시정신청 인정 |
DB에서는 원청의 사용자성이 부정돼 시정신청이 기각된 건을 찾지 못했다. 따라서 이 표는 '이긴 사건과 진 사건'의 대조가 아니라 원청의 방어 논리가 어디서 막혔는지의 대조다. 기각 사례가 나오면 비교 축이 더 선명해질 것이다.
결과를 가른 세 가지 지점
1. 사용자성은 절차보다 먼저, 그리고 의제별로 본다
노동조합법 제2조제2호(시행 2026년 3월 10일)는 후단에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고 정한다. 핵심은 마지막의 '그 범위에 있어서는'이다.
중노위는 이 문구를 근거로 초심 논리를 고쳤다. 원청이 계약외사용자(근로계약은 없지만 노조법상 사용자로 보는 자)가 아니라면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같은 법 제29조의2)도 적용되지 않으므로, 공고 절차를 따지기 전에 사용자성부터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판단은 회사 단위가 아니라 교섭의제 단위로 했다. 판정문은 하청 지회의 요구안이 근로기준법상 안전·보건, 근로시간에 관한 근로조건에 해당한다고 본 뒤, 근로조건에 해당하는지와 원청이 그것을 지배·결정하는지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판정문의 결론 문장이 원청의 사용자 지위를 명시한 대상은 '조리실, 세탁실, 통근버스 등 노후 시설 및 설비 개선' 의제다.
2. 시설을 누가 갖고, 누가 고칠 수 있나
매일노동뉴스 보도에 따르면 중노위 판단의 근거는 시설에 대한 권한과 안전보건 책임이었다. 한화오션이 근무장소를 소유하고 시설·장비를 제공하며, 그 수선·개선에 원청의 협조나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집행정지 사건의 재판부는 중노위의 이런 판단에 손을 들어줬다. 하청업체는 원청 소유 조리실의 배관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다. 그 결정권이 원청에 있으면, 그 범위에서는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는 논리다. 중노위 판정문은 원청이 시설관리자로서 협조하는 것과 별개로 단체교섭으로 근무환경 개선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서울행정법원 2024구합67146 판결(2025년 11월 13일 선고, 항소심 진행 중)을 인용했다.
3. 노조의 '형식'을 문제 삼는 방어는 오래 버티지 못했다
서울지노위 2건에서 원청은 사용자성 자체는 다투지 않았다. 대신 교섭을 요구한 주체가 진짜 노조인지, 교섭권 위임이 적법한지를 문제 삼았다. 위원회는 설립신고증과 정기통보서로 산별 단위노조임을 확인하고, 규약에 위원장이 산하조직 대표자에게 교섭권을 위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으면 위임은 적법하다고 봤다. 그리고 하청 종사자 가운데 최소 1명이 조합원이라는 사실이 가입원서로 확인되면 공고 의무가 생긴다고 판단했다. 교섭창구 단일화 규정은 강행규정이라는 법원 법리(서울행정법원 2013구합18995, 대법원 2014두38750 심리불속행 기각)도 함께 들었다.
원청 쪽 논리도 있다
한화오션은 법원에서 두 가지를 주장했다. 교섭을 거부하면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 사실상 합의가 강제된다는 것, 협약을 맺고 나면 나중에 본안에서 이겨도 노동조건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원청이 "노동조합의 요구를 모두 수용해야 한다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해야 할 의무까지 부담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이 주장을 배척했고, 형사처벌 여부도 별도 절차에서 판단할 사안이라고 했다(매일노동뉴스 보도). 다만 이 문제의식 자체는 본안에서 다시 다퉈질 가능성이 크다. 원청 입장에서는 하청 노사가 정할 임금·인사까지 교섭 테이블에 오르는 것을 경계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매일노동뉴스는 두 지회가 성과급과 고용 문제를 교섭 의제로 올려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중노위 판정문 결론이 사용자 지위를 명시한 범위는 시설·설비 개선 의제이므로, 이 의제들이 원청 교섭 대상이 되는지는 다음 다툼거리로 남는다(우리 해석). 실제로 중노위도 개정 노조법이 모든 원청을 사용자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명시했다. 의제별 판단은 노조에 문을 열어 주는 법리이면서, 동시에 원청이 지배하지 않는 의제에는 교섭 의무가 없다는 원청 쪽 방어선이기도 하다.
