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청교섭 왜 막혔나 — 노조법 사용자 정의 쟁점
공공운수노조 전국 순회투쟁으로 본 개정 노조법 제2조 사용자 확대와 현장의 간극
2025년 9월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어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지배·결정하면 사용자로 보도록 범위를 넓혔다. 그런데도 현장 원청교섭이 막혀 공공운수노조가 전국 순회투쟁에 나섰다. 노동위 판정례를 통해 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판단에서 결과를 가르는 조건을 짚는다.
원청에 교섭을 요구했는데 왜 만나주지 않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법 문언과 현장 적용 사이에 틈이 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개정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맺지 않은 원청이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사용자로 보도록 했지만, 그 요건을 누가 어떻게 입증하느냐를 두고 노사가 정면으로 갈린다.
공공운수노조는 2026년 9월 29일부터 10월 7일까지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인천국제공항, 김포공항, 철도고객센터, 부산시청 등 전국 현장을 돌며 순회투쟁을 벌인다고 밝혔다. 노조법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원청교섭이 진전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에서다. 노조는 서울고용노동청 앞 기자회견에서 노동자가 '실질적인 결정권자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시행령과 해석지침을 다시 손봐야 한다고 요구했다.
법은 뭐라고 하나 — 사용자 정의가 바뀌었다
원청교섭 논쟁의 출발점은 노조법 제2조제2호다. 2025년 9월 9일 개정으로 사용자 정의가 바뀌었고, 현재 시행일은 2026년 3월 10일이다. 조문은 이렇다.
"'사용자'라 함은 사업주, 사업의 경영담당자 또는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동하는 자를 말한다. 이 경우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도 그 범위에 있어서는 사용자로 본다." (노조법 제2조제2호)
뒤 문장이 신설·보강된 부분이다.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원청이 실질적으로 좌우한다면, 근로계약서에 이름이 없어도 그 범위에서는 사용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 지위에 있다고 인정되면 노동조합 대표자는 제29조에 따라 그 원청과 교섭하고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갖는다. 그런데도 교섭을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하거나 해태하면 제81조제1항제3호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한다는 사실을 누가, 어떤 자료로 입증하느냐다. 법 문언은 추상적이고, 그 공백을 메우는 것이 시행령과 행정해석이다.
행정해석과 현장의 간극
고용노동부는 2026년 2월 24일 개정 노조법 해석지침을 내고 확대된 사용자 정의의 적용 범위를 설명했다. 노조 쪽은 이 지침이 지배·결정 요건을 좁게 풀이해, 실제로는 원청이 '우리는 근로조건을 결정하지 않는다'고 버티면 교섭 테이블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다고 본다. 공공기관 콜센터·고객센터처럼 업무지침·근무배치·평가기준을 원청이 사실상 짜는 구조에서도, 서류상 사용자가 하청 대표라는 이유로 교섭이 막힌다는 것이 현장의 호소다.
반대쪽 우려도 있다. 경영계는 원청의 사용자성을 넓게 인정하면 도급·위탁 계약 전반에 교섭 의무와 쟁의행위 리스크가 번져, 적법한 외주화까지 사실상 어렵게 만든다고 본다. 지배·결정의 경계가 불명확한 상태에서 법적 분쟁 부담만 커진다는 주장이다. 노동부 지침이 요건을 조이는 쪽으로 움직인 배경에는 이런 경영계 우려도 함께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동위 판정례 — 갈린 조건을 대조한다
'단체교섭 거부·해태' 부당노동행위를 다툰 2025년 노동위 판정 흐름을 보면 결과가 사실관계에 따라 갈린다. 노동위 판정은 사건번호를 특정하지 않고 경향으로 정리한다.
