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과 콜센터 노조, 조정 신청 내고 왜 취하했나
하나·국민은행 사례로 본 '원청 사용자성' 인정 기준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노동조합이 결론이 나기도 전에 신청을 스스로 취하하는 일이 흔할까. 2026년 9월 30일, 하나은행·국민은행 협력업체 콜센터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이 바로 그렇게 했다. 답은 '싸움이 끝나서'가 아니라 '싸울 필요가 없어져서'다. 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 교섭 의제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한 노동조합이 결론이 나기도 전에 신청을 스스로 취하하는 일이 흔할까. 2026년 9월 30일, 하나은행·국민은행 협력업체 콜센터 노동조합(공공운수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이 바로 그렇게 했다. 답은 '싸움이 끝나서'가 아니라 '싸울 필요가 없어져서'다. 조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당사자끼리 직접 만나 교섭 의제에 합의했기 때문이다.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 2026년 3월 10일 시행) 시행 이후 원하청 조정 사건 가운데 당사자 자율 교섭으로 의제를 구체화한 첫 사례로 꼽힌다.
사건의 전말 — 의제를 좁히려는 원청, 넓히려는 노조
든든한콜센터지부는 올해 들어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두 은행이 협력업체를 통해 운영하는 콜센터 상담사들에 대해 원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본 것이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4월, 두 은행의 사용자성을 일부 인정했다. 문제는 그 범위였다. 사측은 감정노동자 보호에 한해서만 사용자성이 인정됐다며 교섭 의제를 그 범위로 제한하려 했다. 노조는 임금, 고용안정 등 더 넓은 현안을 다루길 원했다.
의제 범위를 둘러싼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노조는 9월 9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 그런데 조정위원의 중재 아래 양측이 별도로 자율 교섭을 이어갔고, 9월 30일 교섭 의제를 특정 주제로 한정하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10월부터는 원청·협력업체·노조 3자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꾸려 감정노동자 보호는 물론 노동조건 개선까지 폭넓게 논의하기로 했다. 합의가 성사되자 노조는 조정 신청을 취하했다.
이긴 vs 진 사건 — 원청의 사용자성은 언제 인정되나
이 사건의 핵심은 결국 원청이 교섭 테이블에 앉을 의무가 있는가다. 법원·노동위 판단은 간접고용 구조에서 원청이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하거나 영향을 미쳤는지를 본다. 같은 질문을 다룬 노동위 판정례를 나란히 놓으면 조건이 갈린 지점이 보인다.
| 쟁점 | 사례 | 판단 | 결과를 가른 조건 |
|---|---|---|---|
| 급식·통근 등 생활편의 업무 | 한화오션·웰리브지회 사건 — 중노위 재심(2026-06) | 사용자성 인정 — 교섭요구 사실공고에 포함 명령 | 조리실·세탁실·통근버스 등 시설 개선이 시설 소유자(원청)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점을 노조가 입증 |
| 산업안전 의제 한정 교섭 | 중흥토건·타워크레인노조 사건 — 중노위 재심(2026-06-04) | 초심 기각 → 재심에서 사용자성 인정으로 뒤집힘 | 초심에서는 부족했던 '실질적 지배·결정' 증빙을 재심 단계에서 보강 |
두 사건 모두 결과만 보면 사용자성이 '인정'됐지만, 인정된 의제의 폭은 사건마다 다르다. 한화오션 사건은 생활편의 시설 전반으로 넓게 인정됐고, 중흥토건 사건은 산업안전 의제로 좁게 인정됐다. 즉 사용자성 인정 여부와 그 인정 범위는 별개로 다퉈야 하는 쟁점이다.
출처: 헤럴드경제 「중노위, 한화오션 급식업체 노동자도 교섭 대상 인정…원청 사용자성 재확인」(2026-06-15) 링크
출처: 뉴시스 「노동위, 하청 분리교섭 첫 '기각'…사용자성은 전부 인정(종합)」(2026-04-09) 링크
두 건을 나란히 보면 사용자성은 원청이냐 하청이냐라는 형식이 아니라 실제로 누가 근로조건을 결정했는지, 그리고 그 결정권이 어느 의제에 미치는지로 갈린다. 하나·국민은행 사건에서 서울지노위가 4월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그 인정 범위를 감정노동 보호로 좁게 해석할지, 노동조건 전반으로 넓게 볼지는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교섭 당사자 간 협의로 풀렸다는 점이 이번 사건의 특이점이다.