교섭요구 공문을 받은 원청이 할 일
- 원청 노무·인사 담당자 — 하청노조의 요구안을 의제별로 쪼개 표를 만든다. 의제마다 '그 근로조건을 바꾸는 결정을 누가 하는가(시설 소유, 예산 승인, 운영시간 결정권)'를 계약서·업무지침·결재 기록으로 대조한다. 원청 승인 없이는 하청이 바꿀 수 없는 항목은 원청이 교섭 대상이 될 수 있는 의제로 분류한다.
- 원청 노무·인사 담당자 — 확정공고를 내기 전, 노조가 낸 명칭·조합원 수와 공고안을 한 줄씩 맞춘다. 다르게 공고하려면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근거 자료(의제별 결정권이 하청에 있다는 증빙)를 먼저 갖춘다. 근거 없이 조합원을 빼고 공고하면 서울지노위 2건처럼 가입원서 한 장으로 뒤집힌다.
- 하청 지회·산별노조 — 교섭요구 전에 위임 근거가 되는 규약 조항, 설립신고증, 정기통보서 사본, 하청 종사자의 가입원서를 한 묶음으로 준비한다. 요구안은 원청이 실제로 결정하는 시설·설비·운영시간 쪽으로 구체화할수록 사용자성 판단에서 유리하다.
저희 노무법인 위너스가 원청 쪽 자문을 하며 가장 자주 보는 실수는 교섭요구 공문을 받자마자 '우리는 사용자가 아니다'라는 한 줄 회신으로 끝내는 것입니다. 노동위원회는 회사 전체가 아니라 안건마다 결정권이 어디 있는지를 물어 오는데, 그때 가서 시설 승인 기록과 운영시간 결정 문서를 찾으면 이미 늦습니다. 공문을 받은 첫 주에 의제별 결정권 표부터 만들어 두는 쪽이 결과적으로 교섭 범위를 지키는 길이었습니다.
한 줄 정리
원청 사용자성은 '원청이냐'가 아니라 '이 안건을 누가 결정하느냐'로 갈린다. 시설을 소유하고 그 개선을 승인하는 원청은, 그 범위에서 하청노조와 교섭할 의무를 피하기 어렵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청은 하청노조의 모든 요구에 교섭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원청이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근로조건의 범위에서만 사용자로 봅니다. 중노위도 의제별로 판단했습니다.
Q. 한화오션 사건에서 원청 사용자성이 인정된 의제는 무엇인가요?
중노위 판정문 결론에 명시된 것은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 노후 시설·설비 개선 의제입니다.
Q. 집행정지가 기각되면 한화오션이 소송에서 진 것인가요?
아닙니다. 본안 판결 전까지 판정 효력을 멈추지 않는다는 결정일 뿐입니다. 취소소송 본안 판단은 남아 있습니다.
Q. 확정공고에서 하청 조합원을 빼면 어떻게 되나요?
노조가 노동위원회에 시정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서울지노위는 조합원 1명만 확인돼도 공고 의무가 있다고 봤습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한화오션, 급식 하청노동자와 교섭한다」(2026-10-02) 링크
판정례: 노동위원회 판정은 우리 판정례 DB(중앙노동위원회 2026년 6월 재심 판정, 경남지방노동위원회 2026년 4월 초심 결정, 서울지방노동위원회 2026년 4월 결정 2건)에서 확인했다. 조문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현행 원문(시행 2026-03-10)으로 대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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