| 쟁점 유형 | 구체적 사실관계 | 판정 결과 | 갈린 조건 |
|---|---|---|---|
| 단체교섭 거부·해태 | 사용자가 임금교섭에서 임금동결안을 제시한 사안 | 기각(사용자 승) | 교섭 자체에는 응했고 동결안 제시는 교섭 전략의 범위로 판단 |
| 불이익취급 | 노조 사무실을 제공하지 않은 사안 | 기각(사용자 승) | 편의제공 거부만으로는 불이익취급 성립요건 미충족 |
| 지배·개입 | 노조 간부 대면기사 전환을 거부한 사안 | 일부인용 | 전환 거부 경위에서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차별 정황 확인 |
| 지배·개입+인사발령 | 사용자 발언과 인사발령이 함께 문제 된 사안 | 일부인용 | 발언 일부와 인사발령 일부에서 조합 혐오·보복 의도 구체적으로 드러남 |
| 지배·개입 | 신청 외 노동조합과 체결한 근로시간면제 운용 관련 사안 | 기각(사용자 승) | 제도 운용 자체만으로는 지배·개입 의도 인정 부족 |
다섯 건을 나란히 보면 결과를 가른 것은 '교섭 자체에 응했는가'와 '조합활동을 이유로 한 차별·보복 의도가 구체적 정황으로 드러났는가' 두 가지다. 교섭 테이블에 앉았지만 입장 차가 큰 경우는 거부·해태로 보지 않는 쪽에 가깝고, 교섭을 아예 피하면서 인사·처우에서 불이익 정황까지 겹치면 인용 쪽으로 기운다. 원청교섭 다툼에서도 같은 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 — 원청이 교섭 요구서 접수 자체를 거부했는지, 지배·결정 정황을 뒷받침할 구체적 자료(업무지시 이력, 평가기준 작성 주체, 근무배치 결정권)가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실무에서 챙길 것
-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기 전에, 원청이 근무배치·업무지시·평가기준·징계 여부를 실제로 결정한 문서(지침, 전자결재, 업무매뉴얼)를 먼저 확보한다. 지배·결정 요건은 추상적 주장이 아니라 구체적 자료로 입증해야 한다.
- 교섭 요구서는 반드시 서면으로 발송하고 수령 여부와 회신 내용을 기록해 둔다. 노동위 판정례에서 '교섭 자체에 응했는지'가 1차 분기점이었던 만큼, 거부·무응답 사실관계를 명확히 남겨야 한다.
-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서 조합원에게 불이익한 인사조치나 발언이 뒤따르는지 병행 점검한다. 지배·개입 정황이 함께 확인될 때 노동위 인용 가능성이 높아진다.
원청과의 교섭 문제로 자문을 받다 보면, 노조 쪽도 사업장 쪽도 '지배·결정'이라는 말만 반복할 뿐 구체적 증거를 준비해 오는 경우가 드물다. 업무지시 메신저 캡처 하나, 평가표 작성자 서명 하나가 노동위 심문에서 결과를 바꾸는 걸 여러 번 봤다. 원청교섭은 조문 해석 싸움이 아니라 자료 싸움이라는 점을 먼저 알아야 한다.
핵심 정리
2025년 9월 개정으로 노조법상 사용자 정의는 근로계약 당사자를 넘어 실질적 지배·결정자까지 넓어졌지만, 노동부 해석지침은 그 적용을 제한적으로 풀이하고 있어 현장의 원청교섭은 여전히 막혀 있다. 노동위 판정례를 보면 교섭 응대 여부와 지배·개입 정황의 구체성이 결과를 가른다. 공공운수노조의 전국 순회투쟁은 이 간극을 좁혀 달라는 요구이며, 당분간 시행령·지침 개정 논의와 개별 사업장 단위의 노동위 다툼이 함께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자주 묻는 질문
Q. 원청이 근로계약을 맺지 않았는데도 교섭 상대가 될 수 있나요?
노조법 제2조제2호에 따라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면 그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Q. 원청이 교섭을 거부하면 바로 부당노동행위인가요?
정당한 이유 없는 거부·해태만 제81조제1항제3호 부당노동행위입니다. 사용자 지위 인정 여부가 먼저 다퉈집니다.
Q. 노동위 판정에서 가장 중요한 입증 자료는 무엇인가요?
업무지시·평가기준·근무배치를 누가 결정했는지 보여주는 문서와 교섭 요구에 대한 응대 기록입니다.
Q. 해석지침은 법적 구속력이 있나요?
행정해석은 법원·노동위를 직접 구속하지 않지만 실무 판단의 기준으로 폭넓게 참고됩니다.
Q. 순회투쟁은 왜 지금 시작됐나요?
2025년 9월 개정 노조법 시행 반년이 지나도록 원청교섭이 진전되지 않는다는 문제의식 때문입니다.
출처: 매일노동뉴스 「꽉 막힌 원청교섭에 공공운수노조 전국 순회투쟁」(2026-09-29)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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