승패를 가른 핵심 — 조정 중단이 아니라 합의 도달로 끝난 이유
통상 중노위 조정은 합의가 안 되면 조정 중지로 끝나고, 노조는 쟁의권을 갖게 된다. 이번 사건이 다른 점은 조정위원의 중재가 판단이 아니라 대화의 장으로 기능했다는 것이다. 조정 신청 자체가 압박 수단이 되어 양측을 교섭 테이블로 다시 불러들였고, 조정 기일 전에 당사자끼리 실질 합의에 이르렀다. 사측이 의제 제한을 포기한 결정적 이유는 서울지노위의 사용자성 인정 판정이 이미 나와 있는 상태에서, 의제를 좁게 해석해 봐야 재차 다툼이 되고 조정이나 쟁의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는 계산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사용자성이 일단 인정된 이상, 그 범위를 좁게 끌고 가는 것보다 상생협의체라는 느슨한 틀로 의제를 넓혀 소모적 분쟁을 막는 쪽이 낫다는 판단이다.
실무 체크리스트 — 원청이 교섭 요구를 받았을 때
- 하청 근로자의 임금·근무시간·업무지시에 원청이 실질적으로 개입한 사실관계가 있는지 먼저 점검한다. 계약서상 도급이라는 명칭보다 실제 지휘·감독 실태가 기준이다.
- 노동위에서 사용자성이 일부 인정됐다면, 그 인정 범위를 과도하게 좁게 해석해 의제를 제한하려 하면 오히려 분쟁이 길어질 수 있다.
- 조정 신청이 들어왔다고 해서 반드시 조정위원의 결정까지 기다릴 필요는 없다. 조정 기간 중 자율 교섭으로 의제를 좁혀 합의하면 쟁의 국면으로 가지 않고 끝낼 수 있다.
- 협력업체·원청·노조 3자가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은 사용자성 다툼을 법적 공방으로 끌고 가지 않고 상설 대화 채널로 관리하는 실무적 대안이 된다.
- 사용자성이 인정되더라도 그 범위가 어느 의제까지인지는 별개로 다퉈야 한다. 한화오션 사건처럼 생활편의 시설 전반으로 넓게 인정될 수도, 중흥토건 사건처럼 산업안전 의제로 좁게 인정될 수도 있다.
원하청 교섭 상담을 하다 보면 사측이 사용자성 인정을 전면 교섭 의무로 오해해 지나치게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경우를 자주 본다. 실제로는 이번 사건처럼 인정 범위를 두고 협의의 공간이 충분히 있다. 조정 신청이 왔다고 끝까지 버티기보다, 조정 기간을 활용해 의제를 구체화하는 쪽이 분쟁을 조기에 정리하는 데 더 효과적이었던 사례를 여러 건 목격했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청이 하청 노조와 반드시 교섭해야 하나요?
원청의 실질적 사용자성이 인정된 경우에만 교섭 의무가 발생하며, 사안마다 개별 판단된다.
Q. 중노위 조정 신청 후 취하하면 불리해지나요?
아니다. 당사자 합의로 분쟁이 해결됐다는 뜻이라 오히려 신뢰 구축의 신호로 본다.
Q. 계약외 사용자성이란 무엇인가요?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실질적으로 근로조건을 결정·관리하면 인정되는 사용자 지위다.
Q. 상생협의체는 법적 교섭과 같은 효력이 있나요?
협의체 자체는 임의 기구지만, 합의 내용을 단체협약으로 반영하면 법적 효력을 갖는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하나·국민은행 원청교섭 의제 제한 없이 논의키로」(2026-10-02) 링크
출처: 이투데이 「하나·국민은행 콜센터 원하청 교섭 자율 합의…노란봉투법 후 처음」(2026-09-30)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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